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제20대 대선 첫 TV토론이 끝난 후, 전 국민의 화제로 떠오른 단어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기후변화 대응과 원전 문제 대응 정책을 묻는 과정에서 언급한 단어였다. 윤 후보가 제대로 알지 못해 이 후보에게 되묻는 상황이 벌어져 화제가 됐다.

RE100의 실상은 ‘DE(Dumb Energy, 멍청한 에너지)’...태양광과 풍력만으로 기업이 돌아간다고?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환경을 생각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의도’로 이 단어를 언급한 것으로 관측됐다. 아울러 ‘윤 후보가 이 단어를 몰라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준비 안 된 후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토론이 끝나고 “그런 식의 질문은 좀 실수가 아니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후보는 “RE100 정도는 윤 후보가 모른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서 질문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마치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금과옥조인양 언급한 RE100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RE가 아니라 DE(Dumb Energy, 멍청한 에너지)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만으로 기업이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모두 충당한다는 게 RE100의 개념이다. 이는 현실에서 기업이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이다. 오히려 기업에게 부담을 지움으로써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석순 이대 교수, “RE100은 비영리단체의 캠페인에 불과”...정규재 주필, “일종의 컨설팅 사업”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방송에서 RE100은 ‘멍청한 (Dumb) 에너지가 지구를 살린다는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방송에서 RE100은 ‘멍청한 (Dumb) 에너지가 지구를 살린다는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8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RE100이 무슨 대단한 것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비영리단체가 만든 캠페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RE100은 201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기업이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개념이다. 애플, 구글, BMW 같은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는 SK나 LG 일부 계열사가 참여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앞두고 저 단체가 저런 아이디어로 전 세계 리딩 비즈니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회원들을 모아서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규재 주필은 “환경을 연계시켜 회비를 받고 일종의 컨설팅을 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만든 멤버십은 RE100 이외에도 EV100(Electric Vehicle), EP100(Energy Productivity) 등 다양한 멤버십이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서 탄소 배출을 줄인 멤버사들을 대상으로 연례 보고서도 만들고, 상장을 주는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각 멤버십 비용은 50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만약 재생에너지를 많이 못 쓰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을 많이 했으면 이 단체가 주는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사면 된다는 점을 들어, 기후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를 표방하는 일개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필요도 없는데,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쓰라고 독려하면서 RE100을 강조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런 게 있다는 것을 알 필요도 없다”며 “재생가능한 에너지라는 것이 멍청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RE100이 아니라 DE(Dumb Energy)100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기업체가 자기 분야의 사업만 잘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지붕에다가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재생에너지를 사려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체의 비용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RE100이 불필요함을 강조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펜앤드마이크의 유튜브 방송에서 “RE100은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멤버십 제도인데, 정부가 과도하게 RE100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펜앤드마이크의 유튜브 방송에서 “RE100은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멤버십 제도인데, 정부가 과도하게 RE100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구글도 RE100 포기하고 원전 포함시킨 CF100 선택

실제로 현실에서 RE100을 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구글은 2018년부터 RE100에서 한발 더 나아간 'CF100(Carbon Free)' 계획을 실천 중이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무탄소(Carbon Free)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며, 무탄소 에너지원에 원전을 포함시켰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햇볕이 있을 때와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100%를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는 일부 환경단체들은 RE100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우리나라 기업도 여기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환경단체는 구글의 ‘CF100’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재생에너지 의존도 큰 텍사스주, 지난해 대규모 한파로 240조원 규모 경제피해 입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미국 텍사스주.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미국 텍사스주.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교수는 RE100의 멍청한 실사례로 지난해 2월 텍사스주의 이례적인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를 들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텍사스주에 닥친 기습적인 한파로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 가동되지 않으면서 200여 명이 숨졌고, 24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이다.

구글의 사례와 택사스주의 기습한파에 따른 정전 사태만 보더라도,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100을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와 환경단체, 또 그에 발 맞추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대해 ‘DE100’이라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석유와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므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그로 인해 인류는 더 이상 후손에게 녹색지구를 물려주기 힘들어졌다는 메시지가 가진 상징적인 위력은 막강했다. 그 메시지에 맞서는 놈이 나쁜 놈으로 치부돼왔다.

RE100의 실체가 알려진 이상, RE100에 맞서는 것이 오히려 ‘선’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됐다. 우리 기업과 정부 당국자는 RE100을 포기하고 CF100을 채택한 구글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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