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 칼럼]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용 사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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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2.26 10:38:52
  • 최종수정 2021.02.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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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항만 수로를 지나다니는 선박의 높이 제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덕도 봉우리를 깎아서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한 건설기간과 비용을 계산해 봤나?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신항 중 무엇을 선택해야하나?
가덕도 신공항은 진행될 수도 없고, 진행되지도 않을, 선거를 위한 쇼
황승연 객원칼럼니스트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관심은 필자가 부산을 고향으로 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사회정책에 대한 평가는 Evaluation Research라는 사회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 평가연구에 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건설도 포함되는 이유는 이 시설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건설하고 활용하는 모든 것이 사람들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과학적인 자료들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이나 의지나 만족도 같은 것들도 평가할 요소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난 12월에 있었던 어떤 세미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신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의 ‘동남권 신공항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세미나에 주제 넘게 토론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세미나에서 허희영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시공에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관리가 어렵고, 안정성과 확장성에서 불리한 것과 함께 막대한 환경 훼손이 예상됨은 물론이고, 부울경 지역의 항공 수출 물동량이 적어 경제성도 극히 낮다고 했다. 또 경제성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예비타당성조사 생략을 큰 문제로 지적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김해공항의 접근성, 안전성, 경제성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김해공항의 활용이 답이라고 하였다.

이에 관하여 필자는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산 시민의 정서를 설명하고자 했다. 부산시민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하여 예타조사 면제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주장을 하였다. 가덕도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고,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고,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조선과 해양구조물에 대한 설계와 시공능력을 활용하여, 초대형 해상 부유식 구조물 (VLFS Very Large Floating Structure), 즉 물에 떠있는 부유식 공항(Floating Airport)을 만들자는 대안도 제시하였다. 이런 것들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제대로 논의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메가플로트(Mega-Float)의 선례나 실적을 찾기 전에, 개척자 정신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것을 구현해보려고 하는 부산 사람들의 열망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자 하였다.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고, 경제성이 있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모든 국민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필자는 한 때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이 태평양도시국가로 뻗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산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정주영 회장과 같은 위대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분들이라면 가덕도 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계획도 없이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면서, 또 구체적인 상황들을 더 잘 알게 되면서,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이 신기루인가?

선거용 단골 메뉴, ‘가덕도 신공항’

2002년 가덕도 신공항 얘기가 처음 나온 지 19년이 지났다. 역대 선거 때마다 이를 선거용으로 활용했다. 이 얘기가 나올 때 영남의 지역갈등이 불거졌다. ‘왜 새로운 관문공항을 하필 부산에 만드냐’는 질문에 자존심이 상한 부산 시민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김해공항의 이전 때문에 시작한 부산 지역의 공항 문제에 왜 다른 지역이 나서서 방해하느냐’고 반응했다. 노무현 정부 때 나온 문제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본격적으로 소위 PK와 TK사이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 후에도 선거 때마다 이 문제는 부산 시민들의 민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부산에서는 타 지역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면 공항의 건설과 운영에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지역 자체 예산으로 하겠다는 제안도 나왔었다. 이렇게 19년이 흘렀다. PK와 TK가 “우리가 남이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서로 등을 돌렸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를 남겨두면 도저히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좌파 정당에서 만들어낸 ‘가덕도 신공항’ 전략은 우파 정당의 분열로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 불가역적으로 종결한다고 합의했지만, 뒤집고 다시 등장한 것도 역시 선거 때였다. 그래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이고, 지금 선거를 앞두고 다시 등장해서 분열의 밑거름으로 쓰이고 있다. 이로서 ‘성추행 보궐선거’는 완전히 잊혀졌다. 이번 선거는 ‘가덕도 선거’가 되었다. 그렇다고 선거를 핑계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논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과연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 수는 있을까?

부산의 상대적 박탈감을 파고든 선거전략

부산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청년실업률과 노인인구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인지 부산은 옛날의 활기찬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우울한 좌절감이 깔려있음을 느낀다. 낙후된 부산을 지칭하는 단어가 ‘노인과 바다’이다. 멋진 야경의 마천루 아파트들이 즐비한 해운대 마린시티가 화려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상업지역으로 개발되었으나, 주상복합건물이나 주거형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주거지역이 만들어져서 생산과 취업유발효과가 거의 없는 부유층이 사는 소비도시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마린시티를 바라보면 부산이 화려한 부자의 도시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부산은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능력만 있으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올라가버리는 그런 절망감으로 가득한 곳이다. 부산의 최고 인재들이 간다는 부산대학교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들은 서울의 대학들로 편입을 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산이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서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개방적인 국제 상업도시, 해양도시, 첨단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태평양 도시국가로 가야한다는 부산의 미래 비전에 대해 듣게 되면 시민들은 가슴이 뛴다. 그러나 김해공항이 포화상태라서 외국으로 가려면 인천공항으로 가야하는 현실 앞에서 이 열망이 꺾이면서,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로 돌파구를 만들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꿈을 꾸자는 주장들이 있었다. 그것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꿈이었다.

