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모두발언에서 '중국' 직접 거론하며 미국의 對中전략에 韓 참여 강조
예민한 문제는 통상적으로 비공개 외교 회담에서 거론하는 것이 관례화...중국 직접 지목에 "수위 높다"
앞서 訪日 중 일본 현지 매체들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에선 "中 해양 진출 억지 위해 미일동맹 중요" 주장

한·미 외교장관 회담차 서울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연일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도 함께 중국에 맞서기를 바란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열린 일본 매체들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민주주의가 최선”이라며 자유·민주적 세계관에 입각한 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발언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함께 17일 오후 2시40분경 미군 공중지휘통제기 E-4B 나이트워치를 타고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먼저 일본을 찾은 이들은 2박 3일 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한 것이다.

이어서 블링컨 장관은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는 서울 종로구 도렴동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장관과의 회담에 들어갔다.

정 장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북한, 홍콩 및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위험한 장면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중국은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조직적으로 무너뜨리려 하고 있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으며, 티베트와 신장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위배되는 해양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름아닌 ‘중국’이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날 회담 모두발언은 언론에 공개하기로 사전에 합의돼 있었다. 예민한 문제는 통상 비공개 외교 회담에서만 거론하되 언론에는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화 돼있다. 하지만 언론 공개를 전제로 한 모두발언에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 방한에서 해당 사안들을 그만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위한 공동의 시각을(한국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십년 동안 한·미 동맹은 역내(域內) 안보의 보루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맹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수십년의 기반을 닦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여기에 와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민주주의와 보편적가치를 수호하는 원칙을 지닌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의 편에 서서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중국이나 홍콩,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은 데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 수위는 예상했던 것보다 높았다는 것이 외교가 후문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에 앞서 진행된 블링컨 장관과 일본 매체들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가 최선”이라며 자유·민주적 세계 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매체들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일본은 함께 일어서 민주주의야말로 최선의 길임을 세계에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센카쿠(尖閣)제도 일대와 대만, 남중국해 해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미·일 동맹이 중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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