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역체계로 점진적 전환 (PG)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새 방역체계로 점진적 전환 (PG).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지난 28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패스’ 도입 검토 등, 위드코로나에 대한 윤곽을 발표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시점은 10월 말에서 11월초로 예상된다. 3천명대 확진자가 나와도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은 ‘접종 완료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고령자에 대해서는 90%, 일반인에 대해서는 80%가 달성되는 시점을 위드코로나 시작 시점이라 밝힌 바 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1차 접종률 80%, 2차 접종률 70%에서 한발 나아간 목표이다. 델타 변이에 의한 확산 등을 억제하기 위해 2차 접종률(접종 완료율) 기준을 높인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고령자의 90%, 성인 80% 접종 완료되는 시점에 위드 코로나가 시작될 것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고령자의 90%, 성인 80% 접종 완료되는 시점에 위드 코로나가 시작될 것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한 번도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 573만명, 예약율 4%에 그쳐

접종 완료율 80%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가 꼽힌다. 현재 미접종자는 57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에 대한 접종 예약은 이달말까지 예정돼 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까지 예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10월 1일부터 mRNA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접종자들의 예약율은 미미하다. 위드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573만명의 약 4%에 해당하는 23만 정도가 예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 ‘홍보와 안내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까, 꼭 맞아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들을 설득해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접종자 573만명은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 인구의 80% 완전 접종률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수치이다.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접종이 절실하다. 이들은 기회가 없어서 접종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에는 지난 8월 초에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상반기에 접종을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였다.

고령층 미접종자와 돌파감염이 확진자 증가세 부추겨

그런데도 고령층의 100만명이 미접종자로 분류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최근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하는 현상과 ‘고령층 미접종자’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청장은 “고령층에 남아 있는 미접종자로 인한 확진자 발생과 면역이 낮아 생기는 ‘돌파감염’이 고령층 확진자 증가의 원인”이라면서 “고령층은 면역이 형성되거나 면역이 지속되는 게 젊은 층보다는 약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고령층 미접종자에 대한 접종을 설득하고, 접종자에게는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통해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2주(9월 5~18일)간 70대 확진자 723명 중 524명(72.5%)이 접종 완료자였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돌파감염’이 나타난 것이다. 80대 이상은 이 기간 확진자 350명 중 70.9%(248명)가 접종 완료자였다. 75세 이상의 고령층에 대한 1차 접종이 지난 4월에 시작돼, 백신 효과가 떨어져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고압적 태도는 잘못...미접종자 설득 위한 ‘낮은 자세’ 필요해

하지만 고령층을 포함한 미접종자에 대한 설득과 안내가 과연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이 관계자 “정부는 이달말까지 접종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다는 식의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래서는 미접종자를 이끌어낼 수 없다. 좀더 낮은 자세로 미접종자에게 다가가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미접종자의 접종률을 높여 면역 형성 인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미접종자의 접종률을 높여 면역 형성 인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전문가들은 미접종자들을 설득해 접종률을 높이는 게 위드코로나의 관건이 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비난과 강요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다며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네거티브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사적모임을 풀어준 후에도 미접종자들의 경우 2인 이상 모임을 제한하는 등 네거티브 인센티브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접종자의 낮은 낮은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백신패스’를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8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백신패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백신패스'는 이미 독일이나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독일의 백신패스 '3G'는 백신 접종 완료자와 음성 판정자(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항원검사에서 음성), 확진 뒤 완치자를 대상으로 다중이용시설, 실내 행사, 병원과 요양원 등을 이용하게 하는 조치이다.

위드코로나 시대의 ‘백신패스’제도로 미접종자 설득해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백신패스를 도입해, 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사적 모임,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미접종자는 이런 혜택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미이다.

접종 완료자에게 주어지는 ‘자가 격리 면제’ 혜택도 접종률을 높이려는 시도의 일종이다. 접종 완료자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과 밀접 접촉을 해도 증상이 없을 시에는 자가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더 줘서, 접종률을 높이려는 시도인 셈이다.

지금까지는 접종 완료자라도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하면 무조건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4일부터는 바뀌었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면 밀접접촉 뒤에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가 면제되고 수동감시 대상자가 된다. 보건소가 하루 두 번씩 발열 등을 확인하는 능동감시 대상자와 달리, 수동감시 대상자는 스스로 발열 등을 확인해 보건소에 알리면 된다.

지난 23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최근 연구 결과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유효함이 확인됐기에,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쪽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하면서, 접종을 모두 마친 뒤 2주가 지나야 하고 증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알렸다.

자가 격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제약이 없어진다. 위드코로나의 방향과도 잘 맞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패스나 자가 격리 면제 등의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면, 미접종자의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하게 된다면 그런 차별을 이겨낼 만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다 같지 않겠느냐며, 접종 완료율 80% 달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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