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 주장하심이 공산당과 꼭 같으십니까?"...'김구 암살범' 안두희 시역(弑逆)의 고민
"어떻게 그 주장하심이 공산당과 꼭 같으십니까?"...'김구 암살범' 안두희 시역(弑逆)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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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희는 김구를 쏘기 전에 김구에게 열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김구 선생을 사살했나: 안두희의 시역의 고민》는 해방과 건국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 우리에게 그저 ‘암살자’로 기억된 청년 안두희의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탕!’

6.25전쟁이 발발하기 꼭 1년 전인 1949년 6월26일, 서른둘 청년 포병 장교 안두희(安斗熙)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主席)을 지낸 백범 김구를 향해 총구을 겨눴다. 그날 김구는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자택에서 안두희가 쏜 총탄에 맞고 명동성모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향년 74세.

한국 근·현대사에서 안두희는 ‘민족의 성인’ 김구를 살해한 암살범으로 기억돼 왔다. 김구 암살 직후 안두희는 육군 방첩대(CIC)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 육군 소위로 복직, 휴전 이후인 1953년 12월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하지만 ‘민족의 성인’ 김구를 암살했다는 꼬리표는 안두희를 계속 괴롭혔고 정부 역시 안두희를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여러 차례 가명을 써서 도피하던 가운데 수 차례 테러를 당하기도 한 그는 결국 1996년 10월23일 인천 중구의 자택에서 당시 49세의 버스 운전 기사 박기서의 몽둥이에 맞아 사망했다. 박기서가 안두희를 향해 휘둘렀다는 몽둥이가 그 유명한 ‘정의봉’(正義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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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김구 선생을 사살했나: 안두희의 시역의 고민》 표지.(이미지=출판사 제공)

김구 암살 직후 CIC에 체포돼 첫 공판일 전날(1949년 8월2일)에 이르기까지 안두희는 김구 암살의 직접적 계기가 된 남조선로동당(남로당) 국회 프락치들을 일망타진한 경위에서부터 김구 암살에 이르게 된 일련의 사건들의 전말과 취조, 심문, 공판 준비 과정에서의 심경(心境)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해 1955년 10월 《시역(弑逆·부모나 임금 등을 죽임)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1949년 8월 재판을 방청하러 온 아내에게 건넨 자신의 옥중 일기가 책으로 묶인 것이다. 하지만 형 확정 후 수형 기간 동안 법정 진술 등 공판 내용을 기록한 일기는 전쟁통에 발생한 형무소 방화로 모두 소실(燒失)돼 출판될 수 없었다고 한다.

《시역의 고민》 초판본은 출판 이후 약 1년 동안 서점가를 통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안두희에 대한 대중의 악감정으로 인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史料)는 60년 이상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도서출판 타임라인이 출간한 《나는 왜 김구 선생을 사살했나: 안두희의 시역의 고민》은 안두희가 직접 남긴 옥중수고 《시역의 고민》을 정리해 다시 펴낸 것이다. 출판사는 안두희 일기문 전체에 담긴 저자의 고뇌를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하고자 한자로 표기된 어휘들을 그대로 살려 한글로 표기하는 한편 일부 맞춤법을 현대의 것에 맞추는 등 최소한의 교정 작업만을 거쳤다고 밝혔다.

“협상(1948년 김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한 협상, 남북협상) 다녀오신 후에 태도는 어떠하셨습니까? 미군의 철퇴를 주장하셨고, 미국의 원조를 거부하셨고, 유엔(UN)의 처사를 비방하시면서 급기야는 5.10선거(1948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부인하신 것. 어떻게 그렇게 그 주장하심이 공산당과 꼭 같으십니까?”

“여순반란은 누가 사주한 것입니까?”

“송진우(한국민주당 총재) 씨는 누가 죽였습니까?”

“장덕수(한국민주당 정치부장) 씨는 누가 죽였습니까?”

“전라도 방면을 순회하실 적에 정부를 부인하시고 미국을 침략자로 규정지으시며 이 박사(이승만)를 사대주의자의 전형적 존재로 매도하셨으니, 공적인 국면도 국면이오나, 그렇게도 국민 전체가 쌍벽으로 모시던 두 분의 교의가 끊겼다고 생각될 때에 온 겨레의 실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아십니까?”

“왜 모든 것을 국민 앞에 천명치 못하셨느냐는 말씀입니다.”

안두희는 김구를 쏘기 전에 김구에게 열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책 《나는 왜 김구 선생을 사살했나: 안두희의 시역의 고민》는 해방과 건국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 우리에게 그저 ‘암살자’로 기억된 청년 안두희의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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