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피묻은 북한석탄 수출
[김석우 칼럼] 피묻은 북한석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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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3년 연속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불참...노무현 정권의 데자뷰
인권NGO 북한인권시민연합, "피 묻은 북한 석탄 수출" 특별보고서 유엔인권이사회 제출
그 결과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국군포로 및 후손들에 대한 북한정권의 인권침해 내용 새로 포함돼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3월 23일 밤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투표 없이 컨센서스로 통과시켰다.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systematic, widespread and gross violation of human rights)”가 자행된다고 거듭 지적하고, 북한 정권에 이의 시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정책결정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내용이다. 2003년 이후 19번째 연속된 결의안이다.

결의안은 EU가 초안을 작성하고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참여하여 43개국이 공동제안하였다. 1998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의 권고에 따라 2000년 전후 EU 국가들이 대거 북한과 수교하였다. 그들 국가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수교조건을 상기하면서 앞장서서 추궁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다원구조로 되어 있고,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북한정권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때문에 북한인권결의안의 집행 효과는 제약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정부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라는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 김정은과의 세기적 쇼를 벌여서 개인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북한인권문제를 방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기후변화협약,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탈퇴함으로써 미국외교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신고립주의에서 되돌아와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복원하려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조였던 미국은 전 세계 총생산의 45%까지 생산하였다. 독일, 일본의 전후 부흥 이후 미국이 전 세계 GDP 점유율 25%의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세계질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국무장관에는 인권문제에 특별한 비중을 두는 토니 블링컨을 임명하였다.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복귀하여 블링컨 장관이 직접 화상 연설하고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최근의 알래스카 미중 2+2회담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한 설전, 한미, 미일 회담에서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강조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인권문제에 관하여 이러한 미국의 정책변화와는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미간의 동맹이 흔들릴 우려마저 일고 있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한국 정부는 불참하였다. 문재인 정권출범 후 연속 3년째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 당시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수년간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던 길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부대표까지 역임했던 강경화 전 외무장관도 자신의 정체성에 상처를 남겼다.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변명을 하였다. 국내외 여론은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한인권유린도 똑같이 추궁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민주투사라고 억지 쓰는 586운동권 인사들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북한인권을 외면해버린 것이다. 한국의 외교관들은 다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은 북한주민의 인권보다는 북한정권의 안전을 더 중시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북전단금지법이다. 외부세계의 객관적 소식을 북한주민에게 알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북한주민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만행이다. 3월 30일 발표된 미 국무성의 인권보고서가 북한정권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고발한 것과는 별도로, 한국 편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시행과 시민단체의 대북활동 제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인권선진국으로 진입하려던 대한민국이 3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인권NGO는 자발적 봉사정신을 발휘해서 정부차원에서 다루지 못하는 틈새를 메워감으로써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정부가 하지 않으려는 일을 찾아 대신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번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을 하였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피 묻은 북한 석탄 수출”이라는 특별보고서를 작성하여 유엔인권이사회와 관계 NGO에 제출하였다. 요지는 북한정권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탄을 생산하는데 국군 포로를 포함한 적대계층 주민을 강제동원해왔다는 점이다. 즉 노예노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발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3월 23일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지금까지의 각종 인권침해에 추가하여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포로 및 그 후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언급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되었다. 또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인권침해의 책임추궁문제에 대한 추가조치를 준비하도록 역량을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북한인권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키고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이끌어 내는데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초기부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암네스티 한국지부를 1972년 창설하여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고 윤현 목사가 중심이 되어 1996년 5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창설하였다. 1990년대 전반 고난의 행군 시기 탈북민의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 매년 10명 내외의 귀순인사들의 증언만으로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웠고 자칫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치부되기 쉬웠다. 많은 수의 탈북자들의 증언은 상호 검증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로써 북한의 강제수용소를 통한 폭압통치와 심각한 인권침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탈북민의 증언들을 국제기준에 맞춘 보고서로 작성하여 유엔 인권기구와 각국의 인권 NGO에 전파함으로써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공론화 작업의 불씨를 일으켰고, 동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인권운동가와 여론지도층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매년 개최하여 국제문제화하는데 성공하였다. 끝내는 2012년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사회원회(마이클 커비 오스트레일리아 전 대법관, 마르주키 다루스만 인도네시아 전 검찰총장, 소냐 비세르코 세르비아 인권운동가)가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조사해서 종합작성한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인권침해의 전모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규명하였다. 이제 북한인권유린 참상은 전 세계인의 상식처럼 알려졌다. 서울에는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한 현장사무소도 설치하였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금도 국내외 인권단체와 연계를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 세습정권은 인권문제에서 물러서면 정권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철저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북한에도 주민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날이 와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 북한인권시민연합(www.nkhumanrights.or.kr)의 공헌은 길이 남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필자도 작은 밀알이 되려고 다짐한다. 자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많은 응원을 기대한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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