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는 국가기관이냐, 중국 선전 기관이냐?"
중공군 6.25전쟁 불법 참전 미화하는 '프로파간다 영화', 오는 16일부터 유통
최재형, "철저히 중국·북한 시각에서 제작된 영화...허가한 의도가 뭐냐?"
유승민, "사드배치 이후 중국은 限韓令 지속하는데...文정부 '상호주의'가 이런 거냐?"

6.25전쟁에 불법 참전한 중공군을 미화(美化)하고 중국의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프로파간다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1953 금성대전투〉(원제 金剛川·금강천)의 국내 유통이 결정됐다. 이에 우파 진영의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바이두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

‘미군의 무자비한 폭격과 함께 북진(北進) 야욕에 불타는 한국군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다. 인민군 공병대는 결사 항전을 준비했다. 금강천을 한국군 사단의 피로 물들인 인민군 최후의 전투’—지난달 30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받고 오는 16일부터 국내 유통이 예정된 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의 홍보물 카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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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원제 金剛川·금강천)의 홍보 포스터.(출처=다음영화)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공산 진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우리 군과 미군을 ‘악’(惡)으로 상정하고 북한군과 일을 돕는 중공군을 ‘선’(善)으로 묘사한 중국의 ‘프로파간다 영화’(정치 선전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국내에서 유통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물론,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파 진영 각 대선 주자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23일 중국에서 개봉한 〈1953 금성대전투〉는 1953년 7월 금강산(金剛山) 금강천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중국내 개봉일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항미원조(抗美援朝) 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한 날이었다. ‘항미원조 전쟁’이란 중국에서 6.25전쟁을 일컫는 말로써,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는 뜻이다. ‘반미주의’가 다분히 반영된 명칭.

당시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線)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며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戰場)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동 가운데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한 것은 바로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함이었다는 취지다.

심지어 이 영화는 중국 당국이 그 관람을 적극 권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 기관들은 실제로 〈1953 금성대전투〉의 단체 관람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파 진영 대권 주자들, 비판의 한 목소리...“文정부 대중 굴종외교 끝은 어디까지냐?”

우리 군과 동맹 미군을 ‘악’으로, 북한군과 중공군을 ‘선’으로 묘사한, 이를테면 ‘불온선전물’수준의 영상이 국내에서도 유통되게 됐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특히 내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대권 도전을 선언한 우파 진영 인사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前) 감사원장은 7일 오전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해당 영화에 대한 상영 허가가 이뤄진 것을 적극 비판했다.

해당 글에서 최 전 원장은 “북진 야욕에 불타는 한국군? 이게 정상입니까”라며 “(〈1953 금성대전투〉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고 소개된 그 영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대체 전쟁을 도발한 게 누구입니까”하고 되물으며 “(이 영화는) 철저히 중국과 북한의 시각으로 제작된 것” “16일부터 IPTV를 통해 공개되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판단과 비판은 시청자들의 몫이지만, 청소년들에게 침략 전쟁에 가담한 중국 인민군을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를 보여주는 의도가 대체 뭐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유승민 전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유 전 의원 역시 이날 〈文 정부 대중국 굴욕외교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충격이다.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고 한 文 대통령의 굴욕적인 발언은 아직도 국민들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한다”며 “이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을 침략한 중공 찬양 영화를 우리 안방에서 보라는 것이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해당 영화의 유통을 허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의원은 “영등위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입니까, 아니면 중국 홍보기관입니까?”라며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지금까지 ‘한한령’(限韓令)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배척하고 있는 상황으로 화장품, 유통,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지적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문화 상호주의는 어디로 갔습니까? 중국 정부에 굴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게 문재인식(式) ‘상호주의’입니까?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나라’다. 더는 나라와 국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1953 금성대전투〉에 대한 인터넷 여론 역시 부글부글 끌었다. 네티즌들은 “국군 영혼들이 분노하겠다”며 이 영화의 국내 유통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들을 보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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