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살해 용의자 리정철이 북한 자금조달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15일(현지시간) 리정철이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을 당시 확보된 휴대전화와 컴퓨터 기록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RUSI 소속 핵확산 전문가 제임스 번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27일부터 리정철이 체포된 2017년 2월 17일까지 그의 연락처 목록과 통화·문자 내역, 이메일 내용 등을 통해 리정철이 북한과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연락한 내역과 해외 정보망, 송금 내역, 영수증 등이 확인됐다.

또 북한의 무역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위원회 소속 조선신광경제무역총회사와 조선봉화무역총회사의 대표로 활동한 리정철은 허위 비자를 발급받아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후 북한 정권을 위해 자금과 물자 조달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그는 말레이시아 거주 기간 정식 외교관으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외교 번호판이 붙은 차량이 포착됐으며, 그의 휴대전화에도 여러 외교 연락처가 있었다.

특히 리정철이 조선봉화총회사 소유의 자금 수만 달러를 중국인을 통해 베이징과 단둥의 중국 계좌에 이체하고, 또 중국 국영업체를 통해 중국 다롄을 거쳐 남포항으로 수십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운송한 기록이 확인됐다.

또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16년 북한 핵실험과 무기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금융거래 제재 대상에 올린 금강은행과의 거래 내역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RUSI는 리정철이 북한 동료들 및 중국 국적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조달용 물품 대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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