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21년 전공의 정원을 확정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NMC) 피부과 1명을 포함한 신규 전공의 정원을 증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특정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피부과에 배정된 인원은 전체 2명으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보훈병원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미 1명의 정원이 있는데도 추가배정을 했다. 이는 매우 드문 사례이므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 전반에 대한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한 것과 유사한 시기에 보건복지부가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별도 정원을 1명 증원했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정원 증원 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이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어 피부과로 배정된 정책별도정원 1명은 외상, 화상 치료 등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턴에 합격하더라도 1년 간 인턴 수련을 거쳐야 하며, 인턴은 전문과목 배정 대상도 아니므로(전문의 수련규정) 올해 배정된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은 시기적으로도 정책적 정원 배정으로 인한 혜택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에 추가 배정된 정원은 '정책별도정원'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배정된 것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매년 새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는 2023년 개소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위해 피부과, 그것도 전공의를 추가로 뽑는다는 것도, 2023년에 개소할 센터를 위해 2021년 한 해에만 전공의를 한 명 더 뽑도록 했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학회가 매년 새로 선발한 전공의 정원을 제시하면 보건복지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정작 해당과(피부과) 전문학회 조차 특별한 이유가 없이, 특정 병원의 전공의 정원이 증원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배정의 이유로 화상 치료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화상 치료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세부 전문분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는 스스로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피부미용과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화상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화상 치료를 전문분야로 소개하고 있는 의료진도 따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인 전공의 증원이 화상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배정된 '정책 별도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며 "의료원 측에서 먼저 요청을 한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요청하게 된 것인지, 보건복지부는 어떠한 과정으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정원을 부여한 것인지를 밝히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요청 없이 보건복지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상황은, 공공의대 신입생 모집에 시민단체가 학생을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했던 보건복지부의 해명에 '현대판 음서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던 지난여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공공의료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권력자들의 자녀를 의사로 만드는 패스트트랙,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데 악용될 것이라던 일부의 우려가 마치 현실이 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분명한 답을 내놓기를 바란다. 잘못된 정책의 일방적 추진에 항의하는 뜻으로 스스로 학업을 중단함으로써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던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며 몇 번이나 사과하라고 윽박질렀던 것이 바로 이 정부"라며 "이제 스스로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를 위해서 이례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게 된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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