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등장에 이어, 13일에는 친문 상왕 이해찬 전 대표까지 등장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등판 무대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이 후보를 돕는 사람들이 안 보이고, ‘이재명만 보인다’는 말이 무성한 상황에서의 등판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인터뷰에 응했나”는 김어준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왜 후보 혼자 뛰게 하느냐?”는 말이 (주위에서) 많아서, “비공개로 했던 일을 나서서 도와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은 진영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스스로 ‘이 후보가 혼자 뛴다’는 세간의 평가를 인정한 발언을 한 셈이다. 특히 이 후보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원팀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명 측근 이재강, “민주당 의원들 정말로 움직이지 않아”

이 후보의 측근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재강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지난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실상 원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방송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 정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원팀이 되어서 이재명 지사의 개인 플레이를 두지 말고 함께 다 나서서 가슴으로 만나고...”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패널로 출연한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선언은 잘 안 되고 있는 겁니까?”라고 질문하자 이재강 대표는 “원팀이라는 측면에서는 좀 그런 의도하는 바, 목표하는 바가 달성되지 않고...”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김 대변인의 기습 질문에 ‘민주당의 원팀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고백을 엉겁결에 한 셈이다.

지난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재강 기본소득운동본부 대표는 민주당의 원팀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재강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 대표는 민주당의 원팀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연이어 패널로 출연한 진중권 작가 역시 이 후보의 아픈 곳을 찔렀다. 진 작가는 “기존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하고 결합이 잘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자 개인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 작가의 지적에 이재강 대표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개인 플레이를 계속 해 오다가, 선대위를 전격 교체해서 아직은 그 효과가 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진짜 원팀이 돼야 되고 이재명 후보의 개인 플레이를 함께 돕기 위해 모두가 다 나서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좀 박스권에 갇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이재강 대표가 밝힌 이런 배경이 이해찬 전 대표의 등판을 재촉한 요소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를 돕는 의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대선 이후의 당대표 선거를 위해 개인 조직을 가동하는 의원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이다. 대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여당보다 강한 야당이 오히려 체질에 맞다는 말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을 정도이다.

유시민에 이어 이해찬 등판...이재명 지지율 끌어올릴지는 미지수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해 유시민 작가에 이어, 이해찬 전 대표가 등판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바라보는 심기가 못내 불편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김어준의 방송에서 국민의힘 선대위를 비난하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오합지졸이 아니라, 오합지왕”이라며 전부 왕 노릇을 하다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비아냥댔다.

이 전 대표가 ‘오합지왕’이라고 지칭한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박주선 전 의원 등은 윤석열 대선후보 곁에서 중도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반면 이재명 대선후보 주위에서는 이런 인물들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마지못해 유시민 작가에 이어, 이해찬 전 대표까지 등판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전 대표는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이해찬 전 대표는 1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하지만 이들의 등판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해찬 전 대표의 등장에 대해 “이나땡”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해찬 전 대표가 나오면 땡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지금은 양측의 지지층이 상당히 결집되어 있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상대진영이나 중도진영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의 영입이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나 유 작가의 등장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게 된 상황 자체가 이재명 후보의 고립무원을 뜻한다는 점에서, ‘이재명만 보인다’는 민주당의 현 상황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움직이지 않는 친문의 계산법, “윤석열보다 이재명이 문 대통령을 내칠 가능성 높아?”

이에 대해 진중권 작가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명학 연재 제1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이재명 후보는) 자기에게 필요하다면 언제든 문재인 대통령을 제물로 넘길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진 작가는 오히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문 대통령을 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윤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강조했기 때문에, 보수 쪽에선 실망하겠지만 윤 후보는 그 말을 지킬 것이라는 것이 진 작가의 입장이다. 반면 진 작가는 “이재명은 다르다. 그는 자기에게 필요하다면 언제든 문재인을 제물로 넘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 작가는 “그걸 친문들도 알기에 안 돕는 것"이라며 재명학 연재 1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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