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 중의 하나로 ‘자영업자’가 꼽힌다. 역대 대선마다 판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자영업자들은 현재 900만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만큼, 대선 후보들도 자영업자들의 표심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손실이 극심했고, 최저임금이라든지 물가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방역대책에 협조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미흡할 경우, 선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권자의 25%인 자영업자 민심, 대선에서 폭발?...이재명과 여당은 방역수칙 완화 추진

특히 여당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를 향해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를 요청했다. 오미크론의 확산세 속에 정부의 방역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데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이 같은 여론이 대선을 앞두고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당부한다. 코로나 확진 환자 급증으로 불안한 상황이지만 (확진자) 상승세는 방역 흐름 속에서 잡혀갈 문제"라며 "이재명 후보 제안처럼 영업시간 확대에 대해 최소한 10시까지라도 전격적으로 수용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거리유세에서 "방역이 이제 대전환점에 왔다"며 정부에 스마트 방역을 주문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에도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감안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골자로 하는 스마트 방역을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 300만원 지원 추진...국민의힘 1000만원으로 맞서 ‘난항’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달래기의 또 다른 축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편성도 요구했다.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역시 이 후보가 거듭 주장해온 내용이다.

당초 이 후보와 민주당은 35조원까지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정부가 제출한 14조원의 추경안 내에서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주장해왔다. 급한 불부터 꺼보겠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방역지원금 1000만원 확대를 요구하며 합의에 응하지 않고 있어, 대선 내 추경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우 본부장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도 추경안을 조기 처리해달라"며 "부족한 부분은 이 후보가 당선된 후 2차 추경이나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 (보충하는) 2단계 접근 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은 1000만원 지급이 아니면 통과를 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대선 전에 추경을 막으려는 정략적 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공들이기의 비밀은?...“7차례 대선에서 자영업자들이 선택한 후보가 대선승리”

이처럼 민주당과 이 후보가 자영업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금까지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7차례 치러진 대선에서 모두 자영업자가 선호했던 후보들이 당선된 전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힘이 되겠습니다' 전국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 대표단 긴급간담회에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힘이 되겠습니다' 전국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 대표단 긴급간담회에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YTN의 보도에 따르면, 1987년 대선에서 자영업자들은 노태우 후보를 선택했다. 그리고 14대 대선에서도 김대중 후보보다는 김영삼 후보를 지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이트칼라 직장인과 가정주부들은 이회창 후보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선택과는 대비되는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표심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꼽힌다. 당선될 것으로 보고 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는데, 전체 유권자층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자영업자의 높은 지지를 받아서 당선이 됐다.

자영업자들의 표심이 전체 판도를 흔들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0대 화이트칼라 같은 경우는 지금 여권에 유리하고 농업, 사업하는 쪽은 현 야권, 보수정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어느 쪽으로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고 분석했다.

20대 대선 자영업자 표심은 요동치는 중...3가지 문제 풀어야 선택받아

하지만 이번 20대선 레이스에서는 자영업자들의 표심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사할 때마다 표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석 달 동안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자영업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YTN의 보도 내용이다.

이처럼 표심이 요동치는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이 꼽힌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제일 많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유독 지금까지의 대선보다도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이 여론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이 투표 전까지 대선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대책부터 손실보상금 그리고 최저임금 문제 등 세 가지 문제를 세세하게 짚어서 풀어내는 쪽으로 표심이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영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온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한 반감으로 여당후보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상호 본부장의 ‘방역수칙 완화’ 주문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요동치는 지지율에, 올해 들어서만 자영업자, 소상공인 단체를 세 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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