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지난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만나 4일로 예정된 대검 검사급 검사(고검장‧ 검사장) 인사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박 장관과의 첫 상견례에서 ‘박범계식(式) 검수완박’이라 이름 붙은 검찰 직제개편에 대한 조직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 김 총장과 박 장관은 하루 뒤인 3일 오후 4시 다시 만나 검찰 간부 인사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다.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 비리 수사한 검사 숙청하려는 박범계...친정권 인사지만 검찰주의자인 김오수가 견제할까

박 장관의 대검 검사급 검사(고검장·검사장) 인사는 이르면 4일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 내부는 박 장관이 ‘인사적체’와 ‘조직개편’을 명분 삼아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를 겨눈 수사팀을 모조리 와해시키고, 친정권 검사들만 요직에 앉힐 것이라는 우려가 파다하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삼아 실제로는 검찰을 ‘권력 시녀’로 만들려는 게 박범계의 인사구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다수 검사들은 김 총장이 친정권 인사이지만 ‘검찰주의자’라는 점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내 줄 것이라는 데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지난 2일 오전 10시 취임 인사차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찾아 박 장관과 단독으로 35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임기를 시작한 김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박 장관과는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다.

박범계 구상,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도 사실상 박탈 시도

박 장관은 ‘일선 검찰청 형사부는 총장 또는 장관의 승인 없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전국의 지검‧지청은 "개편안은 정치적 중립을 위배해 권력 수사를 직접 통제하고 검찰의 수사 기능을 축소하려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검은 일선 검찰청의 이같은 의견을 취합해 지난달 31일 법무부에 보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수사를 한층 제한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제시한 조직개편안과 검찰 내부의 불만을 어떻게 절충하느냐에 따라 김 총장이 ‘방탄 총장’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가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오른쪽)과 이창수 대검 대변인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예방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오른쪽)과 이창수 대검 대변인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예방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와 티타임 가진 수도권 고검·지검장 10여 명, “검찰 중립성 확보해달라” 요청

김 총장은 1일 오후 취임식을 마치고 수도권 고검·지검장 10여 명과 따로 티타임을 가졌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검사장으로부터 “검찰 인사 정상화와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검찰 조직개편안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강하게 내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검사장들이 이러한 의견을 전달한 배경에는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6대 범죄 수사에 대해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며 사실상 법무부 개편안에 동조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사에서 ‘공정한 검찰’을 강조한 김 총장이 취임 초반부터 검찰 내부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 요청에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된다.

검사장들은 현 정부 들어 권력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고, 법무부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이 사실상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기 때문에, 박 장관을 만나 발언을 강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고위 관계자, “조국 수사팀의 복귀에 김오수 총장 인사의 성공 여부 달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김오수 총장이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밝힌 각오를 이번 인사에서 보여줘야 한다”며 “김 총장의 이번 인사의 성공여부는 ‘조국 수사팀의 복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이어 “김 총장이 박 장관과 35분간 독대를 했다는 점에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박 장관에게 잘 전달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 총장이 조국 수사팀 특히 그 중에서도 작년에 3번이나 좌천된 한동훈 검사를 복귀시키지 않으면, 김 총장은 사기꾼임을 스스로 입증하게 된다”며 “친정권 인사로 발탁된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지만, 검찰주의자이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밝혔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 현직 검사는 “진정으로 국민 중심의 검찰을 만들려면 6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김 총장의 취임식 발언에 대해 내부에서는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총장이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이다”며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총장이나 장관이 개별 사건 수사 승인하는 건 검찰 중립성 훼손”

일선 검사장들의 이런 의견 표명에는 김 총장 취임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검찰 고위간부들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전날 사의를 밝힌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내부 통신망에 “총장이나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다”며 “많은 뛰어난 후배들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의 수사·공판에 임해야 하는 부담과 고통을 짊어졌다”고 지적했다.

배 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2018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가 지난해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을 받았다.

같은 날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한 오인서 수원고검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오 고검장은 사직 인사 글에서 “검찰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백인백색이고, 칭찬과 비난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며 검찰이 처한 현실을 개탄했다.

박범계식 탄력인사란?...고검장들 모두 사퇴시키고 ‘친정권 검사’ 기용

이렇듯 검찰 내부에서 인사와 관련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박 장관이 지난달 27일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검찰의 인사적체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고검장급에 해당하는 고참급 인사들이 너무 적체돼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장관이 이런 말을 한 배경에 대해 “고검장과 지검장을 없애고 뭉뚱그려 인사를 하겠다는 게 박범계식 탄력인사이다. 이 말은 한마디로 고검장들에게 물러나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과천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고검장들은 대부분 23기 혹은 24기로 전해진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0기이므로, 기수역전 등의 문제로 물러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인사적체를 문제삼는 이유는 ‘추-윤 갈등 당시 윤 총장 편에 섰던 고검장들을 다 밀어내고, 그 자리에 친정권 검사를 앉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수역전에 의한 인사적체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박 장관이 새로 꺼내든 것이 ‘탄력인사’ 제도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탄력인사라는 명분으로 고검장을 지검장 자리에 앉히게 되면, 불명예로 인식하고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범계-김오수 충돌하면 ‘추-윤갈등’ 2라운드 될 수도

김 총장이 검찰 내부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했다면, 3일에 재개될 박 장관과의 논의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 구성원 다수의 우려를 김 총장이 제대로 수렴했다는 전제 하에서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출근길에 한동훈 검사장을 포함해 현 정부 관련 수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좌천된 검사들의 복귀 인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엔 여러 관점이 있고 그에 대한 평가도 각기 다르다”며 일축했다.

박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김 총장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게 될 경우 작년 내내 국민들을 괴롭혔던 추-윤 갈등이 재연되리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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