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한미동맹 강화조치·김기식 해임·선거중립·野탄압 중단 요구
文은 "北과 정상회담 부정 말라" 45분간 열변 洪 "대화 자체 반대 아냐, 잘못 되풀이 말란것"
'임명철회' 용어사용에 반응한 文…洪 "김기식 집에 보내는거 아닌가 느껴"
文 추경 협조 요구 반복도, 洪 "원내대표 사안" 선 그어
임종석 靑실장 "남북문제 회담" 요청, 洪 "국내정치로 확대" 역제안해 성사
2011년 6월 이명박-손학규 회담 이후 약 7년만의 1대1 영수회담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3일 오후 2시30분부터 청와대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1대 1 영수회담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3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45분까지 75분간 청와대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1대 1 영수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현 정부 사례로는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45분까지 1시간20분(80분)간 청와대에서 1대 1 단독 영수(領袖)회담을 가졌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간 단독 영수회담은 지난 2011년 6월27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가진 이후 약 7년 만이다. '탄핵 정변'을 목전에 둔 2016년 11월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가 '당일 철회'한 것이 단독 영수회담이 거론된 마지막 시기였다.

청와대와 한국당 측 전언을 종합하면 이날 회담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당초 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홍준표 대표에게 오는 27일 있을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對北) 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또 '피감기관 갑질·로비성 외유' 등 의혹으로 야권과 여론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회담 관련 별도 브리핑은 청와대 측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이 오후 5시에, 또 같은시각 홍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했다.

홍 대표는 회담 내용 브리핑에 앞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6개월~1년 내 북핵을 일괄 폐기하기 위한 '리비아 식' 회담으로 진행할 것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 ▲헌법 개정안 발의를 철회할 것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을 철회할 것 ▲야당 의원 등에 정치보복성 표적 수사를 중단할 것 ▲6월 지방선거 정국에서 지방 출장 자제 등으로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 ▲'좌파 경제학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해임할 것 등을 회담에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 쪽에서는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협조를 요구했다며 "추경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와 한 번 의논하겠다"고 사실상 즉답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한 정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영수회담 내용에 관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회담 중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국가운명을 좌우할 기회이니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담 주요 현안은 외교·안보 문제였고, 국내 정치에 관해서는 홍 대표가 제안을 하면 문 대통령은 주로 경청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한 수석에 따르면 "남북·북미정상회담 대화 내용이 70%, 국내 현안 대화는 30%"였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의총 이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중 문 대통령에게 7가지 사항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김기식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며 "(문 대통령은) 요청에 대해서 즉답은 없었지만, 나는 '김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라고 현장에서 느꼈다"고 브리핑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 내정 철회하는 거 아닌가. 철회라는게 장래에 향해서 효과가 발생하는데, '해임'도 '임명 철회'라는 말을 쓸 수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건(임명 철회를 내정 철회로 이해하고) 인사청문회 때 쓰는 용어 아닙니까"라고 반응했다가, 잠시 후 "임명철회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 대목을 들어 "(김 원장을) 집에 보내겠다고 느꼈다"고 해석했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관련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남북회담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대북 대화의 당위논리를 설명하는 데 45분 가까운 시간을 썼다고 한다.

그러자 홍 대표는 "만약 정상회담이 잘 안 될 경우 생각한 다음 단계가 뭐냐. 차라리 대북제재로 손들게 하고 폐기 절차로 가는 게 맞지, 유화정책을 펴는 게 만약 실패하면 어떤 파급이 올지 참으로 위험한 도박을 하신다"고 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1938년 9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겠다고 속인 '뮌헨 회담'을 근거로 반대했다.

홍 대표는 경제실정(失政) 관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닌 홍장표 경제수석 경질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성장론으로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는 정책관료여서 정책이 잘못된 걸 알텐데 드라이브를 건 것은 홍 수석으로 본다. 같은 홍가(洪家)라서 해임 요구가 좀 그렇지만, 해임돼야 나라 경제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예고없이 영수 회담이 시작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오후 2시30분부터 한 수석, 강효상 당대표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여야 지도부 회동 등에 홍 대표(가장 최근 5당 대표 초청 회동에는 참석)가 안 오시지 않았나"라며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원칙 하에 회담을 앞두고 홍 대표와 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오늘 회동이 성사됐다"고 언급했다. 김기식 금감원장 관련 논의도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것때문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영수회담을 갑자기 비밀로 하듯 하느냐'는 지적에는 "원래 비공개 회동 후 공개하기로 했는데 부득이 내용을 (야당 쪽에서 흘렸다)"고 했다.

한국당에서는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회담 성사의 전말을 전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12일) 오후 3시경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효상 당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와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남북문제 주제로 1대 1 비공개 영수회담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대표는 이를 전격 수락하고, 국내정치현안 전반으로 회의 주제를 확대하자고 역제안했고 문 대통령께서 이를 수용해 1대 1 영수회담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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