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F(미세먼지 저감장치) 게이트’가 불거질 조짐인 가운데 환경부가 DPF보다 2배 이상 고가인 DPF플러스 장착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행, 경유차 소유자들 간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2018년 이후 출고된 경유차에 대해 질소산화물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질소산화물 배출을 낮추기 위해서는 DPF플러스를 장착해야 한다. 2018년 이후 경유차는 DPF플러스를 장착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이전 차량은 DPF플러스를 장착해야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사실상 DPF플러스 장착도 DPF처럼 의무화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수처법 강행 통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징계 등과 같은 격렬한 정치쟁점들이 모든 민생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효과를 빚고 있다. 이 같은 국정난맥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 수뇌부 등은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 야당의 정책감시 기능도 실종됐다.

국민권익위는 수백억원 대 ‘DPF 비리 의혹’ 제기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5등급 경유차량의 경우 DPF를 장착해야 수도권 진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지난 8일 DPF 제조업체가 원가를 2배 이상 부풀려 정부보조금 수백억 원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12월 15일자 ‘ [기획]문재인 정부 ‘DPF게이트’ 점화? 권익위 의혹제기에 환경부는 강력부인‘ 제하 보도

정부는 이 같은 국민권익위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질소산화물 검사’를 빌미로 ‘DPF플러스’라는 새로운 DPF사업을 강행할 조짐이다. DPF는 미세먼지 저감장치인데 비해, DPF플러스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을 동시에 저감하는 장치이다. DPF플러스의 가격은 DPF의 두 배 이상인 2000만원대를 상회한다.

의혹 주체인 환경부는 ‘질소산화물 검사’를 내년부터 시행 예정

내년 1월부터 2018년 이후 생산된 중·소형 경유차는 질소산화물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등록지가 수도권이면서 경유를 쓰는 승용차와 10톤 이하 화물차 등이 대상이다.

중·소형 경유차에 대한 산성비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 정밀검사가 의무화된 데 따른 조치이다. 관련 법은 2018년에 개정되었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대상 차량이 4만여 대에 달할 예정이지만 상당수 민간 정비업체들이 이를 측정할 장비를 구매하지 못해 검사 대란이 우려된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측정장비가 1500만원으로 고가인데다, 정비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비 수요가 급감한 탓에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면 운행 차질도 불가피해 최악의 경우 ‘생계형 트럭’의 무더기 운행 중단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었다.

검사 대상 차량은 내년 4만 2,083대에서 2022년 18만 4,788대 등으로 매년 급증할 전망이다. 2023년에는 32만 7,991대, 2025년에는 76 만9,530대에 달한다. 제도 시행 4년 만에 검사 대상 차량이 18배나 불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유차에 대한 질소산화물 검사 강행 예정

검사 대란이 우려된다는 보도에 대해 환경부는 “2020년 12월 10일 현재, 민간검사소 100여곳(54개소 계약 완료, 이외 50여곳은 구매의사 밝힘)에서 장비구매 계약 등 질소산화물 검사 시행 준비 중”이라며 “2021년도 검사대상은 4만2천여대 수준으로, 교통안전공단 및 장비를 구입한 민간검사소에서 충분히 전량 검사 가능하다”며 반박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환경부의 설명대로 검사 대란은 해소된다고 해도, 문제는 검사 대란이 아니다. 갑자기 경유차에 대해 질소산화물 검사를 의무화하는 제도 자체에 있다.

기자는 ‘제도가 갑자기 시행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2018년에 법이 개정되어서 3년간 충분히 안내되었고 준비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유 차량에 대해 질소산화물 검사를 따로 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금까지 휘발유 차량에 대한 질소산화물 검사는 시행되어 왔다. 휘발유 차량의 배출가스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 3가지에 대해서 검사하고 있다. 휘발유 차량은 ‘매연’ 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연료의 특성상 ‘미세먼지’라고 불리는 PM(입자상물질)이 배출되지 않기에 매연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경유 차량은 지금까지 ‘매연’ 검사만 했다. 미세먼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질소산화물인 NOx 검사가 추가되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은 산성비의 원인물질이기에 규제를 하면 국민 건강과 대기 상태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 ‘경유 차량에 대한 질소산화물 검사’를 왜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걸까?

