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문제점토론회
'감감무소식' 교육부, 자유, 6·25남침 삭제한 집필기준 확정하고도 숨기고 있나
“한국은 깎아내리고 북한은 추켜세우고”…역사교과서 시안의 지향점은 사회주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집요한 국정화 추진하고 있다”
전희경 의원 “文대통령 말 한마디에 역사 바뀌는 세상, 진실 말할 용기 필요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통성은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번 ‘역사교과서 시안’은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꿔서라도 남북한 통일을지향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폐기한 이후 새로 마련한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의 좌편향 서술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개최됐다.

자유한국당의 이종배, 전희경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원유철 한국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과 다수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경희 영상대 교수가 발제를, 이성호 중앙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토론에는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와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강규형 명지대 교수 등이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자유’를 빼 논란이 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내놓은 뒤 깜깜이 진행을 하고 있는 교육부에 대한 질타로 시작됐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내용도 문제지만 그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깜깜이로 진행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어떤 내용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자료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권 입맛에 맞춰 균형성을 상실한 역사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내놓을 수 없다”며 “반드시 문제를 짚고,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향후 국회에서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깎아내리고 북한은 추켜세우고”…역사교과서 시안의 지향점은 사회주의인가

발제를 맡은 정경희 영산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시안’의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했다. 정 교수는 새 역사교과서 시안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고 북한을 감싸는 교과서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새 역사교과서 시안은 대한민국 수립을 저지하려 한 제주 4‧3사건을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 부분에 싣고, 북한 정권의 수립(1946년2월8일)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8월15일)을 먼저 서술하는 등 대한민국 수립을 방해한 사건들을 부각시켰다. 게다가 한국과 북한을 대등한 정부로 취급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유엔의 승인은 삭제했다.

정 교수는 이어 ‘대한민국은 최대한 깎아내리고 북한은 무조건 감싸는 행태'도 역사교과서의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북한의 사회주의 독재 체제와 ‘동급(同級)’의 독재 정부로 만든 점 ▲정부와 국민이 이룬 눈부신 경제 성장을 깎아내린 점 ▲산업화의 공은 지우고, 민주화의 공은 확대한 점 ▲북한을 ‘사회주의’ 체제로 포장한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서술에 대해 “한쪽 눈은 질끈 감고 다른 한쪽 눈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왜곡”이라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분석 끝에 새로운 역사 교과서 시안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꿔서라도 남북한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시안대로라면 남북한 통일의 지향점은 사회주의 체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꿔서라도 우리민족의 통일만 이루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 역사인식이야말로 1980년대 이후 ‘민주화’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대한민국 사회전반에 똬리를 튼 좌파 세력이 만들어낸 적폐 중 가장 큰 적폐”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들 “대한민국 정체성 교육, 5년 단임 대통령이 정할 수 없다” 한 목소리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前 영훈고 교장)은 “(문 정부가) 자신들의 지식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시안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사회에서 가장 힘이 세다고 해서 교육의 사회‧공익적 목적을 무시하고 의식화‧이념화를 강요하는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이 정당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이번 집필기준 논란에 대해 ‘국정화 논란 시즌2’라고 규정하며 “형식은 검‧인정 체제를 취하고 있지만, 집필기준을 통해 국가가 교과서의 내용을 장악하려는 새로운 국정화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집요하게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음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한국의 국사 교육은 역사 인식의 주체를 국민 혹은 국가가 아니라 민족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민중적 관점을 강조한 결과, 한편으론 편협하고 폐쇄적인 복고적(復古的) 민족주의, 다른 한편으로 마오쩌둥 주의에 영향을 받은 좌파적 민족주의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한국사 교육은 민족, 민중, 통일지상주의라는 협소하고 폐쇄적인 사관(史觀)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국제적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의원 “文대통령 말 한마디에 역사 바뀌는 세상, 진실 말하기 위해 용기 필요해”

사진 = 전희경 의원실 제공
전희경 의원  (사진 = 전희경 의원실 제공)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역사교과서 개정 시도에 대해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전 의원은 “문 정부는 자신들이 계승했다는 과거 정부도 하지 않았던 역사의 자의적 규정, 민중사관에 입각한 규정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며 “역사전쟁은 학교 교과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무엇을 심느냐로 판가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은 과연 태어나서는 안되는 부정의한 나라, 정통성이 없는 나라인가”라고 자문하며 “우리가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번영하고 북한은 왜 세계 최악의 국가로 굴러 떨어졌는가, 대한민국 학생들의 교육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이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올바르게 해주는 것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재차 환기했다. 전 의원은 “케케묵은 역사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모르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을 수 없다”며 “이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재이자 미래를 애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또 “이 정권 들어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겪는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실을 얘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모른다”며 “그러나 자명한 것도 외치고 주장하고 상기하며 우리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거짓말이 진실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