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무소속 금태섭 후보가 18일 첫 TV토론회에서 ‘퀴어(성수수자) 축제’와 ‘소상공인 대책’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특히 금 후보가 퀴어축제에 대한 전면적 지지를 강조한 데 대해, 안 후보가 퀴어축제를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의 유작인 서울시 퀴어축제 두고 정면충돌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금 후보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및 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안 후보는 성소수자의 권리못지 않게 이성애자인 다수 시민의 권리도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유주의의 본질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듯이 이를 반대할 권리도 보장하는 게 자유주의의 본질”이라면서 “타인에게 자신의 권리행사를 강요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탈을 쓴 전체주의라는 점에서 안 대표가 자유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선에서 답변을 잘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유주의란 모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 비해, 전체주의란 하나의 가치를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하려는 정치 체제를 지칭한다. 성소수자 존중이 중요하다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금 후보의 태도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 “퀴어축제 원하는 사람 만큼 원치 않는 사람 권리도 존중돼야” VS 금 후보, “안 후보 답변에서 차별없는 사회 어려움 실감”

퀴어 축제에 대한 논쟁은 토론회 후반부에 벌어졌다. 금 후보가 안 후보에게 ‘퀴어(동성애자) 퍼레이드에 참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제3지대 후보를 표방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서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이었다. 금 후보는 지금껏 성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서온 정치인으로 자처해왔다.

안 후보는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는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이 아닌 남부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을 들며, 자원해서 그 축제를 보러 오는 사람의 권리 못지않게,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후보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금 후보는 강력 비판했다. “우리 사회가 차별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안 후보의 답변에서) 실감했다. 퀴어 퍼레이드가 어디서 열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 후보의 답변이) 실망스럽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 금 후보간 진보와 보수적인 가치에 대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 후보의 대답은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퀴어 퍼레이드를 즐기지 않을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보수의 가치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안 후보가 보수층을 겨냥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 후보, “소상공인 등 위해 4조원 지방채 발행” VS 안 후보, “부채 늘리면 안 되고 세출조정으로 해결해야”

두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지원 정책에서도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금 후보가 4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안 후보는 곧바로 “그 방법도 나쁘지 않고,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부채비율이 25%가 넘기 때문에 그것은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그간 안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를 잘 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대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안 후보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나면 재정 주의 단체가 된다. 지방채를 더 늘리는 것은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다른 해결책을 내놓았다.

안 후보 차분한 대응 VS 금 후보 유려한 말솜씨 과시

금 후보는 안 후보에 비해 유려한 말솜씨와 차분한 토론을 선보였다. 금 후보는 안 후보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과 말바꾸기를 한 점을 들며 안 후보 비판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이에 당황하지 않고 ‘이런이런 부분은 그렇다. 그건 그게 아니다’라는 식의 설명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토론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금 후보의 제안에도 흔쾌히 응답하며 그간 안 후보에게 씌워진 ‘소통 부족’에 대해서도 강경히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전보다 좋은 토론을 선보여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안 후보가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을 보여주는 데는 좀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이걸 잘 리뷰해서 다음 토론회는 더 잘 준비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두 후보, 문재인 정부의 포괄적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공감

이날 토론회는 오후 4시 채널A 주최로 개최됐다. 야권의 '제3지대 단일화'를 추진 중인 두 후보는 이날 1시간 40분에 걸쳐 '문재인정부 4년간의 평가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번 토론회는 당초 15일로 예정됐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불발될 뻔했다. 정당이 다른 후보자 간 TV토론회는 1회로 제한한다는 안내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양측이 합의를 도출, 18일 첫 토론회에 합의했다. 양측은 단일화 결과 발표 예정일인 오는 3월 1일 이전에 '서울시 비전과 정책'을 주제로 한 차례 추가 TV토론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TV토론회는 양측의 모두발언, 사회자의 공동 질문, 주도권 토론, 정치와 비정치에 관한 자유토론에 이어 각자 1분씩 마무리 발언을 마지막으로 토론회는 끝났다. 서울시민들이 기대하는 부동산정책, 일자리 정책 등에서의 격렬한 토론은 없었지만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보이며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의 실정과 인사문제,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상대 후보가 비판을 하면 공감했다.

안 후보, “타락하지 않으면 문 정부서 출세 못해”...금 후보, “문재인 정부는 자기 편만 챙겨”

특히 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안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마음에 빚진 자들에게 자리를 주는 것이 이 정부의 특징이다. 자기 편만 챙긴다. 이번 문체부 장관 청문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 정부에서는 임명을 안하든지, 하더라도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게 전혀 없다”고 강력 성토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비판이었다.

안 후보 역시 현 정권의 지지자였던 시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부패하지 않고 타락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출세할 수 없다. 여기에 핵심이 담겨 있다. 무능하면 정직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시민들, “안철수 TV토론 울렁증 극복한 듯”

토론회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큰 관심사는 ’안철수 후보가 TV토론 울렁증을 극복했느냐‘는 점이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안 후보와 금 후보 간 피튀기는 토론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금 후보가 안 후보를 공격하는 양상이었다”면서 “안 후보가 금 후보의 질문에 잘 준비된 답변으로 무난하게 토론회를 이끌어갔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는 이전의 목소리 톤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평가됐다. 이전에는 하이톤 목소리로 불안감을 주었으나 이번에는 좀더 안정적인 목소리톤으로 신뢰감을 더했다. 게다가 컨텐츠도 잘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주었다. 사회자가 시민들의 생각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후보에게 “임기 1년간 어떤 부분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지” 대책을 주문했다.

안 후보는 “첫째, 코로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 둘째는 부동산 문제로, 재개발 재건축 등에 대해 비합리적인 규제를 푸는 것이 정상화의 시작이다. 셋째는 인수위원회가 없으므로 바로 민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조목조목 짚는 화법을 구사했다. 그간 지적돼온 ’TV토론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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