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오염에 맞서 ‘교육 포퓰리즘 반대’ 천명하고
좌충우돌과 혼란의 문재인 교육정책에 단호한 제동을
후보 단일화 통한 ‘우파 연대’는 필수
좌파 교육감 10년에 무너진 교육 살려야 대한민국에 희망 있다

홍찬식 객원칼럼니스트 (언론인, 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요즘 좌파들의 잔칫집 분위기로 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지만 2009년 좌파 진영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2007년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 표의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듬해인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81석에 그쳤다. 지방선거 등 선거마다 참패였다. 이 때 좌파 진영을 고무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9년 4월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직선(直選)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현 교육부 장관)의 당선이었다.

이 당선을 계기로 좌파 진영은 각종 공직선거에서 대반전을 이룬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는 현재 17개의 교육감 자리 중에서 13개를 차지하고 있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은 김상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당시 김상곤 후보의 선거 전략은 3가지가 핵심이었다. 첫째가 ‘무상 시리즈’였다. 그가 내세운 ‘무상 급식’ 공약은 2002년 민주노동당 대선 공약에서 베껴온 것이었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컸다. 이후 ‘무상 시리즈’는 다른 분야까지 들불처럼 번지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민 세금과 나라 빚으로 돈을 뿌리는 일이 모든 사회 문제의 묘약인 것처럼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반(反) 이명박’이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김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다른 정책은 당장 바꿀 수 없지만 교육정책은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략 역시 좌파가 정권을 장악한 지금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 청산’ 또는 ‘보수 궤멸’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 번째는 ‘좌파 연대’, 당시 명칭으로는 ‘야권 연대’였다. 김상곤 후보의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좌파 후보는 2명, 우파 후보는 4명이 나섰으나 김 후보는 단일화를 이룬 반면 우파 후보는 4명이 완주했다. 결과는 좌파에게 몹시 짜릿했다. 김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0.8%였으나 우파 쪽의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모두 합해 59%를 우파에 내주고도 이겼다.

좌파 진영은 이 ‘3대 승리 공식’을 다른 선거에도 바로 적용했다. 오로지 권력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 꼴이었으나 어쨌든 좌파의 전략은 먹혔고 우파는 패배했다. 여기에 우파 정권의 내부 골육상쟁에 세월호 사고 같은 돌발 사건이 오늘의 ‘우파 침체’ 정국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우파는 좌파의 ‘3대 공식’에 마냥 증오와 반감을 드러내고 있을 시기는 아니다.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길이 나타난다. 명칭을 붙이자면 우파의 새로운 ‘3대 승리 공식’이다. 그 가운데 첫째가 좌파의 ‘무상 시리즈’에 맞서는 ‘교육 포퓰리즘 반대’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자리는 각종 이권과 권력을 탐하기 위한 정치적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 직후에 “그동안 대학교육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초중등교육은 깊이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듣고 경악한 적이 있다. 교육감은 그 지역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전문성은커녕 ‘어쩌다 교육감’이 됐다고 고백한 꼴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교육감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고 무상 급식의 흥행 성공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경기도에 ‘무상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가 중도 탈락했다. 이후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리까지 도전한다. 그에게 교육감 자리는 정치적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했다.

어디 김상곤 뿐일까. 같은 좌파 쪽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트렌치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채로 등장해 급기야 코트를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주목을 끌어보겠다는 안간힘이다. 이 정도라면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닌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편이 맞다. 4년 전 그가 교육감선거에 나왔을 때 “(좌파 진영에서) 아무도 나가려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출 당했다”라고 했던 그의 기막힌 변신이다.

정치를 위해 교육감이 된 사람이 교육행정을 잘 할 리 없다. 김상곤 교육감 시절에 그가 맡고 있는 경기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혁신 학교’가 ‘속빈 강정’임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소외계층 보호를 외쳤지만 현실에선 서민층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더 증가했다. 지금이야 말로 포퓰리즘과 거짓 ‘혁신’ ‘진보’ 구호에 맞서 교육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때임을 앞세워야 한다. 자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좌파 교육감 10년 세월을 겪으며 어느 쪽이 옳은지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 공식은 ‘반(反) 문재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취임 1년도 안 됐는데도 혼란의 연속이다. 수능시험 개편에서 시작해 자사고 특목고 문제, 수능 최저기준 폐지, 최근 대입 정시 확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좌충우돌과 오락가락이다. 학부모 학생들의 혼란과 분노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정책이 춤출수록 사교육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더구나 이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최대한 공부를 안 시키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상 어느 국가도 이런 자해적인 교육정책은 펴지 않는다. 조속히 멈춰 세워야 한다.

세 번째 공식은 ‘우파 연대’다. 그동안 좌파 교육감을 양산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우파 자신에게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똘똘 뭉친 좌파 진영에 우파는 후보 난립으로 맞서 패배를 자초했다.

단일화 문제에서 좌파는 ‘프로’이고 우파는 ‘아마’다. 좌파는 스스로를 공동체라고 부른다. 혼자 따로 놀면 따돌림 또는 보복을 받는 것이 그들 공동체의 생리다. 좌파에서 내부의 비리와 과오에 대한 반성이 거의 안 나오는 이유다. 좌파 원로라는 사람들은 발 벗고 나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곤 했다. 반면에 우파는 제각각이다. 우파 교육감 당선의 필요조건은 내부 분열의 벽을 먼저 뛰어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의 붕괴 현상 때문이다.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교육열이었으나 우리 특유의 강점이 어설픈 교육개혁 실험과 교육의 이념화, 학부모들의 ‘교육 피로증’으로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6.13 선거에서 제대로 된 교육감을 뽑아 교육 재건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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