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향후 야권 대개편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의 선거유세 공조체제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순항 중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간의 ‘브로맨스(남성 간 우정)’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이다. 서울시 공동경영 구상도 실행될 조짐이다.

오 후보, 29일 ‘브로맨스’ 질문 받고 적극적 ‘화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범야권 전체적으로 뚜렷한 차기 리더십이 형성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오 후보와 안 대표의 밀월관계는 보선이후 출렁이게 될 정치권 대개편의 한 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 후보는 29일 안 대표의 선거 지원 유세에 대해 “진심으로 돕고 있는 게 느껴져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고 나면 감정의 앙금이 남아 흔쾌히 돕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흔쾌하게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일각에서 두 사람간의 ‘브로맨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운을 던지자 오 후보는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홍대 앞 유세 때 비가 많이 왔는 데 안 대표가 연설하면서 우비는 입었지만 모자가 젖혀진 상태라 제가 씌워줬다”면서 “그 장면이 인상 깊었나보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그 전날에는 1시간 30분 정도 맥주를 한잔 하면서 서울시 공동경영 방안 등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9일 토론 나가는 오 후보 대신해 ‘현장유세’ 전념

실제로 역할 분담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오 후보는 29일 밤 10시 40분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후보와 함께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첫 TV토론회를 벌인다. 때문에 목관리 등을 위해 유세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29일) 오 후보가 토론으로 싸우는 동안, 안 대표가 지지율 취약지역 및 계층을 찾아 좀 더 적극적으로 유세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두 사람을 겨냥한 ‘갈라치기’도 만만치 않다. ‘복장 불량’, ‘처삼촌 벌초 연설’ 등의 비하적 표현을 동원해 안 대표를 공격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따라서 안 대표에 대한 공격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측에 대한 사실상의 지원사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만큼 오 후보와 안 대표의 ‘브로맨스’ 행보는 빈번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① 악의적인 ‘복장 불량’ 비난.. 선거법상 ‘2번 점퍼’ 못 입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안 대표는 회색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를 입고온 여타 유세 지원자들과는 다소 대비되는 차림이었다. 게다가 연설할 내용을 적은 종이를 보고 연설을 해, ‘복장 불량’에 ‘처삼촌 벌초 연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최수영 공보단장은 “선거법상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오세훈 후보나 국민의힘이라고 적힌 붉은색 점퍼를 입을 수 없다”면서 “금태섭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는 무소속이라서 붉은색 점퍼를 입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 대표는 오 후보가 연설한 지 5분 만에 유세차를 떠나 ‘진정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샀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복을 입었다는 게 국민의당 설명이었다. 다음 일정을 고려, 오 후보의 연설 후 약 5분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연설 내용을 적어온 데 대해서는 안 대표가 직접 이유를 밝혔다. 안 대표는 “민주당을 비판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내용을 정리하지 않으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종이에 적어 왔다”고 설명했다.

② 오 후보와 안 대표 26일 심야회동 "서울 공동경영 논의"

첫 선거운동 지원유세에서 복장 불량을 지적 받았던 안 대표는 여론을 수렴해 야당을 상징하는 흰색 점퍼를 준비했다. 26일 지원유세부터는 빨간색 스트라이프 셔츠 위에 흰 점퍼를 입고 오 후보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 측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안 대표 지지자들이 동요되지 않도록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투표장으로 나와 오 후보를 지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안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나흘 연속으로 오 후보의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에 나와 “정권 심판을 위해 기호 2번 오세훈 후보를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8일 오전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중 의원과 함께 청계산에서 오 후보의 지지를 주문하는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오 후보가 이날 오전 선거 유세 일정을 잡지 않았음에도 안 대표가 자신의 유세를 하듯, 홀로 나서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안 대표의 선거 지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두 사람은 26일 저녁 단독 회동을 통해 ‘서울시 공동경영’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오 후보는 27일 오전 서울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와 어젯밤에 만나 서울시에 들어가면 어떻게 공동경영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했다"며 "(안 대표와) 수시로 만나고 전화하고 그래야 서울시 공동경영 약속이 지켜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우리 두 사람은 정치에 희망을 잃은 대한민국 국민들께 환한 등불 같은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보자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오 후보(왼쪽)와 안 대표(오른쪽). 양복을 입어 ‘복장 불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오 후보(왼쪽)와 안 대표(오른쪽). 양복을 입어 ‘복장 불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③ 안 대표가 23일 기자회견에 오 후보 배제?...양자간 정밀한 조율 끝에 내린 결론

23일 야권 단일화 후보가 결정되고 나서부터는 오세훈 후보에 대한 얘기보다도 안철수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기사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수정치를 보여온 안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과 태도를 보일지에 대한 관심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보도와 억측도 있었다.

23일 야권 단일화 후보가 결정된 날 안 대표의 기자회견장에 오 후보가 찾아가려 했으나, 안 대표가 거절했다는 기사도 오보 중의 하나로 꼽힌다. 국민의당 측에 따르면 “오히려 오 후보 측에서 안 대표의 시간이라고 배려했다. 양측이 모두 긴밀하게 공감하며 진행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날인 24일 열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안 대표가 참석해 ‘힘을 합하자’는 취지가 반감되지 않게 하기 위한 의도에서, 오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안 대표는 오 후보보다 더 붉은색 넥타이를 메고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해, 큰 환호와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④ 4.7 보선 이후 국민의힘 5월 전당대회, 안철수 역할론 부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4월말까지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4.7 보선까지가 본인의 임무이며, 4월 8일에는 스스로 물러날 계획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실제로 퇴임사까지 작성해 둔 것으로 알려진다.

5월에 개최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 대표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해달라”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전 전 의원은 마음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서울시장 보수야권 후보로 지지했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며, 안 대표에게 미안함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전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철수씨가 단일화의 가장 큰 공로자다. 사리사욕 따지지 않고 반듯하게 ‘원칙 있는 패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철수씨는 승자다. 최고 공로자는 김종인도 오세훈도 아니다. 철수씨와 보수 유권자를 비롯한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철수씨에게 미안하다. 끝까지 철수씨 지지를 못해서”라며 “정치인 안철수씨를 기억하고 챙기겠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의 이런 당부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당한다는 전제 하에 나온 말이다. 이와 관련 안 대표 측에서는 “지금은 오 후보 승리만 위해서 전념하고 있다. 서울시장의 승리에 더 큰 정권 교체의 교두보가 마련될수 있는 범야권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현재로 안 대표가 무엇이 되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밝혔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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