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조국의 노래...피해호소인 자처하며 I Changed My Mind~♬
국민들이 매일 찾아보는 '조만대장경'...진중권 "21세기 정감록, 일어날 모든 일 예언"
윤석열에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더니 끌어내리지 못 해 안달난 조국!
공적 인물은 법적 대응 자제해야한다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 시끄럽게 고소고발전!
생각이 바뀌었다고? 아니다, 입장 바뀌니 말 바뀌는 것일 뿐

사진=펜앤드마이크 영상 화면 캡처.

전 법무부 장관 조국과 그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행각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유일하게 변한 게 있다면 조국 일가를 본격 수사하기 시작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집권층의 집중타깃이 돼 신변이 위태로워졌고, 검찰이란 조직은 연이은 인사학살로 인해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초장부터 이를 ‘검찰개혁’의 일부인 것으로 둔갑시켜 권력형 비리 수사를 도맡아온 검찰을 무력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검찰을 대통령 직속 수사사찰기구인 공수처 휘하에 두게 되면서 정권 말 권력형 비리를 덮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국은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할 뿐 멸문지화를 당한 '피해호소인'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국은 라틴어로 ‘나의 조국(祖國)’을 의미하는 patrimea라는 아이디로 지난 10년 여간 SNS에 1만5000개가 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런 조국은 지금도 부단히 SNS 활동을 하며 매일 스스로와 싸우고 있습니다. 한 입으로 두말 하는 어제의 조국과 오늘의 조국이 조만대장경(曺萬大藏經, 조국의 어록을 ‘팔만대장경’에 빗댄 말)에서 대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국은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자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 이름 짓자며 SNS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조국이 8년 전 SNS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선거철 토목공약'이라 비하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조국은 2012년 3월 2일 “선거철 되니 또 토목공약이 기승을 부린다. 신공항 10조면 고교무상교육 10년이 가능하며, 4대강 투입 22조면 기초수급자 3년을 먹여살린다”고 했습니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반복되는 조국의 내로남불 이중성에 대중은 혀를 끌끌 찼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습니다.

하지만 조국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언론이 한심하다는 듯 “찾느라고 수고 많았다. 간단히 답한다.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반응했습니다. 오늘날 자신의 이중성이 조만대장경에 의해 하나씩 격파될 때마다 거의 대부분 침묵했던 조국이 이례적으로 입을 연 것입니다. 조국은 자신의 SNS에 힙합그룹 Quannum Projects의 1999년 앨범 수록곡 "I Changed My Mind"를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만대장경은 21세기 정감록"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그 안에 이미 예언돼 있다"고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중성을 비판받자 자기 트위터에 '생각이 바뀌었어요'라는 노래를 변명으로 올리다니 진짜 얘는 구제불능"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조국의 표변이야말로 놀랍습니다. 조국이 지금 윤 총장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이런 조국은 지난 정부 시절 윤 총장을 더없이 존중하고 응원했습니다. 조국은 2013년 11월 9일 트위터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형, 정직 3개월이 아니라 그 이상의 징계라도 무효입니다. 굴하지않고 검찰을 지켜주세요. 사표내면 안됩니다”라고 한 글을 리트윗하며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영상 화면 캡처.

박 의원은 당시 '국정원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인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게 되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라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공수처법 통과를 놓고 벌어진 국회 필리버스터에 찬성 토론자로 나서서 해당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리게 된 흥미로운 일화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박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총장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저는 불 보듯 뻔하게 그가 사표를 낼 것으로 예견했다"며 "그때 조국이 저에게 전화를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부탁이었다.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자 한다고 했더니, 이왕 쓰는 김에 단단히, 호소하듯이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랬던 조국에게 윤석열은 이젠 좋은 검사가 아닌가 봅니다.

조국은 부인인 정경심과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 기자와 유튜버, 그리고 일반시민들까지 상대로 마구 고소고발을 하고 있습니다. 부창부수라고 조국 부인 정경심은 한술 더 뜹니다. 법원 재판에 출석하는 자신에게 고함을 치며 욕한 시민들을 일일이 찾아내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습니다. 이 역시 조국의 지난날 주장과 정확히 상반됩니다. 조국은 2013년 5월 24일 SNS에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비판, 허용된다. 일정한 근거를 가졌다면 과장된 비판적 검증도 허용된다. 공적 영역에 이름을 올린 나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2012년 9월 ‘서울대학교 법학’ 학술지에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이란 논문을 투고했습니다. 여기서 조국은 우파 인사들에 대한 좌파 인사들의 비판 및 의혹제기를 옹호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인물은 항상적인 비판과 검증의 대상인데 보통의 시민이 그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민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허위사실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그 시민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진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 사용에 의해 수사적으로 과장 표현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추궁해선 안 된다” “설사 허위라고 하더라도 믿을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변호했습니다. 공적 인물이 법적 제재를 가동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사진=SNS 캡처.

앞으로도 조국은 자신의 생각이 바뀐 것이라며, 변하여 변한 것이라며 힙합곡인 I Changed My Mind로 답을 대신할 겁니다. 그런데 조국은 생각이 바뀐 게 아닙니다. 조국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모 변호사의 설명대로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처지가 바뀌었을 뿐이죠. 비주류에서 주류 기득권으로, 권력의 변방에서 최정점으로 이동한 조국. 그런 그가 지금과 너무나 달랐던 자신의 이중적 모습에 대해 반성하거나 성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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