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파격 유머 솔직 대담’...생각보다 평범하고 소탈하며 배려할 줄 아는 인물?
1차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에 대해 '예의바르고 개방적'...여론조사에선 54%가 긍정평가
2018년에도 반복되는 언론의 '평화·북한 지도자' 띄우기

언론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차분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언론은 이미 평화가 이루어진 듯 낙관적인 모습만 조명하며, 정상회담에 대한 본질적인 측면을 분석하기보다는, 봄 기운 이미지에 기반해 설렘만 부추기는 양상이다.

언론은 봄을 즐기는 문학인을 자처하는 듯 기사도 감상적으로 보도했다. 이데일리는 회담 다음날 <文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2018년의 우리는 빚을 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댓글이 6천 개 이상 달리는 등 포털 네이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해당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걸었던 모습과 관련해 “새소리가 그득했지만 실제로는 무성영화였다. 노신사의 손짓과 젊은이의 표정, 그리고 새소리로 구성된 30분의 불친절한 영화. 여기에 한반도의 미래가 담겼다. 처음보는 호기심과 경외, 몸을 가만히 둘 수 밖에 없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당일은)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다. 2018년 한반도는 그에게 빚을 졌다”며 글을 맺는다. 이에 기사보다는 헌정시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JTBC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도 봄기운 만연한 모습을 묘사하며 “누가 우리에게 평화가 아닌 시나리오를 말할 것인가?”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앵커브리핑을 진행했다.

실제 언론의 보도양상처럼 회담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으며 현장을 바라본 기자들의 들뜬 마음도 이어졌다. 그러나 언론이 감성에만 치우친 보도행태를 보이자, 국민들이 현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도록 돕고 미래사회를 견인해나가는 언론의 역할은 찾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언론은 김정은 이미지 메이킹에도 앞장섰다. 북한과 김정은의 인간적인 매력을 소구하며 정상회담의 평화적인 모습을 한층 더 부각하는 모습이었다.

언론은 김정은을 설명할 때 ‘파격 유머 솔직 대담’ 등 긍정적인 키워드들을 활용했다. 이어 생각보다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이었고,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배려도 하고, 졸음도 참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양상에 힘입어 김정은 팬덤 현상까지 나타난다. 김정은이 귀여워졌다는 반응이 대두됐으며, 김정은을 사모하는 모임이 된 것 같다는 네티즌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네티즌의 설레어하는 반응은 낯설지만은 않다. 지난 1‧2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언론에 보도된 제목들을 살펴보면, <변화하는 대북관, 국민들 ‘색안경’ 벗어>, <양정상의 유머 감각>, <김정일 듣던 것과 달랐다>, <박수..환호...탄성...프레스센터도 감격물결>, <역사적 상봉에 시민들 감격.흥분.눈물>과 같은 보도를 통해 김정일의 능숙한 유머, 거침없는 말솜씨, 파격 속 당당한 모습 등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당시 분위기를 회고한 글에 따르면 “정삼회담이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김정일 쇼크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괴팍하고 신경질적, 독재자 등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호적, 합리적, 호탕하다, 개방적이다, 예의 바르다 등으로 바뀌었으며 “정상회담 직후 여론조사에서 53.8%가 김정일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과거 보도와 비교해도 낯설지 않은 2018년 현재 보도상황을 미루어보면, 언론의 견제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와 다르다는 것은 북한이 장기적으로 보여줘야지 언론이 앞장서서 단편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띄우면서 정상회담의 성공을 미리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고 경계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받아들이지 않고 꽉 막혀 어거지를 쓴다‘는 비판만 인터넷을 뒤엎고 있다. 여전히 '평화'와 '감동' 이외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의 행보와 관련한 비판적인 관점은 실종된 언론 보도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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