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모더나 백신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자기분열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더나 백신을 대량 구매했다고 자랑했지만, 정작 정부 주무부처는 그 ‘안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식약처가 안전성 판단 유보한 모더나 백신, 문 대통령은 급하게 2000만 명분 구매?

문 대통령은 29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 계약을 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병사인 카투사와 군무원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을 보류시켰다. 식품의약처의 긴급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측 보류 요청의 이유이다.

만약에 식품의약처가 모더나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 카투사 등은 모더나 접종을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접종도 하지 못할 백신을 2000만 명분이나 사들인 셈이다.

주한미군 29일 모더나 백신 접종 시작, 카투사 등은 한국정부 요청으로 접종 보류

주한미군사령부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산·군산·평택 미군기지 내 병원 등 3개 시설에서 글로벌제약사 모더나에서 생산한 백신 1차 접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주한미군이 접종 대상에 포함했던 한국인 간호사, 카투사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일단 보류됐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접종을 시작했지만 한국 정부 요청으로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에겐 접종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와의 협의가 끝나면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측의 공식 협의 요청이 있었고, 접종 대상이나 일정 등 세부적인 사안은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더나 백신은 (질병관리청과 식의약처의) 긴급 사용승인이 나지 않아 한·미 당국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날 “‘접종 제외를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카투사를 포함해 주한미군 내 한국인 전체에 대한 접종에 대해 정부 내부의 검토 절차를 기다려 주기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한미군 관계자 역시 “한국 정부의 ‘실무 협의’가 늦어지는 탓에 카투사 등에 대한 접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면 접종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모더나 백신 2000만명 분 구매 자랑, 식약처는 ‘안전성’ 확신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모더나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한 4개국에 모더나 백신을 보냈다. 500명이 맞을 수 있는 주한미군 백신 1차 물량(1000회분)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반입됐다. 주한미군은 카투사와 한국인 군무원 등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은 29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바이러스를 퇴치하자(#Kill the Virus)’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백신을 맞는 사진도 공개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지만 (모더나 백신은)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해 미국 정부에서 승인한 만큼 모두 접종하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미국 제약회사인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했다고 밝힌 날이다. 문 대통령과 모더나는 한국에 2000만 명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정부가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 1000만 명 분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백신을 확보했다고 황급하게 자화자찬하는 모습이다.

이날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확보했다고 밝힌 모더나 백신은 주한미군이 접종을 실시한 제품과 동일 제품이다.

대통령이 내년 2분기 도입하는 모더나 백신, 연말에 접종하면 ‘불경죄’?

문제는 정부 내의 엇박자다. 미군이 모더나 백신에 대한 접종 계획을 미리 밝혔을 테고 이 사실을 국방부에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모더나에 대한 ‘긴급 승인’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신 확보가 늦어진 데 대해 질병관리청은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로부터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와중에 모더나에 대한 긴급 승인 요청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모더나 코미디다” “국민 1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 정부가 뭐하는 건지?” “그럴 거면 대통령은 모더나 계약을 왜 자랑하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뭐 그렇게 힘든 거냐? 긴급한 시기라며?” 등등 비판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가장 먼저 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 FDA의 승인과 관계없이 우리 식약처가 먼저 승인을 해서 접종을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DA나 영국식약청의 승인 없이도 국내에서 먼저 승인하겠다고 장담하는 정부가, FDA의 승인을 받은 모더나 접종을 보류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대통령이 가까스로 내년 2분기에나 도입하게 될 모더나를 카투사가 연말에 접종하는 게 ‘불경죄’에 해당되기 때일까. 국민의 생명이 걸린 백신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공학 놀음을 한다면 더 큰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