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항공사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항공사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사지마비를 비롯해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당초 약속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지마비가 발생한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보상금은 커녕 치료비도 없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개진함으로써 정부가 ‘공수표’를 날렸다는 비판여론이 크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3일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한 백신구매 및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백신접종으로 인과관계 있는 피해 발생시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피해보상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홍 대행은 “최근 40대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타까운 사례에 대해서는 예방접종 피해보상제도 연관성 검토와는 별도로 의료보호제도에 따라 치료비 지원 등 도움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인당 사망 보상금 4억 3700만원 약속한 정부, 확보한 총 예산은 4억 5000만원

하지만 정부가 확보한 관련 예산의 실상을 알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사망하면 약 4억3700만원의 일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관리청이 확보한 관련 예산은 4억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지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백신 사망 사고가 1건만 발생해도 예산은 바닥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에 편성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반응 관리 예산은 5억4900만원에 불과하다.

피해보상금 예산이 4억5000만원, 관리지침 명목 4400만원, 소책자 제작 비용이 5500만원이었다. 예산에 이럼에도 불구, 질병관리청은 지난 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하면 일시보상금으로 4억37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경증 장애 발생에는 사망보상금의 55%, 중증 장애는 사망보상금과 동일한 금액을 주기로 했다. 접종자나 보호자가 피해보상 신청을 하면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에 이어 피해조사반이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한다. 이후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120일 이내에 보상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편성된 피해보상 금액이 이렇다보니 사망 사고가 1건만 입증돼도 질병관리청의 피해보상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지금 추가경정예산안을 협의하고 있고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도 쓸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보상금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최대집 대한의협 회장, “1명분 사망 보상금만 확보한 정부, 애당초 지급의사 없는 것”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3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성을 정부 기준대로 엄밀히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면서 “따라서 얼마의 사망자가 발생하든 1명의 예산만 확보해 놓으면 사망 보상금으로서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애당초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보상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4월 21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51인 중 인과 관계를 정부 피해조사반이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면서 “정부의 기본 방침은 국민에 대한 약속과 다르게, 백신과 질병·사망·장애 등 간의 인과성 입증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질병관리청이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예방접종 부작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례는 51건이었다. 질병관리청의 판단은 ‘아직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는 27일 처음으로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열고 그간 신고 사례들의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피해조사반이 이미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한 만큼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피해조사반 인과성 평가, 피해보상전문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접종과 피해의 인과성을 인정받은 후 피해보상전문위로 넘어간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의 사망사례 51건에 대해서도 ‘인과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인과정을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일순간에 사망하는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판단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백신 접종 후 죽는 것보다 코로나 걸리는 게 낫다”

따라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고 죽는 것보다는 코로나에 걸리는 게 더 낫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 접종 이후 사지가 마비됐다는 간호조무사의 남편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이같은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이후 사지마비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이후 사지마비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은 지난 2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우리 가족만의 불행이라 생각하고 망설였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하고 사망했거나 중증후유증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과 앞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다”면서 아내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백신 접종 후 19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지가 마비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으나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부작용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연이었다. 문제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으로 인해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청원인은 “백신을 맞지 말고, 코로나에 걸리는 게 더 현명”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현실로 다가온 치료비와 간병비 문제는 일반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일주일에 400만 원씩 나오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에 일괄 청구하라고 한다. 심지어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하니, 당장 병원에 지급해야 할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보상금을 차질없이 지급할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었다.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이후로는 깜깜무소식이었다는 것이 청원인의 설명이다.

실행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치료비 지원 지시...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하고 ‘깜깜무소식’

“안전하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접종을 한 결과,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만 남았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선택권도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백신을 맞았는데,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 기관들은 '천만 명 중 세 명이니까 접종하는 게 사회적으로 이익'이라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 피해는 국민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백신 피해에 대한 경종을 울려준 이 청원인의 글에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의학적 인과관계 규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와 별도로 의료보호제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치료비 지원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이 신속하게 취해지도록 세심하게 살피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해당 간호조무사를 찾아가 위로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에 치료비만 400만원이 드는 치료 상황에 비해 지원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후 피해보상 심사에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서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기존의 복지제도를 우선 연계해 의료비가 지원되도록 조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의 AZ 부작용 치료비 일주일에 400만원인데, 정부 지원금은 최대 600만원

앞서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0대 간호조무사의 사례에 대해, 긴급복지지원제도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적용이 가능한 지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백브리핑에서 "(간호조무사 사례 관련) 현재 제도상 지원 가능한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긴급복지지원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반장은 "긴급복지지원제도의 경우 의료지원과 생계지원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며 "질병당 최대 6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생계지원의 경우 1가구당 월 103만원 정도 3~6개월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중위소득 100% 이하인 경우일 때 입원에 따른 의료비 부담액이 연소득 대비 15% 초과하면 지원한다"면서 "비급여를 포함해 본인부담의료비 최대 50%, 금액으로는 20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도 중증이상반응 신고사례의 경우에 대해 지자체에 전담자를 지정하고, 개인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해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0대 간호조무사처럼 심각한 피해 사례에 대한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적절한 피해보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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