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서 만날 수 있는 블랙핑크 캐릭터. [이미지=네이버제트]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서 만날 수 있는 블랙핑크 캐릭터. [이미지=네이버제트]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감염의 우려를 피하면서도 모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상공간으로 메타버스(Metaverse)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30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 공간에 기업을 넘어서 정치인과 지자체 등의 참여가 늘고 있다.

대선 후보 아바타와 유권자 아바타들이 운집해 실시간 소통 가능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선에서 메타버스가 치열한 유세 전쟁터로 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다. 대선 후보들의 아바타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유세를 펼칠 경우, 관심있는 유권자들의 아바타들이 몰려와 실시간으로 연설을 듣고 대화를 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 등은 이미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대선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 시대에 정치인과 대중이 소통하는 새로운 채널이 형성되는 것 등은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온라인 상에서까지 빈부격차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을 의미한다.

앱스토어 구찌 디오니소스 가방은 4000달러에 재판매, 실제 가방보다 비싸

메타버스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계기는 명품브랜드 구찌가 메타버스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도 구찌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하면서다. 구찌는 최근 메타버스 게임으로 유명한 ‘로블록스’와 협업에 나서면서 지난달 17~31일까지 2주간 이탈리아에 있는 ‘구찌 가든’을 로블록스 게임 내에서 구현하고 가상 구찌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가상 구찌 아이템의 가격은 1.2~9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한정판으로 판매된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아이템은 로블록스 앱스토어 내에서 4000달러 이상에 재판매 되기도 했다. 실제 구찌 디오니소스 가방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중장년층에게 낯선 메타버스는 도입 초기만 해도, 10대 이용자가 많아서 ‘반짝 유행하다가 사라질 플랫폼’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얼핏 보면 아바타가 아기자기한 가상공간을 뛰어다니면서 게임을 즐기는 그런 세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의 제페토, 로블록스, SK텔레콤의 점프 버추얼 밋업과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보게 되면, 중장년층들도 “빨리 도전해야 하는 플랫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메타버스 안에서 게임을 비롯해 교육 쇼핑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관련한 가상 경제가 이미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열중하는 통신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점프 버추얼 밋업에 조성된 가상 공간에 아바타로 접속한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점프 버추얼 밋업 화면 캡처]
SK텔레콤 점프 버추얼 밋업에 조성된 가상 공간에 아바타로 접속한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점프 버추얼 밋업 화면 캡처]

KT는 ‘메타버스 운동회’ 열어, 코로나로 집에 갇혔던 어린이들 폭발적 호응

KT는 지난 21~22일 서울 용산구청과 함께 용산구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어린이집에서 메타버스 운동회를 열었다. 가상 공간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대작전’, 숨은 고양이를 찾는 ‘큐빅캣’, 공을 던지거나 벽면을 만져서 물방울을 터뜨리는 ‘버블오션2’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린이집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대항전도 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가상 공간과 연동해 몸을 움직이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KT는 또 제페토에 ‘수원 KT 위즈 파크’를 만들고, 메타버스상에서 황재균 등 선수들의 라이브 팬미팅도 개최했다.

SKT 오픈 골프대회는 메타버스 방식으로 중계해

SK텔레콤은 올해 3월 순천향대 입학식을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실제 운동장과 비슷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점퍼도 아이템으로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K팝 콘텐츠를 메타버스에서 즐길 수 있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카카오VX와 손잡고 13일 끝난 ‘SK텔레콤 오픈 2021’ 골프대회를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메타버스 방식으로 중계해 관심을 끌었다.

LG유플러스는 ‘XR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버라이즌, 벨, 오렌지, 차이나텔레콤 등 전 세계 주요 이통사와 콘텐츠 제작사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 아틀라스 파이브 그리고 반도체 기업 퀄컴이 참여하는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다.

LG유플러스는 VR 서비스 ‘U+VR’을 전국민 대상으로 무료 개방하고, 아이돌그룹 엑소의 온라인 전시관 ‘XR 갤러리’를 15일 공개했다. 온라인 전시관은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한 메타버스 개념이 구현됐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이낙연, 박용진 등이 대선홍보무대로 활용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이버 제페토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진행했다. [사진=제페토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이버 제페토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진행했다. [사진=제페토 캡처]

기업들만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대선 주자들도 젊은 세대의 표심을 껴안기 위해 메타스버스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국가 비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이름으로 제페토에서 대선 출마선언식을 했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행사장 뒤편에 이 전 대표의 행적을 기록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이 전 대표 아바타가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거나 춤을 추는 등 소통했다.

지난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제페토에 대선 캠프를 열었다. 앞으로 유권자로부터 정책 제안이나 의견을 받는 국민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달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메타버스 축제를 열었다. ‘건국 유니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학생들은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캠퍼스를 누볐다. 학교 명물인 고양이나 자라를 만나 인증샷을 찍고, 가상 캠퍼스 속 노천극장에서 동아리 공연을 봤다. 인천시는 인천공항과 월미도, 송도 등 유명 장소를 체험할 가상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용자는 가상의 인천공항에서 미리 체크인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제페토 내에 서울의 우수 스타트업과 창업지원시설을 알리는 ‘서울창업허브월드’를 열었다.

이쯤되면 메타버스는 이미 '가상의 놀이터' 수준을 넘어서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에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술 선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경제활동 무대로 진화 중인 메타버스, 현실보다 더 큰 빈부격차 드러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는 아바타 세상이지만, 아바타가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현실 못지않게 ‘새로운 빈부격차가 조장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대 김모씨는 “아바타에게 옷을 사서 입히고, 가방을 사 주는 과정에서 현실보다 더한 빈부격차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템 구매 과정에서 현실보다 오히려 더 큰 빈부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메타버스로의 입성이 두드러진 분야가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찌가 가상 아이템을 판매했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코로나로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미국 10대들이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까지 출시된 상황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까지 이루어내겠다는 취지로 알려진다. 그럴 경우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유흥이나 비생산적인 일로 치부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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