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처벌법' 제3조 22호, '위험한 불씨' 사용한 사람 최대 10만원 벌금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불응하면 현행범 체포 대상 될 수도 있어

“잡아, 잡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골목. 달려가는 한 젊은이를 경찰관들이 전력을 다해 뒤쫓는다.

“전범기를 태우는 것은 정당한 일인데, 왜 못 하게 막습니까? 종로 견찰(犬察, 경찰을 비꼬아 부르는 말)은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이내 경찰관에게 체포당한 이 젊은이는 경찰관들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태운 것은 욱일기(旭日旗)인데, 욱일기를 태운 행위가 어째서 잘못된 것이냐”며 경찰관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반항한다.

또 다른 장소에서도 경찰관들이 한 여성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하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이 여성도 일본대사관 부근에서 욱일기를 태운 모양이다. 그러자 이 여성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은 신분증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며 경찰관에게 도리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지난달 2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독립문 앞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도쿄 올림픽과 일본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욱일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독립문 앞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도쿄 올림픽과 일본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욱일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일본대사관 등 일본 관련 외교공관 인근 지역은 연일 쫓기는 학생들과 쫓는 경찰관들로 매우 소란스럽다. 좌파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2020 도쿄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 독도가 일본령으로 돼 있는 지도가 게재됐다는 것을 이유로 ‘욱일기 소각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5월 사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를 반대한다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불법 농성(‘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동구 소재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서 욱일기가 인쇄된 종이를 태운 한 남성이 경찰관들에게 붙들렸다. 경찰관들은 해당 남성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해당 남성은 경찰관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완강히 저항했다. 욱일기를 태운 것은 범죄가 되지 않고, 경찰관의 불심검문은 위법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찰관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 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해당 남성의 행위는 명백히 범죄가 될 수 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22호(위험한 불씨 사용)는 “충분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고 건조물, 수풀, 그 밖의 불붙기 쉬운 물건 가까이에서 불을 피우거나 휘발유 또는 그 밖에 불이 옮겨붙기 쉬운 물건 가까이에서 불씨를 사용한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은 벌금 액수가 20만원 미만일 경우 경찰서장의 결재를 받아 해당 범행을 한 인물을 즉결 심판에 넘길 수도 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이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관계 법률 내용을 잘못 알고 한 말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는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 또는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어떤 범죄를 했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 또는 이미 행했거나 앞으로 행하려고 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그 사정을 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일본영사관 주변에서 욱일기를 태운 남성의 경우 이미 ‘경범죄처벌법’에서 정한 범죄를 했다고(기수) 볼 사정이 충분한 인물이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경찰관이 해당 남성에 대해 불심검문을 한 데에는 어떤 위법성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도 있다.

다만,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은, 자신이 경찰 공무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을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제시하고 자신의 소속 등을 밝혀야 하며, 그 대상자에게 질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때에는 그 이유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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