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 칼럼] ‘희대의 포퓰리스트’를 대선 주자로 떠받들어 모셔야 하는 나라
[김용삼 칼럼] ‘희대의 포퓰리스트’를 대선 주자로 떠받들어 모셔야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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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은 정당 정치가 약해진 틈을 비집고 발아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독버섯이다. 기존 정치 체제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때 포퓰리즘은 득세한다. “나는 포퓰리스트”라고 커밍아웃을 선언한 인물이 내년 대선 주자 중에서 확실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 나라의 운명은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파라독스인가?

#. 14개월 앞으로 닥쳐온 대선, 어찌하오리까

지금부터 14개월 후인 2022년 3월 9일이 대선일이다. 거의 모든 언론은 차기 대선을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3강 구도로 예측한다. 3강구도 저 멀리 안철수 대표(국민의 당)와 홍준표 의원(무소속)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3강의 소속 정당은 두 사람은 여당, 한 사람은 현직 공무원. 의석 수 102석을 자랑하는 원내 제2당 '국민의 힘' 소속 후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 1위인 정당이 대체 이 무슨 변고일까?

야당인 '국민의 힘'이 정권 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벌여야 할 판인데, 인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살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당 소속 인물로 승산이 없다면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대선 후보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소속 정당이 없는 공무원인 데다가 올 7월이면 총장 임기 만료다. 대선 후보 부재로 허우적대는 국민의 힘으로선 구미가 당기지 않을 리가 없다.

윤석열 총장을 대권 양강구도 반열에 오르도록 날개를 달아준 것은 문재인 정부다. 인간들이 하는 일이 언제 프로그램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의 목을 자르기 위해 지지세력 총동원해 칼을 휘두르고 몽둥이로 난타했는데, 패면 팰수록 그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결국 그를 패던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졌다.

#. 복덩이인가, 시한폭탄인가?

앉아서 숨만 쉬어도 지지율 30%를 등락하는 윤석열 총장의 모습을 보면 정치 운빨 타고난 복덩이인 셈이다. 그가 현실정치에 뜻이 있건 없건, 정치권은 그의 행보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윤석열 총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지만 사법고시를 9차례 낙방 끝에 합격한다. 강용석 변호사, 박범계 의원, 조윤선 전 장관 등 자기보다 한참 후배들이 사법연수원 동기다. 1960년생이니 올해 61세, 한창 일할 나이다. 서울 출생이니 지연(地緣) 혈연(血緣)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학벌 좋고, 관직 경력 풍부한 데다 집안 또한 연세대 교수 출신을 아버지로 두고 있으니 대권 후보로는 손색없는 스펙이다.

하지만, 정치적 하자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은 그의 살점을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악감정이 누적되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붕괴에 결정타를 날렸고, 김기춘·우병우·원세훈 등을 잡아넣는 저승사자 역할을 했다. 우익 진영은 이슈마다 갈가리 찢겨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아포리아(aporia) 상태다. 이 와중에 국민의 힘이 윤석열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한다면 우익 진영은 또 어떤 아비규환이 연출될 것인지…. 과연 그는 대선을 앞둔 우익 진영의 복덩이인가, 아니면 분열의 대혼란을 야기할 시한폭탄인가?

대선 후보 양강구도를 형성한 윤석열 검찰총장. 그는 대선을 앞둔 우익 진영의 복덩이인가, 아니면 분열의 시한폭탄인가.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몹시도 궁금하다.
대선 후보 양강구도를 형성한 윤석열 검찰총장. 그는 대선을 앞둔 우익 진영의 복덩이인가, 아니면 분열의 시한폭탄인가.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몹시도 궁금하다.

#. 선거 승리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나치당의 히틀러가 선거를 앞두고 어느 시골 마을에서 콧수염 휘날리며 열변을 토했다.

“여러분들이 땀 흘려 일한 뒤 보트를 타며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보트 선착장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마을 주민이 혀를 끌끌 차며 “우리 마을에는 강이나, 호수도 없는데 어디서 보트를 타란 말이오” 하고 항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히틀러가 외쳤다.

“아, 그거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트를 즐길 수 있도록 강도 파서 드릴 겁니다!”

