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개행보 다음날인 10일, 공수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개행보 다음날인 10일, 공수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배경을 두고 여야 입장이 엇갈린다. 각 당별로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에 대한 찍어누르기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공수처가 여권과 한 편이 되어 유력 주자를 압박하는 상황이 오히려 윤 전 총장의 준재감을 키워준다는 측면도 즐기고 있는 분위기이다.

공수처의 수사 착수로 윤석열 존재감만 키울까?...더불어민주당은 ‘우려’ 분위기 강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보다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작년 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추진으로 정면 충돌했던 '추-윤 사태'의 재발이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자체가 의아하다. 행여 무혐의가 나오면 오히려 윤석열 전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여야 양쪽에서 공격받는 공수처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윤 총장의 혐의는 2가지다. 먼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이다. 2019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옵티머스 사건 불기소 처분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이다.

공수처가 수사하려는 윤석열 관련 사안들, 이미 무혐의 처분 받아

공수처는 이 두 의혹에 대해 각각 지난 2월과 3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장을 받아 검토한 끝에 수사 착수를 결정했다. 수사 착수를 발표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이 대선 주자로서의 첫 공개행보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바로 다음날이라는 점에서 정치 공작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해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찍어내기'로 혈안이 되었을 당시 윤 전 총장의 징계를 추진할 때 포함됐지만, 결과는 ‘무혐의’였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감찰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추 전 장관이 추진한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사유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이 두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학술교류협정 체결식에서 논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를 들어 보인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학술교류협정 체결식에서 논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를 들어 보인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공수처 출범 전부터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지목됐기에 언젠가는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수사를 착수하는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우선, 수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정원(처·차장 제외 23명)의 절반을 겨우 넘어서는 13명뿐이다. 이 중 6명은 오는 25일까지 연수를 받는다. 현재 검사 인력을 충원 중이지만,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검사 인력으로 현재 3건의 수사를 진행중이기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채 의혹 사건,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특수수사의 대가인 윤 전 총장을 수사한다는 것은 체급이 맞지 않는 대결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왜 공수처가 무리하게 윤 전 총장 수사에 나선 것일까?

① 기계적인 중립을 맞추기 위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채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발표하면서 공수처는 여당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우리가 이럴려고 공수처를 만들었나?”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여당 내 강성 친문의원들로부터 제기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월 "공수처가 선거를 앞두고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을 수사해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일은 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공수처 입장에서는 여당만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주면서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공수처가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저러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수처에 대한 여당의 신뢰감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② 공수처 수사의 당연한 수순

공수처는 지난 2월과 3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장을 받아 수사 착수를 결정했다고 지난 10일에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공수처가 절차대로 수사에 착수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착수 시점이 오히려 윤 전 총장을 키워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불호가 갈릴 시점"이라면서도 "독립된 수사기관이 고발장을 받고 3∼4개월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법조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③ 윤 전 총장의 몸집이 더 커지기 전에 수사

현재 3건의 수사를 진행 중인 공수처가 당장 이 사건에 전력을 쏟아 수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력 측면에서 공수처가 앞선 사건을 모두 마무리하기 전에는 윤 전 총장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무리하게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한 것은 공수처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는 윤 전 총장이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수사 착수가 더욱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각종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수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수사 착수 시점을 미룰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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