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칼럼] 성추문 사건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 당이 젊어져야 하는 이유
[여명 칼럼] 성추문 사건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 당이 젊어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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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남성의 잠재적 성범죄의식을 부추긴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유로 국가에 의해 ‘야동’이 규제되고, 공중파 방송을 넘어 종합편성채널들 마저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는 21C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숨 돌리면 연이어 대형 성추문 이슈가 터진다. 지역자치단체장 궐위 사태까지 불러온 (2021년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 비용 1,000억 원 이상)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현직 시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 국회의원 신분으로 ‘미투’를 당한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 과거 연인에게 데이트폭력으로 미투를 당한 민주당 총선 인재영입 2호, 그외 역시 민주당 소속 자치구청장·지방의원들의 크고 작은 성비위들까지. 2018년 이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더불어민주당 발 성범죄사건들로 인해 민주당은 ‘더듬어민주당’ 이라는 별칭까지 새로 얻었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민주당만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성비위 논란이 2021년이 되기 무섭게 국민의힘에도, 정의당에도 터져 나왔다. 먼저 국민의힘 건은 김병욱 국회의원이 바른미래당 보좌관이던 2019년 국정감사 당시 호텔방에서 같은 당 소속 인턴과 비서 각 두 명을 추행 및 강간했다는 제보다. 사실이라면 위계에 의한 성범죄다. 정의당은 김종철 당대표가 역시 같은 당 소속 장혜영 국회의원을 성추행 했다는 미투다. 김병욱 의원은 결백을 호소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상태이고, 김종철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사퇴 했다.

문제는 자당의 성범죄 사태를 대처하는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자세이다. 먼저 민주당을 살펴보자. 박원순 시장은 피해자의 ‘미투’ 정보를 미리 접하고 자살해버렸다. (이 정보는 친여 여성단체가 박 시장에게 흘려줬다고 한다.) 그의 황당한 죽음 이후 6개월 동안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강성 지지자들이 피해자에게 한 2차, 3차 가해들은 피해자마저 죽음으로 몰아갈 기세였다. 여성운동가로 정치에 입문한 남윤인순 의원(아버지, 어머니의 성 두개를 쓴다.)은 피해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 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SNS에 피해자와 박 시장이 마치 내연 관계였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의 범죄를 부인하고자 하는 의도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상으로 결정해 시민의 세금으로 5일 동안 장사를 치렀다. 길게 늘여선 박 시장 지지자들의 조문 행렬을 보며 피해자는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친문(文)지지자들은 얼마 전 피해자를 ‘박 시장 살인죄’로 고발했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이다. 이 일련의 사태에서 민주당이 거느리고 있는 준 관변 여성단체들 역시 민주당의 갖가지 성범죄 건에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다음은 국민의힘이다. 서울·부산 시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공석이된 시장들을 뽑는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다. 주요 현안 마다 그에 대응하는 당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력이 요해지는 시기다. 그런 와중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의 최초 보도로 김병욱 의원의 성범죄 의혹 사건이 터졌다. 당 지도부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했다. 검사 출신 국회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규명TF가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김병욱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진상규명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뒤이어 국민의힘 국회의원실 비서로 알려진 피해자가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자신은 그런 일을 당한 적 없다.’ 고 서면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사태 이후 생긴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어떠한 의혹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 차원에서 김병욱 의원을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필자는 김 의원이 속한 세력의 지지자들에게 SNS 댓글테러, 서울시의회로의 민원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거짓된 정보를 유포해 시의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혐의(?)다. 윤리위원회에서 사안을 다뤄야 한다나.

국민의힘은 그간 좌편향 언론이 악의적으로 덧씌운 성누리당 이미지, 경상도 남초당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18년 홍준표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 혁신위원회는 지방선거 공천 신청 시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서약을 하게끔 했다.

그러나 역시 요식행위뿐이었을까. 강간 사건 목격자이자, 성추행 피해자인 제보자의 미투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김병욱 의원이 탈탕했기에 진상규명의 대상자가 없다는 지도부에게 묻고 싶다. 김병욱 의원은 어느 당 소속으로 공천신청을 받고 어느 당 지지자에게 표를 받아 당선이 됐나.

뭐 하나 시원하게 국민 속을 긁어준 적 없는 무능한 야당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에게 다가오는 재보궐 선거에서 구호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 ‘성범죄 정당 심판’ 이다. 그렇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 지도부의 단호한 대처가 신속하게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 성폭력대책특위를 위시한 당내 여성위원회는 이 문제 앞에 눈 감았다. 한편 김병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이른바 당내당 청년의힘의 초대 대표를 맡을 정도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정의당을 살펴보자. 정의당은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걸맞은 당 지도부의 처신을 믿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당에 알렸다고 한다. 물론 당을 위해 피해 사실을 묵혀둘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 의원의 페이스북 입장문에 따르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령 가해자가 당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의당은 피해자의 믿음에 응답했고, 당은 대표였던 가해자를 제명했다. 정의당은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구세대인 노동 계열과 페미니즘을 기반으로한 신세대로 구성돼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느 당과 마찬가지로 잡음이 있었지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효정 의원의 박원순 조문 공개거부, 그리고 장혜영 의원의 무려 당대표 내부고발이 국민의 호응을 얻으며 세대교체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젊어져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거듭된 실정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그 이유가, 나는 당 지도부와 당내 주류세력의 공감능력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치 여의도 내 갈라파고스 섬과도 같다.

필자는 여성과 청년에게 특혜를 주는 ‘무슨무슨 정치’를 주장하는 부류들을 비판해왔다. 그들이 여성·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여성·청년이 하는 정치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주장이 혼재되 있을 뿐더러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대개 여성·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제외한다면 다른 경쟁력 없이 기득권 여성계에 몸담고 있는 여성이라든지, 특정 정치인의 계파를 자처하며 어린 나이부터 세력 정치를 하고 있다든지 하는 여성·청년 정신에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을 따라다니는 얼굴마담 몇 명만 젊은 얼굴이 아닌 진짜 젊은 정당이란 기득권 권력에 맞서 당이 추구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 국민의 공감을 사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성추문 사건을 대하는 세 당 지도부와 그들의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이 젊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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