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상적으로 집권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퓰리즘과 거친 폭력을 무기로 사용했을 뿐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니 집권여당과 문재인 정부, 돈 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코로나 지원금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선에서 성과가 또 다시 입증될 경우 내년 대선에서는 보다 폭발력 강한 포퓰리즘 선물이 융단폭격 식으로 투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실 사람들 아닌가. 

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다만, 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과 거친 폭력을 유감없이 활용했다.
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다만, 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과 거친 폭력을 유감없이 활용했다.

#. 한 번 발 담그면 절대 못 빠져 나오는 죽음의 늪

포퓰리즘 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존재가 아르헨티나의 페론과 에비타 부부다. 한 시절 세계 5위권 경제력을 구가하던 아르헨티나는 9차례 국가부도, 22번의 구제 금융을 받아 연명하는 나라로 추락했다. 2001년에는 모라토리엄을 선포했다. 빚을 갚을 방법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만세 부른 것이다.

이쯤 되면 해외 투자자본 대규모 탈출, 무역은 중단되어 생필품 부족 사태로 생존 자체가 지옥이 된다. 실업자가 폭증하면 청년들은 강도, 도둑이 직업이요 젊은 여성들은 몸을 팔아 생존을 영위한다. 그것이 인류 역사의 비정한 교훈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필리핀의 두테르테, 인류문명의 금자탑을 쌓았던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가 그 뒷자리를 이어받았다.

베네수엘라는 풍부한 석유매장량 덕에 한 시절 세계 4위의 부국이었다. 가난하고 싶어도 가난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쪽박을 찬 이유가 차베스 한 사람 책임일까? 포퓰리즘 사회주의에 맛을 들여 땀 흘려 먹고 사는 노력 대신 국가가 주는 돈으로 공짜로 즐기기를 원했던 국민 책임은 없는가?

김정호 교수는 『코로나 디바이드』란 저서에서 한 나라가 포퓰리즘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①포퓰리즘 정권, 혹은 사회주의 정권이 노동자와 빈민에게 선심을 베푸는 것으로 시동이 걸린다. 덕분에 당장은 경기가 좋아지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②마구 나눠주다 보면 한정된 재원이 바닥난다. 돈이 모자라니 부자 돈 세금으로 빼앗거나, 돈을 찍어내거나, 빚을 내서 노동자 빈민에게 계속 나눠준다.

③돈이 넘쳐나니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만연한다. 물가는 폭등, 구매력은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져 실질소득 감소, 국가부도 위기가 반복된다.

④이를 해결하겠다고 우파 정권이 등장하여 긴축정책을 펼친다.

⑤국가가 베푸는 공짜에 길들여진 국민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우파 정권을 내치고 포퓰리스트 정권에 표를 몰아준다.

⑥또 다시 포퓰리즘, 사회주의 정권으로 회귀하여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다.

한 번 발을 집어넣으면 죽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늪. 포퓰리즘이란 그처럼 무서운 것이다.

한 시절 산유국으로서 부를 향유했던 베네수엘라는 국민 모두가 포퓰리즘, 사회주의를 선호한 덕에 거지 국가가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 시절 산유국으로서 부를 향유했던 베네수엘라는 국민 모두가 포퓰리즘, 사회주의를 선호한 덕에 거지 국가가 되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 사회주의가 뭐 별 거인가?

포퓰리즘과 대중독재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나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책은 나치즘과 동류의 국가사회주의다. 이들의 슬로건은 자주독립, 사회정의, 다 같이 잘 살기, 공동선, 노동자 우대 등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고, 국정지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다. 더불어 잘 살아야 하고,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지다니, 이게 사회주의 아니고 뭐란 말인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국가는 지속적으로 베푸는 정책을 펼친다. 문재인 케어와 최저임금 인상이 그렇고, 경제민주화가 그러하며, 반기업-친노조 정책이 그렇다. 급기야 주 52시간 이상은 일하고 싶어도 못하도록 불법으로 만들어 놓은 국가가 되어버렸다.

