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PG) [일러스트=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PG) [일러스트=연합뉴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의미하는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한 카드로 ‘백신 패스’를 검토하고 있다. 백신 패스가 없으면 식당,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출입할 때 제한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방역 당국이 일반 성인의 접종 완료율 80%를 위드코로나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하고 있어, 공식 발표만 없을 뿐 ‘접종 의무화 조치’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역 당국은 백신 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백신 패스 도입과 함께 인증방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상당국가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백신 패스에 대해 찬반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접종 의무화’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9일 연방 공무원, 100인 이상인 민간기업 근로자, 의료 종사자의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최대 1억 명에 이른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접종 의무화 정책이 도입된 것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백신 미접종 직원 무더기 해고 절차 돌입

미국 대표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이달 27일로 정한 백신 접종 의무화 마감시한이 끝났으며, 접종하지 않은 직원 593명에 대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초 미국 항공사 최초로 모든 국내선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이달 27일까지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당초 10월 25일로 접종을 완료하기로 정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 백신을 정식 승인하자 증명서 제출 시한을 앞당겼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미국 본사 직원은 6만7000명에 달한다.

최근 유나이티드 항공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들을 무더기 해고하는 절차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들을 무더기 해고하는 절차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항공사 측은 해고 대상 직원들이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는다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 20명이 백신 접종을 거부했으며 약 330명이 면담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승무원노동조합은 100명에 육박하는 승무원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항공사 직원 6명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해 텍사스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첫 심리는 다음달 8일 열린다.

유럽의 백신 패스 도입은 제각각, 가장 먼저 의무화한 이탈리아는 관광업 부활 시도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백신 패스를 시행중이다. 도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나라도 많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백신 패스를 활용하는 법과 국민들의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중에서 백신 패스 도입을 처음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이탈리아이다. 오는 10월 15일부터 이탈리아의 모든 근로자는 출근할 때마다 코로나19 면역증명서인 ‘그린 패스(Green Pass)’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CNN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전체 장관이 참여한 내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모든 근로자는 공공·민간 영역을 불문하고 출근할 때마다 면역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사업장 관리자는 이 패스를 통해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비롯해 48시간 이내에 진행한 코로나19 검사의 음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최근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 완치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근로자가 그린 패스를 소지하지 않을 경우 결근으로 처리되고 회사나 사업장을 출입할 수 없게 했다. 또 정부에서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발생해 이탈리아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월 28일 기준 이탈리아의 1차 접종률은 74.61%이고, 완전(2차) 접종률은 67.55 %이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옷가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증명서인 '그린 패스' 디자인을 새긴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식점과 문화·체육시설 및 대중교통에 이어 내달 15일부터는 모든 직장에서 근로자들이 그린 패스를 소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진=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옷가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증명서인 '그린 패스' 디자인을 새긴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식점과 문화·체육시설 및 대중교통에 이어 내달 15일부터는 모든 직장에서 근로자들이 그린 패스를 소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이탈리아가 그린 패스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때 코로나19 감염 발생자가 가장 높을 정도로 방역에 취약한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방역 조치를 강화해 다시 관광업 부활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부터 박물관·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 테마파크·영화관 등 다중 이용 시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용자가 그린 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이달부터는 국내선 여행이나 기차·유람선 등의 탑승객으로도 그린 패스 적용 대상이 늘어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모든 사업장으로 이를 확대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여론 반대 무릅쓰고 백신 패스 도입...영국은 시민과 정치권 반발로 도입 실패

독일과 프랑스 역시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신 패스를 의무화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 음성 판정자, 확진 후 완치자에 인증서를 지급해 다중이용시설 입장 시 이를 제시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지난 7월 백신 패스 의무화 제도를 11월까지 시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논의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역시 7월 백신 패스 도입이 공론화되면서 “백신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기본권 침해라는 정치권의 반대에 직면했다.

일찌감치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은 백신 패스 의무 인증을 시행하려 했으나, 시민과 정치권 반발에 밀려 계획을 철회했다.

스페인도 백신 패스 도입에 실패했으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스페인 각 지방정부에서 다중이용시설 출입시 백신 혹은 음성 판정, 확진 후 완치 판정 인증을 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각 지방 고등법원에 의해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이 내려진 뒤 보류된 상태였다.

그러나 유럽 현지 언론 더 로컬에 따르면 최근 갈리시아 주 대법원은 “식당과 야간 업소 이용 시 증명서를 제시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정당하다”며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법원은 “해당 조치로 얻는 방역 이점이 백신 접종 요건을 제시하며 희생되는 권리보다 크다”며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적합한 조치”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로 인해 스페인의 다른 지방 정부에서도 백신 패스 의무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백신 패스 의무화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서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패스 도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맞든 안 맞든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함께, 백신은 강제가 아니며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반대론이 있다. 반면 권리와 책임은 같이 가는 게 맞다며 “백신 접종자는 무상 치료, 미접종자는 유상으로 치료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있다. 백신을 거부한 사람의 치료비는 스스로 부담하라는 반론이다.

정부의 백신 접종 독려 정책에 발맞춰 일부 직장에서는 백신 접종을 ‘선택’이 아닌 ‘강요’하는 분위기가 우세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말고, 차별도 하지 말아달라”는 호소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9월 30일 현재 17,000 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코로나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9월 30일 현재 17,000 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미국 내에서도 지난 9일 ‘백신 의무화 조치’가 발표된 이후,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위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원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인정해주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해 일자리를 잃은 의료진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병원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대해 직원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쪽은 백신 접종 의무화가 타당하다”는 흐름이 관찰된다. 폭스뉴스가 지난 12∼15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찬성하는 비율은 61%로, 반대(36%)를 크게 앞섰다. 공무원에 대한 접종 의무화에 찬성하는 여론도 58%, 실내 시설에 입장할 때 접종 증명을 요구하자는 비율도 54%로 반대 의견보다 각각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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