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역당국이 발표한 ‘접종 동의율’이 진실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접종 대상자의 93. 8% 동의했다는 정부통계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강요해온 문재인 정부, 높은 동의율 만들어내?

의료계 현장에서는 문제의 동의율이 다분히 ‘강압적 상황’이 작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부터 시작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 종사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거부한 요양병원 종사자는 업무에서 배제당하는 등 직업인으로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가 코로나 발병시 경제사회적 피해에 대해 정부의 구상권 청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주무장관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1호 접종이 될 의사가 없느냐는 언론기관의 질문에 대해 “제가 먼저 맞으면 공정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물론 권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는다고 ‘특혜’라고 주장할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솔선수범할 의사가 없느냐는 물음에 대해 동문서답을 하면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권 장관의 터무니없는 발언으로 인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동의율의 신빙성을 둘러싼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간의 의혹은 크게 5가지이다.

⓵ 안전성 검증된 화이자와 선진국서도 왕따당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동의율이 비슷?

첫째 의혹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접종 동의율이 비슷하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보건당국은 지난 20일 1순위 접종 대상자 36만 6959명에 대한 접종 동의율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1순위 접종 대상자로 등록된 인원이 총 36만6959명이라고 밝혔다. 그중 34만4181명이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동의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모두 합쳐 전체 접종 동의율은 93.8%였다고 전했다.

방대본의 발표에 따르면 아스트라제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 30만8930명 중 93.6%가 동의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는 전국 143개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5만829명 중 94.6%가 백신을 투약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따져보면 접종 대상자의 6.2%인 2만2778명이 접종을 거부한 셈이다.

아스트라제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동의율이 93.6%에 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임상 자료가 부족해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1순위 접종 대상자로부터 높은 접종 동의율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657개 요양병원 접종 대상자 20만1464명 중 92.7%가 예방접종에 동의했다. 입원환자 동의율 90.0%, 종사자 동의율은 93.9%로 조사됐다. 또 4147개 노인요양시설·정신요양·재활시설 대상자 10만8466명 중 95.5%가 동의했다.

이처럼 높은 접종 동의율과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요양병원 종사자는 직업적 안정성이 높지 않고, 요양병원 환자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없는 한, 높은 접종 동의율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8일부터 코로나19 치료병원, 10일부터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정신요양시설, 재활시설에 대해 접종 대상자를 등록하고 접종 동의 여부를 확인해 이 같은 동의율이 나왔다"고 밝혔다.

⓶ 아스트라제네카는 사회적 약자 접종, 안전한 화이자는 의사 접종...당연히 동의율은 비슷?

방역당국에 따르면, 안전성 논란이 뜨거운 아스트라제네카는 요양병원 종사자 및 입원환자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접종된다. 반면에 선진국에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화이자는 사회경제적 상류층인 의사들에게 접종된다.

따라서 의료진에서 화이자 접종 동의율이 높게 나온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반면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동의율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26일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첫 접종이 이루어진다"며 "첫 접종 대상자들의 의향을 확인한 결과, 94%가 접종에 동의해 주실 정도로 초기 단계의 참여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책임지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한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를 믿고 백신 접종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어 "26일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화이자 백신 11만 7000회분이 우리나라에 도착한다"라고 밝히며 "이 물량은 곧바로 27일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인들에게 접종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요양병원과 시설 종사자와 입소자에게는 아스트라제제네카 백신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등 종사자에겐 화이자 백신이 각각 순차적으로 접종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화이자를 맞고,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아야 하는 점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요양병원 의료진 중 한 명은 “일본에는 벌써 화이자 2차분이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겠냐? 요양병원의 환자들은 마지못해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으라니까 하는 수 없이 맞는다”고 비판했다.

⓷ 아스트라제네카 거부하면 최후에 접종될 처지, 취약계층에겐 강력한 압박 수단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거부하면 코로나 백신 면역체계 형성에서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도 높은 동의율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요양병원 종사자 및 입원 환자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을 본인 순서에 실시하지 않으면 가장 후순위로 밀린다고 밝혔다. 당국은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11월 이후에나 접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정경실 예방접종관리반장은 "개별적인 거부 사유는 조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접종거부 시 후순위로 연기되는 부분은 전 국민의 1차 접종이 끝나는 11월 이후 접종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맞게 한다든지, 절대 불이익이 가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감염위험이 가장 높은 시설이다. 이로 인해 최우선 접종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를 거부할 경우 한국에서 가장 마지막에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는 정부의 입장은 가장 강력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⓸ 아스트라제네카 거부하면 치명적 불이익?...“1주에 2번 자비로 검사받고 구상권 청구당해”

1차 접종대상자인 요양병원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거부를 할 경우 불이익이 뒤따를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자유선택에 맡겼다는 정부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한 요양병원 종사자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현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이다. 접종을 거부해서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든지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하는데, 접종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또다른 요양병원 종사가 역시 “접종을 거부하면 1주일에 2번씩 자비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동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백신접종 동의율 94%에 달한다’라는 기사의 댓글에는 “도대체 누구한테 조사를 한 건지 모르겠다. 90% 이상 된다는데, 우리 지역에는 조사조차 안 왔다”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⓹ 권덕철 장관은 ‘바보놀음’하며 1호 접종은 거부?

이처럼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결국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 종사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KBS 1TV의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입소자나 종사자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밝히며 "질병청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처럼 대통령이나 방역당국 책임자가 먼저 백신을 접종해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은 그런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대통령이나 국가원수가 백신을 솔선수범해서 맞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하면 한국은 백신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다고 우긴 것이다.

주무 당국인 보건복지부의 수장인 권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처신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권 장관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종사자, 환자 중 맞겠다고 하신 분이 94% 수준인데, 고위공직자가 만약 접종을 (먼저) 맞겠다고 하면 자칫 공정의 문제, 순서를 지키지 않는 문제 등과 연결될 수 있다"며 "언제든지 맞을 각오는 돼있지만 자칫 그런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앞둔 상황에서 최대 이슈는 ‘백신 불신감’임에도 불구하고 ‘접종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변한 것이다.

권 장관 스스로가 백신접종을 둘러싼 한국내 상황에 둔감한 것처럼 포장하는 ‘바보놀음’을 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이다. 스스로를 세상 물정 모르는 존재로 비하시키는 대신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피하는 논리를 선택한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서 국민적 불신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이 실험대상이냐”면서 발끈하는 블랙코미디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이 65세 이상의 경우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한 상태이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불안감’이 높아도 문 대통령이나 정세균 총리가 1호 접종자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68세이고 정총리는 72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덕철 장관은 만 60세이다. 65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가능 연령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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