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연말 연초에 걸쳐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하기로 함에 따라 그 규모와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권력지도 개편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복귀 사태를 수습하는 데 상당한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간의 장기간 갈등이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깨 할 ‘순장조’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 레임덕 초래한 최대 주범은 ‘추-윤 갈등’

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대통령비서실장에 누가 기용되는지 여부이다. 최대관심사인 비서실장에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유은혜 교육부총리, 최재성 정무수석과 윤태영 전 대변인 등이 거론된다.

유 부총리는 문 대통령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여성 비서실장’이라는 명분을 충족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의 정치적 위기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한가한 발상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은 가장 무난해 보인다.

친문 그룹, “대통령 지킬 사람은 3철 밖에 없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취임 2년이 되는 다음달 8일 전후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8월 부동산 혼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친문 그룹을 중심으로 한 여권 내부에서는 노 실장 후임으로 양 전 원장 카드가 부각되고 있다. "어차피 대통령을 지킬 사람은 '3철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는 분위기이다.

친문 그룹이 꼽는 '3철'은 민주당 전해철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다. 이 중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이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되었다. 양 전 원장이 비서실장 또는 정무수석을, 이호철 전 수석이 다시 민정수석으로 일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양 전 원장은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맡아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선거 이후 양 원장은 16일 아침 사퇴를 표명하며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했던 문 대통령은 법원의 처분 집행정지 결정이란 역공을 맞게 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죽이기를 방관한 ‘원죄’의 결과물이다.

‘조국 라인’과 ‘양정철 라인’의 힘겨루기 진행중?

양 전 원장은 윤 총장과 친분이 두터워 대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친문 그룹 내에서 리더십을 갖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당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던 윤 총장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고, 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인 지난해 초에도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윤 총장 임명을 반대했지만, 양 전 원장이 적극 지원해 결국 총장에 임명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 중 한 명인 김용민 씨는 “강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석열씨가 양정철씨와 회동할 무렵에 주진우 기자도 그 자리에 합석했다”며 “양 씨가 윤 씨를 (언론 보도 외에는) 잘 모르던 시기였기에 주진우 기자가 두 사람을 소개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총 4명이 있었던 이 자리에서 주진우 기자는 윤석열 씨에게 ‘형’으로 호칭하며 양 씨에게 반농담조의 충성맹세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주진우 기자는 김 씨가 제기한 ‘윤석열-양정철’ 회동에 대해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양정철 윤석열 두사람을 소개해 준 사람이 주진우 기자일 가능성이 높다.

양 전 원장 카드가 다시 부각되는 데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물 간 인물로는 지지율 추락을 방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조국 민정라인'과 '양정철 라인' 사이의 힘겨루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 추미애의 윤석열 죽이기에서 발 빼는 분위기

지금까지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 손을 빌어서 윤석열 총장을 내치려다 실패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여권 내 상황이 좀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법원의 판결에 대해 25일 발빠르게 사과한 것, 그리고 지난 16일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재량이 없다"고 한 대목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6일 "검사징계법에 따라서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제청을 하면 대통령은 재량 없이 징계안을 그대로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추미애 장관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말이 ‘단순한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추-윤 갈등’으로 비춰진 일련의 사태가 사실은 청와대 내부의 '조국 민정라인'과 '양정철 라인' 사이의 갈등에서 촉발됐다는 설명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임기보장’ 메신저가 양정철, 조국 라인과 수 차례 대립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 때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이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당시 적절한 메신저가 양정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법무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은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즉 윤 총장을 두고 조국 전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 민정라인이 한 편에 있고, 다른 편엔 양정철 전 원장이 윤석열 총장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물밑에 있던 두 라인의 대립 관계가 윤 총장 사태로 더욱 거칠어졌다는 분석이다. 조국-최강욱-이광철로 이어지는 민정라인이 추미애 장관과 함께 윤 총장 징계 사태를 불러왔다면, 양 전 원장 측은 그 반대편에 서서 이를 견제한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팍에서 무성하다.

윤석열 총장의 측근도 “윤 총장이 대통령이나 정권을 직접 공격할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 걸로 안다”며 “문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립보다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결국 이런 사태를 불러온 발단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컨대 양정철 비서실장 카드는 윤석열 죽이기를 주도해온 여권내 ‘강경파’ 그룹을 퇴출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윤 총장과 정치적 대화를 통해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를 완화시키면서 임기말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구상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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