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文캠프서 미신고 선거사무소 사조직 'SNS지원단' 지휘
2013년 기소, 14년 항소심서 대응1팀장과 함께 벌금 90만원형 확정
19대 대선 경선캠프·선대위 재발탁, 정권교체 직후 靑 의전비서관
남북정상회담 실무회담 정부측 수석대표로도 활동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댓글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70여명 규모의 'SNS 활동 사조직'을 운영하다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은 인사가 문재인 정권 출범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돼 근무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한기 현 청와대 의전비서관(52)이 그 장본인이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실 선임행정관의 상사다. 조 비서관은 지난 5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오는 27일)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조직적·집단적 여론조작 시도라는 성격을 지닌 불법선거운동의 장본인을 대선 캠프에 재차 발탁하고, 청와대 입성과 함께 데리고 들어와 요직인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발탁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도 제기될 소지가 많다.

조한기 비서관은 과거 18대 대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지원단장을 맡았고, 이때 SNS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2014년 벌금 90만원형을 받은 전력(前歷)이 있다. 그러나 2017년 19대 대선에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SNS 부본부장으로 발탁됐고, 5·9 대선 승리 직후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등용됐다.

이는 17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드루킹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영찬 수석은 민주당원 댓글조작의 '윗선 개입설'을 차단하고자 "기계(매크로)를 갖고 돌렸냐 아니냐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댓글부대' 운영 자체를 "매국노"에 비유하던 민주당 출신답지 않은 주장이다.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앞서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약 두 달 앞둔 11월초 민주통합당 보좌진 20여명은 ▲전략기획팀, ▲메시지팀, ▲실무지원팀 3개로 구성된 SNS 기동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한 메시지를 조직적으로 기획, 생산, 유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동시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난하는 메시지도 유포했다.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민통당 의원의 비서관 차모씨가 중심이었던 이 조직은, 같은해 12월초 10개 팀·총 76명 규모의 'SNS 지원단'으로 확대·개편됐다. 사무실에 도입한 컴퓨터만 90대 이상이었다. 조한기 18대 대선 문재인 민통당 후보 캠프 뉴미디어지원단장이 책임자를 맡았다. 기존 SNS기동대는 지원단 중 '대응1팀'으로 편입돼 차씨가 계속 이끌었다.

2012년 12월14일 당시 새누리당은 민통당이 여의도 신동해빌딩 6층에서 미신고 선거사무실을 차려놓고 불법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취재진과 선관위 관계자 등을 대동해 현장조사를 시도했다가 민통당 측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후 "신동해빌딩 6층은 선거운동기구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따라 서울시 선관위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남부지검은 2013년 6월20일 조한기 전 단장과 차 전 대응1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4년 5월까지 1심과 2심 재판이 열렸고, 조 전 단장과 차 전 팀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 '선고유예'(벌금 20만 원)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형량이 높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SNS지원단은 문 후보의 정책·유리한 글 등을 직접 전파해 선거운동에 나아갔기 때문에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을 설치해 이용했다고 할 것"이라며 "트위터·페이스북 등 파급효과가 큰 SNS 매체를 이용해 선거일 전날까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자료를 집중 전파해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허위·비방 등 노골적 내용을 담지 않은 점, SNS 활동은 다른 선거운동에 비해 폭넓게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조 비서관 등은 "정당 자원봉사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진행한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기소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며 기획된 정치적 기소"라고 반발했다.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조 비서관은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경선·본선 캠프에서 SNS 부본부장 등 요직을 맡았다. 경선캠프 SNS총괄본부장, 민주당 중앙선대위 SNS본부 공동본부장 등을 맡았던 윤 수석의 지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5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조 비서관은 바로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됐다. 

한편 SNS지원단 대응1팀장으로서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차씨는 별다른 당직이나 공직을 맡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와 박근혜, 새누리당, 1%재벌, 특권층, 조·중·동 찌라시를 지지하는 사람과는 친구할 생각 전혀 없다"는 소개로 트위터를 올해 2월까지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2015년 11월 말까지 '반(反)박근혜 정부' 트윗을 활발하게 했다가 2년여 지난 올해 2월20일 마지막 트윗을 남긴 것으로 돼 있다. 그 내용은 문화예술계 친문(親문재인)인사 이윤택 감독에 대해 '상습적인 성폭력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공유한 것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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