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한 번 잘못 던졌더니 경찰, 관세청에 이어 공정위까지 대대적인 수사나서...업계는 '한진 죽이기' 나섰다는 반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경찰과 관세청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를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부터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기업집단국 조사관 30여 명을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집단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신설되어 '재벌개혁 전담부서'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공정위 조사국의 후신이다. 2005년 재계의 요구를 받아 들여 폐지됐지만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 12년 만에 부활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다수의 한진그룹 계열사가 기내면세품 거래 과정에서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통행세'가 있었는지 조사한다.

공정위는 한진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 원종승씨와 조현아·조원태·조현민씨가 공동 대표를 맡은 면세품 중개업체 '트리온 무역'이 통행세를 챙겼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트리온 무역의 매출액이 크지 않은 만큼, 이 업체와 비슷한 성격의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범위를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정위가 지난 2016년 11월 이와 유사한 혐의를 적용해 대한항공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해 패소했던 상황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공정위는 계열사 내부 거래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당시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동원해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대부분 하게 하고, 광고 수익은 조씨 삼 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몰아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작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혐의"라며 "당시 부당 이익 제공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과 관세청은 한진 총수일가와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태블릿PC, 외장하드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벌이며 대대적인 '한진 죽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경찰은 조현민씨의 폭행·특수폭행 등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그가 유리잔을 던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관세청은 조씨 삼 남매와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한진 총수일가와 대한항공의 상습적이고 조직적인 밀수·탈세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까지 가담하며 한진을 끝까지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조씨가 던진 유리잔이 사람에 맞았는지, 맞았으면 특수폭행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규명하고 끝날 일을 대대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해 이렇게까지 끌고 가는 것은 삼성에 이어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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