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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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도 대만문제에 끼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방위성의 나카야마 야스히데 부대신(차관)은 “대만은 친구가 아니라 형제이고 가족이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공격은 ‘레드라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4월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을 찾아서, “대만 안정은 일본 안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도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대만과 함께 개최한 심포지움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언급을 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은 반드시 일본의 국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다. 대만에 대한 유사시는 일본에 대한 유사시다. 이는 곧 일미동맹의 유시시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절대로 오판을 해서는 안 되며,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은 경제적 자살이다”라고 그는 언급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베가 망언을 했으며, 레드라인에 도전하면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 일본은 현재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일본이 대만에 갖고 있는 역사적, 전략적 관점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여 당시 청나라로부터 대만을 할양받은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패배하는 1945년까지 50년 간 대만을 식민지로 지배했다. 그 이후 일본은 대만을 중국에 반환하였으나, 일본은 대만에 대해 정치적 및 경제적인 관여를 계속해 왔다. 한편, 대만이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나 1949년에 대만으로 이전한 국민당 정부와 그 이후 대만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대만인들은 중국대륙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대만인들이 식민지시대의 일본에 대해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전이가 이루어지고 있고,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의 세력전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국가이익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현상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냉전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보통국가’의 길을 걸으면서, 동아시아에서 급속히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이 중국을 안보적 위협으로 보는 인식은 일본의 방위력 정비의 지침이 되는 ‘방위계획대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방위계획대강부터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2013년, 2018년 대강을 통해 중국을 ‘주의의 대상’에서 ‘강력한 우려의 대상’으로 격상시키면서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대해 경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일본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문제는 중국에 대한 일본의 안보우려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만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오키나와가 위험해지고, 제1열도선이 뚫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이 뚫리면 이 주변 해상 운송로의 지배권이 중국에 넘어가게 된다. 이는 일본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일본은 석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데, 전체 물량의 70-80%가량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여 일대 제해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아소 다로 전 부총리의 말처럼 ‘국가 존망의 위기사태’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셋째, 일본은 좁게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의 방어를 위해 대만을 중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 간의 관계는 1972년 양국의 관계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양국 간에 센카쿠 영유권을 위요하고 2010년과 2012년 발생한 갈등에 기인한 것이다. 2012년 이후 센카쿠 근해에 대한 중국의 영해·영공 침범은 일상화 되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실효지배를 깨고 공동관리 수준까지 나가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서 일본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센카쿠에서 서쪽으로 불과 180여km에 위치한 대만이 중국의 품안으로 들어간다면, 일본이 센카쿠를 방어하는 데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일본은 대만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여 왔는가?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자체의 국방력 강화를 독려하는 한편 미일동맹을 강화하여 왔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갖고 있는 동아시아의 단극패권은 동아시아에서의 해상패권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부상하는 중국이 ‘해양대국’을 추진하고 있음에 따라,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기존의 해양패권을 지키기 위해 동아시아에서의 해상요충지 중의 하나인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고 있다. 여기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그리고 대만문제는 남중국해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현재 중국이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공해상을 포함한 남중국해 전반에 대한 미국의 해상패권 장악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문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만문제도 쿼드의 주요관심사 중의 하나로 되어 있다.

한편, 1997년에 채택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일본의 방위태세의 중대한 조정을 가져 왔다. 당초 미일동맹의 틀에서 일본군대가 미국에 제공하는 지원은 일본에 대한 배타적인 방위에 한정되었으나, 일본의 ‘주변지역의 사태’를 처리하는 것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미일 방위지침의 작전범위에 대만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2005년 미일 양국은 ‘대만해협의 안보’를 양국의 ‘공동의 전략적 목표’로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최초로 공식발표하면서, 양안관계에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미일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대만문제를 중시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해상 합동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당분간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의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만의 하나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다면 일본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본의 대응조치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간섭을 할 경우 후방지원을 포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후, 평화헌법을 채택하고 전수방위원칙을 고수하여 왔다. 하지만 냉전 이후 일본은 미일동맹 일체화 및 독자적 방위력 강화를 통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안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방위정책의 관심대상이 일본 본토에서 주변지역 그리고 국제무대로 확장되어 왔다. 특히, 2013년에 개정된 방위계획대강은 센카쿠 열도의 방위 및 탈환을 염두에 둔 방위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이 2015년에 집단적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함으로써 일본 방위안보정책의 기본인 전수방위원칙에 대한 실질적인 종언을 고했다. 일본은 자신의 안보정책의 변경과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해 대만에 대한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은 마련한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대만 유사시에 일본은 당시의 일중 간의 전략적 경쟁의 측면을 고려하여 미일동맹을 통해 대만에 대한 개입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대만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무엇인가? 대만문제와 관련 우리와 일본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만문제는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보듯이 대만문제와 한반도정세는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만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북한을 활용하여 미국의 전력을 분산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고 북한도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유혹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대만 주변의 해상 운송로의 지배권이 중국에 넘어가게 되면, 석유와 같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대만 양안 간의 평화와 안정에 큰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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