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상생 명분으로 대기업들에게 2700억 원대 기부금 요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서 대기업 기부금 '범죄시'… 기업들 "출연 자체가 부담"
자유한국당 "평창티켓 강매 이어 또 기부 강요… 적폐청산 산으로 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산업혁신운동 관련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에 2700억 원대의 기부금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에 참여했던 대기업들에게 2단계 사업을 위한 기부금을 추가로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대기업을 상대로 2100억 원대의 기부금을 거둔 데 이어 2700억 원대 기부금을 또다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 3월 말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운동 중앙추진본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산업혁신운동 2단계 사업을 위한 추가 기부금을 요구했다.

2단계 사업에서도 수백억 원의 기부금을 내야 하는 대기업들은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에 참가했던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2단계 사업 참여를 요청받아 검토 중"이라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거액 기부금을 출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제조업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3월 공장 가동률이 금융위기 수준인 70.3%로 떨어졌고 산업 생산은 26개월 만에 최대로 하락, 설비투자도 한 달 새 7.8%나 줄었다.

산업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대기업의 기부가 논란이 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출연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업계는 이른바 '재벌 개혁'을 주장하면서 아쉬울 때마다 대기업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모순적 행태도 지적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혁신운동은 상생협력법에 근거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상생협력기금 사업의 하나"라며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지만 압박한 적은 없고 구체적 금액도 말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혁신운동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해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심의 상생 협력 관계를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사업이다.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은 올해 7월 종료되고 2단계 사업은 8월 시작될 예정이다. 산업혁신운동은 상생협력법에 따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기금으로 운영된다.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97사가 참여했고 2013년부터 5년간 2277억 원을 기부, 1만 중소기업에 1사당 2000만원 상당을 지원했다.

1단계 사업에서는 기부금 중 92%(2098억여원)를 대기업이 냈다. 삼성전자가 650억 원, 현대차가 500억 원, LG가 150억 원, SK가 100억 원 등을 기부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반강제적인 출연 요청으로 기업들을 옥죄는 문재인 정부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자발적 출연 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요청 받고 무시할 기업이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있다"며 "지난 1월에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기업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 티켓을 강매하더니, 이제는 산업부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상생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에 국민들은 그저 기가 찰 뿐"이라며 "이러니 적폐청산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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