놀라운 선심 정책 덕에 지지층은 열광하는 반면, 반대층은 불만 대폭발이다. 피아 구분이 명확해질수록 정치구도는 저들에게 유리해진다. 세상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혹은 덜 가진 자)로 편 가르면 어느 쪽 머릿수가 더 많은가? 민주주의란 다수결로 승부가 갈리는 숫자놀음 아닌가.

#. 대중 장악을 위한 프로토콜

모세 시대에 광야를 유랑하던 유대인들에게 40년 간 하늘은 ‘만나(Manna)’를 공짜로 제공하여 먹고 살 걱정 없게 해주었다. 이 시대에 동일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열 받을 필요 없다. 하늘대신 국가·정부·사회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국가가 개인에게 선심 쓰는 돈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국가란 무형의 존재이므로 가진 돈도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세금’ 명목으로 가진 자 호주머니 털어 자기 지지층에게 뿌리는 일이다.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으면 돈을 찍거나 빚을 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만이다. 계속해서 빼앗기기만 하는 세력의 불만, 저항을 그냥 두면 사회 혼란을 야기하므로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강력한 프로파간다를 시행한다.

가진 자, 잘난 놈, 좋은 학벌, 서울 강남에 아파트 보유자, 스펙 제대로 쌓은 계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 기본이다. 그들에 대한 대중의 저항감이 폭발하도록 선전선동을 밥 먹듯이 행한다. 복잡한 문제가 불거지면 그 원인을 해외 탓(반일·반미), 전임 정부(이명박·박근혜)나 적폐세력(이승만·박정희) 탓으로 돌린다.

선전선동은 대중 의식화의 양 수레바퀴인데, 그것만으로는 대중 장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저들은 잘 안다. 따라서 프로파간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막기 위해 조직적인 폭력 행사가 수반된다. 나치는 당 무장조직인 돌격대, 친위대 같은 폭력집단을 이용해 독일 국민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테러를 광범위하게 자행했다. 테러와 폭력이 일상화되면 저항세력은 무력함을 탓하며 수동적 입장이 되거나 방관자가 된다.

자기들 정책에 협조하는 자에게는 확실한 대가를 지불한다. 나치당의 폭력, 테러조직은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후 경찰·군대·체제수호기관 등에 취업시켜 확실한 대가를 제공했다. 그래야만 지지층을 결집시켜 저항세력을 조직적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이 모든 행위는 합법을 가장함으로써 형식상 국민의 지지를 얻어 진행하는 것으로 적당히 꾸며댄다. 의회민주주의 따위는 개에게나 던져주고, 촛불시위나 거리 투쟁 같은 직접민주주의를 선호하는 척 한다. 강한 자에게 빌붙는 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대중을 우군으로 획득하기 위해서다. 대중을 확실하게 장악한 후엔 공포감을 조성하여 그들을 자신들의 지배하에 복종시킨다.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가 쓴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표지.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가 쓴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표지.

#.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2017년 프린스턴대 교수 얀 베르너 뮐러는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뮐러 교수는 포퓰리즘이란 “국민이 직접 통치하도록 한다”는 민주주의의 최고 이상을 실현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타락한 형태의 민주주의라고 정의했다.

이 책의 분석에 의하면 포퓰리스트들의 발언은 늘 거칠고 무례하다. 엘리트는 부패했으며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면서 ‘서민(국민)’을 엘리트의 반대되는 선량하고 옳은 집단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면서 끝없이 국민을 찾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외친다.

포퓰리스트는 또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연출을 선호한다. 14년간 장기 집권한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서민들의 걱정을 들어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했다. 한 번은 생방송 도중 동석한 국방장관에게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 10개 전차대대를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대신 SNS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 연출이다. 뮐러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포퓰리즘은 정당 정치가 약해진 틈을 비집고 발아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독버섯이다. 기존 정치 체제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때 포퓰리즘은 득세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을 국민의 힘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희대의 포퓰리스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닮은꼴”이라고 공격했다. 발끈한 이 지사는 국민의 힘을 “부패 수구 DNA를 가진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2017~2018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그는 “나는 포퓰리스트”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렇게 커밍아웃을 선언한 인물이 내년 대선 주자 중에서 확실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 나라의 운명은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파라독스인가?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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