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관련한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서울교통공사 전경, 사진=정재영 인턴기자
구조조정 관련한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서울교통공사 전경, 사진=정재영 인턴기자

8일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본사 앞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직원들로 붐볐다. 14일 총파업을 앞둔 탓인지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직원들과 구조조정과 관련한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정오가 되자, 한 청년이 피켓을 들고 본사 정문 앞에 섰다.

마스크를 쓰고 홀로 서 있는 청년에게 지나가던 공사 직원들의 시선이 멈췄다. 피켓 앞에 선 청년은 정운용(31) 서울교통공사 ALL바른노동조합 사무처장이었다. ‘4조 2교대 명문화’, ‘야간경비 외부위탁 문제제기’ 등의 피켓 문구가 기존 노조가 내건 현수막의 ‘인력 충원’,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 저지’를 호소하는 투쟁적인 논조와는 사뭇 달랐다.

본지는 1인 시위를 진행중인 정운용 사무처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ALL바른노동조합의 자세한 속사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정운용 서울교통공사 ALL바른노동조합 사무처장(사진=정재영 인턴기자)
정운용 서울교통공사 ALL바른노동조합 사무처장(사진=정재영 인턴기자)

ALL바른노동조합은 조합원 중 90%가 20~30대 직원이라는 젊은 노동조합이다. 직원들에게는 제1노조(민주노총 산하) 및 제2노조(한국노총 산하)에 이은 제3노조로 불리고 있다. 기존 노조들과 다르게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노조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정치적인 부분들을 단호하게 배제하는 등 ‘젊은’ 노조로써 색다른 모습을 보이며 MZ세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운용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러한 MZ세대가 주축이 된 ALL바른노조가 출범한 것에는 ‘공정성’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불공정하고 무차별적인 정규직 전환이 ‘바늘 구멍’ 같던 취업문을 힘겹게 통과한 젊은 직원들에게는 되려 역차별로 느껴진 것이다. 기존 노조가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과하게 집중해 젊은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에 재직중인 한 직원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 배치된 부서의 주류 기성노조 가입을 선배에게 권유 형식으로 압박 받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정작 가입한 젊은 직원들에게는 큰 발언권이 없다고 한다. 기존 노조에게 젊은 신입사원들은 세력을 불리기 위한 투쟁의 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다.

정운용 사무처장은 또, 이번 구조조정의 원인 중 하나는 무기계약직의 현 정부의 불공정한 일반직 전환에 있다고 밝히며 “2018년 무기계약직의 불공정한 일반직 전환으로 1285명이 일반직으로 전환됐는데, 이번 구조조정안의 정규직 인원감축은 약 1400여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양대 지하철 공사 통합 후 예정됐던 자연감축안이 불공정 전환 없이 진행됐다면 이번 구조조정은 없었을 일이다. 이또한 명백한 역차별”이라 강조했다.

정운용 사무처장은 젊은 노조로써 기존 노조와 구분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할 것은 하자’는 의견 개진 방식이라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내 MZ세대 직원들은 본인들의 권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노조 조합원들처럼 ‘머리띠를 메고 총파업을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불편을 겪게 되는 주체가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ALL바른노조의 조합원들이 맡은 업무는 충실하게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1인 시위를 진행중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피켓의 ‘사장님 오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라는 문구에 뼈가 있는 이유다.

다음은 정운용 사무처장과 진행했던 인터뷰 전문이다.

Q. ALL바른노동조합이 출범한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A. “힘들게 공부해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했는데, 최근 지속적인 불공정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 점이 명백한 역차별이라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또 기존노조가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Q. 이번 시위의 취지는 무엇인가.

A. “사측에서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원인은 적자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과 과소한 정부 보조금에 대한 개선 없이 적자를 직원들만의 문제로 규정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Q. 시위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A. “우리 조합은 교섭권이 없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시위는) 방역수칙을 지키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SNS를 통해 홍보활동을 하는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조합원들 사이에 ‘할 것은 하자’는 공감대가 있어서 시위는 전부 업무 외 시간에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총파업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Q. ALL바른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압박이 존재했는지.

A. “노조 자체를 목표로 한 압박은 없었다. 그렇지만 신입사원 입사 초기 기존 기성 노조들의 가입강요가 존재한다.”

Q. ALL바른노동조합의 목표와, 기성 노조와의 차별점을 설명해준다면.

A. “투쟁방식이 다르다. 기성 노조처럼 머리띠를 메고 투쟁하지 않을 것이다. ALL바른노조 조합원들은 현실에서는 성실하게 일하고 업무 외 시간에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정치적인 부분들은 아예 배제하기 위해 상급단체도 두지 않았고, 직원의 권익향상 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한가.

A. “불공정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적자로 인한 복지축소,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활동도 계속 할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정원의 1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에 맞서 오는 14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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