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야당 두 후보와의 지지율 경쟁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흑색선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10년 전 한명숙이 꺼냈던 ‘오세훈 땅 투기 의혹’ 재연돼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제기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이 그것이다. 그동안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데 주력했던 박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 국면에 처하자 ‘재탕 흑색선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세훈 후보는 박 후보 측의 이런 공격에 대해 “정말 기가 막히다. 10년 전 재선 서울시장에 당선될 때 당시 한 후보 측에서 제기한 흑색선전을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우려먹는 ‘곰탕 흑색선전’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명예훼손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사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선 측 천준호 의원, “오세훈 시장이 가족소유 내곡동 땅을 보금자리지택지구로 지정”

앞서 지난 9일 박 후보의 비서실장인 천 의원은 국회 소통회관에서 “오세훈 후보는 과거 본인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천 의원은 “국토해양부는 관계기관 검토를 거쳐 2009년 10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4443㎡(약 1344평)의 땅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며 “오세훈 일가는 소유 땅을 전년도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비싸게 SH에 넘긴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4·7 서울시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LH 직원 투기 의혹 등 초대형 악재가 터져 판세가 녹록지 않다는 위기감에서 오 후보의 10년 전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맞불작전을 편 것으로 분석된다.

천 의원에 이어 박영선 후보의 대변인인 고민정 의원까지 이 흑색선전에 가담했다. 고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후보는 본질 벗어난 물타기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10년 전 해명으로 물타기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고 의원은 "오세훈 후보가 제시한 2010년 한겨레 정정기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보상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치에 오류가 있었던 것을 바로 잡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문제의 토지는 시장 출마를 하기 불과 3개월 전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편입된 것"이라며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이를 처분하지 않은 것은 공직자로서의 처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만일 이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도덕 불감증 임'"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라고 적었다. 이어서 "후보자 가족이 해당 지역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행정조치를 취한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오늘 천준호 의원이 SH공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는 오세훈 일가가 실제로 받아간 36억 5천만원이라는 '보상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라며 "많이 급하신가,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 알고 싶지 않은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고 의원은 "엉뚱한 내용의 기사로 이미 끝난 사안이라며 물타기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이) 보상금 36억 5천만원이라는 새로운 내용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해명이 아닌 보상금을 받기 전 내용을 흔들며 흑색선거라고 말하다니"라고 오 후보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오세훈 측, “선거판을 흙탕물로 만드는 박영선은 후보 사퇴해야”

국민의힘은 천 의원과 고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강력 대응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 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박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오 후보는 “전혀 문제될 것 없는 것을 가지고 곰탕 우려내듯 흑색선전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비겁하게 천 의원을 내세워 90년대식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을 흙탕물로 만드는 박영선 후보는 사죄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며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구시대적 선거 행태로 돌아가는 게 박영선 후보의 진정한 뜻인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것(민주당의 ‘물 타기’)은 상투적으로 하는 수법”이라며 “우리 선대위 차원에서 적절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유경준 총괄선대본부장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천준호 의원과 고민정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LH투기 의혹이 중대변수로 급부상하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맞불작전에 대해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임대주택단지’후보지로 지정, 법이 바뀌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명칭만 변경”

오 후보의 설명을 들어보면 “2006년 3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토부가 해당 지역을 국민임대주택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이후에 법이 바뀌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이 바뀌게 됐다”며 “법이 바뀌었으니, 서울시가 다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신청을 해야 했다. 지구 지정이 이미 된 상태에서 법이 바뀌면서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고 했다. 법이 바뀌어 국민임대주택단지 후보지에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따라 공문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천준호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고, 11월에 최종 지정됐다’는 것이다. 즉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지정을 해줬다는 ‘권력형 땅 투기’라는 주장이다.

박영선 후보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오세훈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박영선 후보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오세훈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처]

천 의원의 주장은 한마디로 선후를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다. 국민임대주택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것은 오 전 시장의 재임 기간이 아닌, 노무현 정부 때임을 알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오 전 시장이 국민임대주택단지 선정에 개입할 수 없었던 때였다. 그러다가 명칭이 바뀌면서 형식적인 절차에 따라 공문을 보낸 것이다.

천준호, “노무현 때 표류하던 사업이 이명박 때 본격 추진돼”

그런데도 박영선 후보 측에서는 거짓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천 의원은 10일 아침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억지 주장을 폈다.

천 의원은 “의혹의 핵심은 오 후보가 시장 재직 시절에 이른바 셀프보상을 받게 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의 주장과 달리 2006년 3월에는 해당 토지가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예정만 된 것이다”며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도 예정만 된 채 표류하고 있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법이 새롭게 바뀌면서 그 법에 따라 사업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오세훈 후보가 당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관건이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김어준은 “오세훈 후보에게 출연을 요청했으나, 우리 방송에는 출연할 수 없다고 해서 오 후보 측의 의견을 듣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박 후보 측의 흑색선전에 대해 야권의 관계자는 “진보라는 집단의 특성이다. 위기에 몰리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오세훈 시장 출마 전에 노무현 정부가 특혜 줬겠냐” 지적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고민정 의원의 페이스북에 댓글 형식으로, 고 의원의 주장이 억지임을 설명하고 있다. [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역시 고 의원의 페이스북에 댓글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주요 일자를 일일이 나열한 이 전 최고위원은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006년 3월 (해당 토지가) 택지 선정. 오세훈 전 시장의 출마선언은 같은 해 4월, 당선이 확정된 것은 6월 1일. 오 전 시장은 7월 3일 취임,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했다고 주장했다. 역시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기 전에 내곡동 땅이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오세훈 (전) 시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노무현 정부의 국토부에서 오세훈 시장 일가에 대한 특혜를 주겠느냐”며 “수의 크고 작음을 따지는 부등호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보통 깨우친다. 시간표는 챙겨보자”고 비꼬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투기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미꾸라지가 되기로 한 것인가"라며 "성 비위의 박원순 전 시장과 함께 한 분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마타도어가 아닌 자숙"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천준호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것을 겨냥한 것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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