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李 지검장 기소 땐 관련 법규에 따라 임명권자가 직위해제해야"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검찰이 이르면 11일 중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10일) 열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이 지검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할 것을 의결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 권고는 위원들이 양측의 설명을 다 듣고 결정한 것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위원들이 양측에 하고 싶은 질문도 충분히 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에 대해 대검 수사심의위 위원장을 맡은 양창수 전(前) 대법관은 회의 후 열린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심의위 회의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 지검장 사건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대검 수사심의위는 지난달 22일 “수원지검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으로 성급하게 기소를 결정했으니 위원회가 다시 판단해 달라”는 이 지검장의 요청으로 열렸다. 심의 결과는 8대 4의 의견(기권1)으로 ‘수사 중단 및 기소’ 권고.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법무부의 불법 출국금지 정황을 인지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수사 진행을 막았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이 지검장 건을 심의한 수사심의위는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 이정섭) 수사팀과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하는 옛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의 입장을 차례로 들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제출 의견서를 통해 “이 지검장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를 받은 뒤 안양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는 대검과 법무부가 협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입증할 휴대전화 통신 기록 등을 증거 자료로 첨부했다고 한다.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휴가를 내고 수사심의위 회의에 참석한 이 지검장은 “문무일 당시 검찰 총장의 승인을 받은 정당한 수사 지휘였다”고 항변하면서 “문 총장과 대질 조사를 받겠다. 수사팀이 계속 수사를 진행한다면 ‘외압’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사심의위는 이 지검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을 곧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同) 지검은 수사심의위 의결 결과와 무관하게 이 지검장을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수사심의위에서도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한 정당성까지 확보됐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이 지검장과 관련해서는 “자충수(自充手)를 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이 지검장은 사상(史上) 초유의 ‘피고인(被告人)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는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의 자진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 부장 검사는 “김 전 차관 관련 혐의로, 검찰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겠다던 이 지검장은 이제는 승복하고 겸허하게 재판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고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 스스로 사직(辭職) 의사를 밝힌 뒤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직위해제) 제1항 4호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에 대해서는 “임용권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정하고 있는 재량권은 ‘기속재량’(법규상 구성요건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이 법규의 내용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할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이 지검장을 직위해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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