가덕도 신공항의 고도제한과 드나드는 선박의 높이 문제

최근에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특히 억지스러운 ‘가덕도 특별법’ 때문에 공부를 더 하게 되면서, 스스로 가덕도 신공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컨테이너 항구인 부산신항만과 관계가 있는 고도제한 문제이고, 또 고도제한 때문에 어마어마한 산을 깎아야 하는 비용 문제이다.

공항의 주변에 세워지는 건물은 고도제한이 있는데, 공항 활주로의 두 끝에서 60m 지점부터 반경 4Km 수평 표면에 45m 이상의 건축물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계획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에는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 근처에 바로 부산신항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의 수로가 있다. 그런데 이 수로에 다니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높이는 70-80m에 달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여기서는 항공기가 뜨지 못하거나 아니면 선박이 다니지 못한다. 완공이 되어도 공항으로 승인을 받기 어렵다. 그러면 공항이나 항만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하는데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그러니 위치를 잘못 잡았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니 급하게 새로운 구상이 준비되고 있다한다. 가덕도의 두 봉우리를 깎아서 수로와 평행이 되는 활주로는 놓는다는 것이다. 활주로를 수로와 평행으로 놓지 않아도 깎아야 하는 봉우리인데, 활주로 방향을 바꾸면 산을 더 많이 깎아야 한다. 가덕도의 두 중심 봉우리인 연대봉과 국수봉의 높이가 각각 459m와 265m이다. 이 산들을 해발 45m 높이로 깎아야 한다. 서울 남산의 높이가 265m인 것과 비교하면 가덕도가 얼마나 큰 산인가를 알 수 있다. 이 두 봉우리를 깎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이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 이렇게 아무것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는데 가덕도 신공항을 만든다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정해진 것이 없으니 예산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그 예산이 타당한 것인지 경제성이 있는지 사전 검증을 해보는 것을 면제해준 것을 두고 ‘쾌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행정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즉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고도제한 문제가 나오자, 수면으로부터 40미터의 높이로 활주로를 건설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 경우 3.8Km의 활주로 길이로, 폭 수백미터, 높이 40미터를 흙을 부어 채워 넣으려면 설계를 포함하여 건설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 또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지 생각해봤을까? 지금 사람들은 선거에 미쳤다. 이 가덕도 신공항은 내년 대통령 선거 때도 우려먹을 것이다. 이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면, 후손들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래서 훗날 우리 세대는 후손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말아먹은 후안무치한 세대로 남을 수 있다.

공항 건설 비용 문제

부산 신항에 토도라는 작은 섬이 있었다. 해발 32m, 2만4천 평방미터 크기의 이 작은 섬이 선박과 충돌할 수 있고 항해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를 제거했다. 여기에 3,428억 원이 들었다. 기간도 3년이 걸렸다. 가덕도는 토도보다 면적만 수백 배 이상 더 크고, 부피로는 수천 배 이상 더 큰 섬이다. 가덕도 봉우리를 깎아내는데 시간과 비용은? 토도와 가덕도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사진 하나로 가덕도 신공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틀 전 국토교통부는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접근성, 경제성 등의 항목을 들어 건설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또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사업비가 총 28조7천억 원 가량 소요된다고 추산하였다. 부산시가 추산한 7조5천억 원보다 4배 가까이 높은 비용이다. 그러나 여당 대표는 ‘부울경 시도민들의 갈망을 받아들여 2030년 부산엑스포 이전에 개항을 할 것’이라 말했다. 이런 소란 가운데 성추행으로 인한 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성추행’ 문제는 사라졌다. 오로지 가덕도 신공항 문제만 보인다. 또 2030 부산엑스포가 열리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 열릴지 확정된 것도 아니고 2023년 12월에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희망고문인가? 우리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정부여당의 현란한 마술 쇼에 모두 정신을 빼앗겼다. 야당은 이 마술 쇼에 넋이 나간 관중들이 자신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얼른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함께 그 마술 쇼를 거들며, 자신들도 쇼를 한다는 것을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중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한다. 한편 국민들도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비용을 치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선거를 위한 쇼다

김해공항의 포화상태가 공항 확장이나 공항 이전의 이유였다면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김해공항에서 공군이 이동한다면 해결된다. 김해공항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공군과 협의하여 군 공항을 이전하고, 김해공항이 공군의 관리에서 벗어나는 순수하게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공항으로 사용하면 된다. 아니면 메가플로트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것을 어느 곳에 둘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적인 결정 이전에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각자의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상대의 입장을 들어줄 수 있는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부산이 한 단계 더 도약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고 예측한다. 보궐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선거가 끝나고, 국민들이 증오심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다시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선거를 앞두고 최소한 두 가지 문제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첫째, 고도제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둘째, 가덕도 봉우리를 깎아서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한 건설기간과 비용은 얼마나 된다고 예측하나? 이 문제에 명확한 답도 없이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말은 사기이다. 결코 진행될 수도 없고, 진행되지도 않을 선거를 위한 눈속임쇼다.

황승연 객원칼럼니스트(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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