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신복지 공약 8대 분야 120대 과제 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신복지 공약 8대 분야 120대 과제 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종료일인 10일을 앞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장동 게이트’를 거론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네거티브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이 전 대표가 사흘 후면 경선이 마무리되는 만큼,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판세가 뒤집어지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전망했다. 김씨는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태도를 겨냥해 “평소에 합리적인 분들도 선거철이 되면 미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았다. 이 전 대표의 승부수를 극단적으로 폄하한 것이다.

역풍 두려워 몸조심해온 이낙연, ‘이재명 책임론’ 꺼내 들어

지난 6일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사건 수사, 미적거리면 안 된다”며 “진상규명이 미흡하거나 늦어지면 여야 정당을 포함한 한국 정치와 국가 미래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수세에 몰린 이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다. 지난 5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국민의 분노와 상실감이 커졌고 상당 부분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면서 잔뜩 날을 세운 데 이어 거듭 이 지사를 겨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검경의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낙연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검경의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이낙연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당초 이 전 대표는 ‘내부 총질’ 논란을 의식해 대장동 공세에 말을 아꼈다. 이 지사가 연루되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이 지사를 공격했다간,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는 역풍만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전 대표 캠프는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뒤에도 이 지사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운현 캠프 공보단장이 당시 “이 지사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며 책임론을 제기할 때도 캠프 일부 인사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강공’ 모드로 전환한 건 캠프 차원에서 전략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측근 설훈, 야권 프레임인 ‘이재명 게이트’ 공식 언급

이 전 대표 본인은 물론 캠프의 핵심 인사들까지 총출동해 이 지사 저격에 돌입했다.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지난 3일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을 겨냥해 “이 지사의 측근 중 측근, 심복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단언했다. 또 “국민 절반 정도가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한다”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야권의 프레임인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 역시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치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알고 보니 수천억 원의 비리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이 이렇게 입장을 바꾼 데는 ‘본선에서 유동규 리스크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대선 때는 ‘노무현 심판론’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이 변수가 되지 못했지만, 지금처럼 여야 ‘초박빙’ 구도에서 터진 대장동 의혹은 얘기가 다르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재명이 서울·경기 투표에서 38% 득표율 넘기면 대선후보로 확정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결선 투표에 가기 위해선 9~10일 서울·경기 권리당원·대의원(30만9177명)과 3차 국민 선거인단(30만5780명) 투표에서 이 지사의 득표율이 38%(약 16만명·투표율 65%가정)를 넘기면 여지가 없다. 만약 38%를 넘는다면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과반이 되면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 광주·전남 경선을 제외한 10차례 경선에서 모두 과반을 기록해온 이 지사의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곤두박질 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 측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최근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경선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캠프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당원들이 참여하는 9~10일의 투표에서는 지금까지의 투표 결과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거는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이 지사의 득표율이 30%를 상회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0%를 넘는 지사의 득표율은 역대 경선 2위 후보들과 비교할 때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위였던 손학규 후보는 22.2%에 머물렀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56.5%로 1위를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도 2위 안희정 후보는 21.5%에 불과했다. 1위였던 문 후보(57.0%)의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이었다.

30%대 지지율 획득한 이낙연, 경선 종료 이후 변동 가능성도 기대?

30%대 지지율을 획득했다는 것은 민주당 진영에서 적지않은 지분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본선이 5%포인트 이내의 박빙 승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캠프와 이 전 대표가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 내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내년 6월)와 전당대회(내년 8월) 출마를 원하는 이 전 대표측 인사들을 위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장동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경우, 민주당 경선 종료 이후에도 대선 구도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한 뒤, 이후 정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에 기대를 거는 캠프 내 관계자들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실질적인 당대표인 김어준은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하며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본선 직행 가능성을 전망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하며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본선 직행 가능성을 전망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재명 지원하는 김어준, “판세 뒤집어지기에는 시간이 없어”

김어준은 이 전 대표와 캠프의 이런 승부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고 승부수를 띄운 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전문가들은 승부수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간단히 상황을 정리했다.

김씨는 이 지사가 돈을 직접 받은 것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판세가 뒤집어지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지사의 본선 직행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김씨는 이 전 대표의 행동을 겨냥해 "제가 20여년간 수많은 선거를 봐왔다"면서 "평상시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들인데 선거철이 되면 하나같이 일정 정도 미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마음이 급해지고, 집착도 강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다른 사람이 된다"며 "신기한 건 선거가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며 이 전 대표의 상황을 짚었다. 김씨의 이런 발언이 9~10일의 서울·경기 권리당원·대의원투표와 3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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