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된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이름을 올린 ‘남기태(45) 교수’를 통해서 윤석열 당선인의 ‘탈탈원전’ 정책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남 인수위원은 ‘원자력을 포함한 탄소중립 정책’ 수립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와 일면식도 없지만 안철수가 추천...170편 논문 쓰고 1만회 인용된 서울대 교수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추천으로 인수위원에 인선됐지만, 안 위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진다. 과학기술분야의 인재 등용이라는 안 위원장의 기조와, 탈탈원전이라는 윤 당선인의 기조가 맞닿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남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미국 메사추세츠(MIT)공대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서울대 최연소 재료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강단에 서왔다. 윤석열 인수위 24명의 평균연령은 57.6세이고, 그 중 남 위원은 최연소이다.

지금까지 170여편의 논문을 썼으며 다른 논문에 1만회 인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최정상급 국제 학술지에도 12편의 논문이 실렸다. 그 가운데는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물도 다수이며, 국내에서는 미래의 노벨과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남 교수, “얼마 전 안 위원장님 전화받고 첫 대화”...‘나눠 먹기’ 뛰어넘은 ‘인재 발탁’

남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 안철수 위원장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그게 저희가 나눈 첫 대화였다. 그 전에 언질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과학기술교육 분과 인수위원으로 선정된 데 대해 “안 위원장님이 제 전문성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추천하신 게 아닐까 추정한다"며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현장에 있고, 12년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에 있는 만큼 현장의 의견들을 정책에 잘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 교수의 발탁은 나눠먹기식 논공행상을 뛰어넘은 ‘인재 발탁’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역대 당선인이 미리 줄을 댔던 ‘폴리페서’ 중심으로 인수위를 꾸렸던 것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포스코청암재단이 올해 포스코청암상 수상자로 과학상 부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등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사진=연합뉴스]
포스코청암재단이 올해 포스코청암상 수상자로 과학상 부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등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남 교수의 발탁 배경에 대해 ‘남 교수의 주요 업무 분야가 최근 환경문제와 관련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닿아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남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자연계 생체연료 합성시스템을 모방한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을 개발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신개념 ‘탄소중립연료인’인 ‘연료용 카보네이트’ 합성에 성공했다. 바로 이 점이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교수의 이산화탄소 환원 통한 연료생산 연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

17일 인수위원 명단을 발표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남 교수에 대해 “아무 쓸모없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젊은 과학자이자 교육자”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전 세계 탄소중립연료 개발 분야에서 종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 교수는 지난 2010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남 교수의 다양한 연구는 국내외 학술지에 수차례 게재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0년 10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은 ‘미래 에너지로 손꼽히는 수소 생산 및 이산화탄소 환원을 통한 연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이 논문을 토대로 지난해 탄소중립연료가 개발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10월 16일자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남기태 교수 연구팀의 논문. 이 저널의 에디터가 임팩트 높은 결과들을 선정하는 Editors’ Highlights에도 소개됐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캡처]
2020년 10월 16일자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남기태 교수 연구팀의 논문. 이 저널의 에디터가 임팩트 높은 결과들을 선정하는 Editors’ Highlights에도 소개됐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캡처]

당시 개발된 기술은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연구사업의 지원 하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선희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김형준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연계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만든 망간 기반의 비균질 촉매에서 세계 최초로 물산화 반응 도중 전자 스핀 상태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당시 연구 책임자였던 남 교수는 “이 성과는 세계 최초로 망간 비균질 촉매에 생체 촉매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전자 스핀 상태 제어 현상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며 추후 자연계 광합성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중요한 결과 중 하나다. 값싸고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진 망간 나노입자의 물 산화 반응 경로 제어를 통해 추후 물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및 이산화탄소 환원을 통한 연료 생산 등 다양한 전기화학 촉매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결과물인 논문은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0월 16일자로 게재되었으며,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저널의 에디터가 임팩트 높은 결과들을 선정하는 Editors’ Highlights에 소개됐다.

한림원 선정한 ‘세계적 젊은 과학자’ 6명에 꼽혀

남 교수는 2020년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선정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과학자’ 6명에 선정됐고, 45세 이하 학자들로 구성된 차세대 과학기술 한림원의 간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젊은과학자상, 지난해 신양공학학술상, 올해 포스코청암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와 해외의 젊은 학자들과 여러 교류가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며 자신의 인선 배경을 짚었다. 그러면서 "주변 교수님들과 학자들도 이런 역할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고 했다.

남 교수는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교육 분야까지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인 만큼 연구자로서의 과학 기술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며 "자율성이 보장되는 연구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평소 철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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