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美 국무부 웹사이트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해리 해리스 대사가 물러난 뒤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 중국과 일본 주재 대사를 발표했다. 출범 7개월 만에 이뤄진 동아시아 전략 재정비에 한국만 쏙 빠져 당시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오랜 시간 감감무소식이었던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미관계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보스턴 출생으로 보스턴대를 졸업했다.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콜롬비아 주재 대사직을 맡아 왔다.

앞서 그는 칠레와 쿠바의 대사 대행, 볼리비아, 필리핀의 대사 등을 맡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 일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총괄한 바 있다.

때문에 과거 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했던 제재 전문가로 골드버그 지명자가 미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에서 어떤 가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새해 들어 잇단 도발과 함께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예고해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대통령 선거 와중인 한국은 오는 3월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이 같은 전환기에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당장 골드버그 지명자는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비롯해 유엔에서 금지한 활동을 할 경우 대북 강경론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며 북한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시그널로 '대화를 위한 선(先)제재 해제는 없다'는 미국 측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미국대사로 직업 외교관이 오는 것은 2011∼2014년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후 처음이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베테랑 외교관'인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사단으로 꼽히기도 한다. 홀브룩 전 특사는 존 F.케네디 행정부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 외교 일선에서 중책을 맡은 외교관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찾은 하와이에서 취재진을 만나 골드버그 지명자 관련 질문에 "지금껏 몇십 명밖에 안 되는 경력대사 타이틀을 가진 상당히 존경받는 외교관"이라며 "블링컨 국무장관도 그를 굉장히 높이 평가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륜이 있는 외교관이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가급적 조기에 부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원 청문회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인준 완료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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