DPF 장착 대신 ‘폐차’ 선택이 많아, DPF 자체에 대한 불신 팽배

민간 정비업체 대표 A씨는 “5등급 경유차량에 대해서는 DPF(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강제적으로 장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질소산화물까지 규제를 하게 되면 DPF보다 더 비싼 ‘DPF플러스’를 장착해야 된다”면서 “왜 굳이 이렇게까지 DPF를 장착하라고 강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PF플러스는 미세먼지만 걸러내는 기존 DPF에 질소산화물까지 추가로 걸러낼 수 있게 개발된 장치이다. 크기도 기존 DPF보다 훨씬 클 뿐만 아니라, 가격도 거의 2배쯤 비싸서 2000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도 있다. 따라서 질소산화물까지 규제를 하게 되면 기존 DPF 대신 DPF플러스를 장착해야 된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입장이다. ‘생계형’ 경유차 소유주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DPF플러스는 차치하고라도, DPF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DPF를 부착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진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경유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DPF가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DPF는 경유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19년 6월 말 기준으로 2,320만대의 자동차를 등급제로 분류한 결과, DPF를 부착해야 하는 5등급 차량은 247만대에 달했다. 이 중에서 DPF를 장착한 차량은 24만 1883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20년 9월의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5등급 차량은 178만대이고, 이 중에서 DPF를 달지 않아서 단속 대상이 되는 차량은 146만대로 드러났다. 약 32만대가 DPF를 장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6월에서 2020년 9월까지 1년 3개월간 DPF를 장착한 차량은 약 8만대만 늘어났다는 의미가 된다. 그에 반해 줄어든 69만대는 모두 조기폐차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DPF를 장착해서 ‘앓느니 죽겠다(폐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DPF 장착의 4가지 문제점 각종 SNS 등에 넘쳐, 환경부는 ‘직무유기’로 일관

경유차 소유자들이 DPF를 외면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이다. 각종 SNS 및 커뮤니티 등에 관련 글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조차 발표한 적이 없다. 의도적인 외면인지 게으름의 소치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DPF 강제부착 정책에 대한 피드백을 전혀 챙기지 않는 다는 점에서 ‘중대한 직무유기’라는 점이다.

1. DPF를 장착하고 나면 출력이 떨어진다. 2005년 이전에 제작된 5등급 경유차 중에서 아직까지 운행되고 있는 차들은 주로 ‘생계형’ 소형 화물차이다. 짐을 싣고 달려야 하는데 출력이 떨어지면 수송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2. DPF를 장착하고 나면 연비가 떨어진다. DPF를 사용 중에 청소나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배출구를 막기 때문에 연소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비가 떨어지면 유류비가 훨씬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비가 생명인 화물차와 트럭 소유주들이 DPF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3. 관리가 어렵고 실제 효용도 미지수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경유 차량이 내뿜는 ‘매연’ 중에서도 일부인 ‘미세먼지’만 걸러주는데, 필터에 걸러진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청소까지 해줘야 한다. 청소비용 역시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생계형으로 화물차나 트럭을 운행하는 소유주들이 시간내서 청소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청소를 하지 않으면 차량의 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진다고 한다.

4. 모든 경유 차량에 DPF를 장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일부 차종에 적합한 DPF는 개발도 안된 상황이라, 장착하고 싶어도 장착할 수 없는 차가 더 많다.

윤석열 죽이기와 공수처 탄생에 정신 팔린 文 정부, DPF 정책 실패 안중에도 없어

환경부는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는 DPF 사업을 강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8년 이후의 경유 차량은 질소산화물을 걸러주는 장치(SCR)가 제작차 단계에서 부착되어 있다. 질소산화물 검사를 통해 이 장치가 잘 가동되고 있는지를 검사하겠다는 취지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이전 차량은 DPF플러스를 장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정비업체 대표는 ‘2018년 이전의 경유 차량에 대해서도 질소산화물 검사를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경유 차량에 대해서 온갖 규제를 하는 환경부가 당장은 2018년 이후 차량에 대해서만 질소산화물 검사를 하지만, 앞으로는 그 이전 차량으로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DPF 대신에 더 비싼 DPF플러스를 장착해야 한다. 수요가 없다면 DPF 제조업체가 왜 굳이 DPF플러스를 생산하겠는기?”라며 머지않아 DPF플러스 장착이 의무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의 DPF도 무겁고 덩치가 커서 소비자에게서 외면받는 지경인데, 더 크고 무거운 DPF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여권 수뇌부가 온통 윤석열 목자르기와 공수처 탄생에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에 환경부의 DPF사업 난맥상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덕분에 ‘DPF플러스 게이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제 ‘文 정부’는 천천히 데워지는 물 속에서 익어가는 개구리 같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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