국방부 “북한이 쏜 ICBM은 화성-17형 아닌 화성-15형...유언비어 차단과 체제안정 위해 신뢰도 높은 ‘화성-15형’ 대신 발사한 것"

북한은 24일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연합뉴스).
북한은 24일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연합뉴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증대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제임스 제라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은 이날 북한이 최근 발사한 ICBM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증대되고 있으며 북한이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라드 참모장은 이날 민간단체인 미사일방어옹호동맹(MDAA)이 북한의 ICBM 발사를 주제로 연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이 지난 24일에 발사한 ICBM을 미군은 화성-17형으로 보는지, 혹은 화성-15형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앞서 오늘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근래의 어떤 조치도 김정은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막지 못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이는 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징조”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ICBM과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역내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제라드 참모장은 “ICBM과 잠재적 핵무기들의 지속적인 개발은 그 지역의 안정을 파괴할 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안정도 파괴한다”며 “이러한 지속적인 행동들은 억지 체계의 일부로서 대북제재에 대한 정당성을 계속해서 제공하며 북한주민들의 삶에도 계속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제라드 참모장은 앞서 2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2023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이 8.1%증가한 것을 언급하며, 향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 방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국방부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북한이 지난 24일에 발사한 ICBM이 신형이 아닌 기존의 화성-15형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주장 화성-17형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하는 근거’라는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한 뒤 이튿날 신형 ‘화성-17형’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화성-17형을 발사한 것처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국방부가 이번 미사일을 화성-15형으로 평가한 근거는 비행 특성과 영상 속 그림자, 기상, 기술적 요소, 그리고 한미 평가 일치 등 5가지다.

국방부는 먼저 탄도미사일은 탄종별로 상승 가속도와 연소시간, 단분리 시간 등 고유의 비행특성을 갖고 있는데 “탐지된 비행 특성을 정밀분석한 결과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공개 보도한 영상 속 김정은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생겨 오전 8~10시에 찍힌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발사 시간은 오후였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24일 미사일을 쏜 시간은 오후 2시 24분께였다.

발사 당일 순안의 날씨는 구름으로 대부분 덮여있었는데 영상에선 천명한 날씨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국방부는 “각종 한미 공조회의에서 미국도 한국측의 분석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며 “미국 측도 상세분석을 진행 중이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이밖에 “화성-17형은 액체연료 엔진 4개 묶음으로, 엔진 2개짜리인 화성-14형 또는 15형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16일 실패 이후 8일만에 이뤄진 재발사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이처럼 기만행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16일 ‘화성-17형’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안정을 위해 최단 시간 내에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2017년에 이미 발사에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의 비공개 현안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16일 시험발사한 ‘화성-17형’이 평양 상공에서 폭발해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민간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국방부 보고 내용을 전했다.

하 의원은 “수km 상공에서 육안으로 다 보일 정도로 폭발해 평양 상공에 파편 비가 내렸다”며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또한 하 의원은 “평양시민이 화들짝 놀랐고 민심 이반이 체제 불안정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빨리 해결하고자 급히 화성-15형을 쏘아놓고 화성-17형 발사 성공이라고 선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국, 미국과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하고 군사강국 지위 확보와 협상력 제고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 24일에 발사한 ‘화성-15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 3천km이상일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북한이 이번에 화성-15형을 발사했다고 해도 2017년 11월에 발사한 것보다 일부 성능 개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향후 화성-17형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국방위원들의 관련 사전 질의에 “북한이 ICBM 추가 행동을 단행한다면 미 전략자산을 포함해 한미가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스스로 파기한 상황을 고려하면 미 전략자산 전개를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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