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14일 드라마 '위기의 민주주의' 꺼내들어...알고 봤더니 며칠전 김어준이 만든 논리
이들은 여론을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구나? 감탄사 절로 나오게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법대로 수사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원칙론을 ‘연성쿠데타’로 몰고가려는 ‘대깨문’의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브라질의 좌파 포퓰리스트 룰라 전 대통령을 비리혐의로 수사하고 룰라의 후계자이자 브라질의 첫 여성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를 비리혐의로 수사해 탄핵으로 이끈 브라질의 개혁파 판사를 부패한 재벌 및 언론과 결탁한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 윤 총장을 같은 반열로 격하시키는 논법이다.

윤석열 총장이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독려함에 따라 칼끝이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탈원전 수사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궤변을 펴고 있는 것이다.

월성 1호기 수사로 ‘달님’ 정조준하자 ‘합법적 수사’를 ‘연성쿠데타’로 격하

쿠데타는 정치적 후진국인 중남미에서 좌파 및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군부의 무력을 동원해 정권를 교체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정치학 개념이다. 상층부 권력만 교체되지 정치경제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체제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혁명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즉 군부에 의한 정권 탈취를 의미한다.

그런데 ‘연성쿠데타’라는 단어는 정치학적으로 ‘듣보잡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깨문들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윤 총장의 합법적 수사를 무력에 의한 정권 탈취와 의도적으로 견줌으로써, 그 합법성과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간의 대결에서 벗어나 ‘문-윤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전선의 확대는 대깨문들이 주도하고 있다. 윤 총장의 상대역을 추장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라고 우기는 기묘한 상황이다. 정권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인 것으로 분석된다.

143회 '다스뵈이다'에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들어 연성쿠데타라고 음모론을 펴는 김어준과 패널들. 

대깨문들은 방송 및 SNS 등에서 ‘연성쿠데타’ 주장을 빠르게 유포 중

우선 김어준은 TBS의 ‘뉴스공장’ 외에 ‘다스뵈이다’ 라는 토크쇼 형식의 팟캐스트, 유튜브 프로그램을 통해 이 같은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143회 다스뵈이다의 한 코너에서 시작된 ‘연성쿠데타’ 발언은 전형적인 ‘마타도어(흑색선전)’로 꼽힌다. 하지만 대깨문에 의해서 각종 SNS 및 커뮤니티 등에서 빠르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5명의 패널이 나와서 토론하는 코너에서 신장식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윤석열 총장이) 작년 조국 사태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는 과정이 마치 브라질의 연성쿠데타를 연상시킨다. 특수부의 소수 검사에서 시작해 언론을 장악하고 그 다음에는 군인 전체를 설득하고 다음에는 중도파를 설득하는 연성쿠데타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넷플릭스의 ‘위기의 민주주의’를 보면 잘 나와 있다”면서 “법으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다. 합법적인 검사를 앞세워서 ‘호세 지우마’ 라는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대통령이라고 하는 룰라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룰라도 검찰을 앞세워 감옥에 집어넣는다”고 했다.

신장식 변호사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어준은 “어떻게 법률을 이용해서 쿠데타를 일으키는지를 다큐로 찍은 건데”라고 맞장구를 쳤고, 다른 패널들도 “브라질에서 성공한 사례이다. 검찰과 법률을 앞세워서 어떻게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둘을 다 감옥에 보내는지 잘 나와 있다”고 했다.

대깨문의 바이블인 ‘위기의 민주주의’를 시청해보니...‘대깨룰라’가 룰라 옹호 위해 제작

기자는 ‘윤석열의 법대로’를 ‘연성쿠데타’로 몰고 가는 김어준의 논리를 살펴보기 위해 실제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시청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룰라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 ‘자신의 투옥을 막아달라’는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6대5로 룰라의 상소를 기각하면서 룰라가 투옥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룰라를 수사한 판사는 ‘모루’ 연방대법원 판사였다. 브라질에서는 검사가 판결까지 담당하고 있어서 ‘모루 판사’ 혹은 ‘모루 검사’로 불렸다. 모루 판사는 ‘부패한 대통령에 대해 칼날을 들이댄’ 것이지만, 다큐멘터리는 룰라가 죄가 없음에도 검사가 기소를 하는 바람에 투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장식 변호사를 포함해 김어준과 그 패널들의 입장은 ‘위기의 민주주의’를 감독한 ‘페트라 코스타’와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위기의 민주주의’는 편견으로 가득찬 시각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페트라 코스타 감독은 좌파 운동을 한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룰라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코스타 감독의 부모들은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룰라나 호세프 대통령과 뒷좌석에 동승할 정도로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대깨룰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다큐멘터리는 룰라나 호세프 대통령의 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감독은 모루 판사가 기획한 단순 ‘세차작전’으로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주장하지만,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뇌물사건과의 연루로 물러났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 스캔들에는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만 연루된 게 아니라, 호세프의 뒤를 이은 테메르 대통령까지 총 3명의 대통령이 연루되었다. 브라질의 국영 정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와 건설사들의 부정거래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4년 동안 수사가 진행되었다.

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 다큐멘터리. 대깨문들이 바이블처럼 여기지만,  '모루 판사'를 민주주의의 위기의 뿌리로 여기는 편협한 관점에서 제작되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캡처>

중남미 민주주의 위기의 뿌리는 부패한 권력, 대깨문의 바이블은 ‘모루판사’라고 우겨

테메르 대통령은 우파로 분류된다. 모루 판사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부패한 권력자를 사법적으로 단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깨룰라’들은 모루 판사를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인물로 왜곡시키고 있다. 중남미 민주주의 위기의 뿌리는 ‘부패한 권력’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다큐멘터리는 부패권력에 대해 응징한 모루 판사를 ‘뿌리’로 우기고 있는 셈이다.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은 브라질 사법당국의 대규모 부패 수사인 ‘라바 자투(세차작전)’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5월 수사팀이 페트로브라스의 거물급 경영진을 기소하면서 광풍의 서막이 열렸다.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라질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룰라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던 2009년 정부 계약을 따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페트로브라스로부터 금품과 호화 아파트를 제공 받아 징역 12년 1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탄핵을 당한 호세프 전 대통령과 테메르 당시 대통령도 오데브레히트로부터 각종 뇌물 및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깨문이 윤석열 닮은 꼴로 비난한 모루 판사는 브라질판 ‘깨끗한 손’

오데브레히트 스캔들로 중남미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그 수사를 시작하고 지휘한 모루 연방판사이다. 브라질은 프랑스처럼 판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수사판사 제도를 두고 있다. 모루 판사는 1990년대 이탈리아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반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모델로 삼고 돈세탁 수법을 10년 동안 철저히 연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데브레히트 스캔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모루 판사는 지난 2016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으로부터 ‘50인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꼽은 ‘2010년대를 빛낸 50인’ 명단에도 브라질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 제작된 ‘위기의 민주주의’ 감독은 이런 사실은 일부러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모루 판사가 법을 앞세워 룰라와 호세프 대통령만 겨냥한 것으로 제작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테메르 대통령 또한 각종 부패혐의에 연루되어 있음이 드러나 2017년 5월에 기소를 당했고 2019년에 수감되었다. 그런데 그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연성쿠데타’로 모루 판사를 바라보는 편향적인 시각도 문제이다. 2018년 대선에서 당선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사법 분야에서 부패 척결을 한 공로를 인정해’ 모루 판사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모루 법무장관은 사임을 선언했다. 그는 사임 기자회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비판하며 “연방경찰은 앞으로도 일체의 외부 압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수사 방해, 월권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대법원은 수사를 승인했다. ‘탄핵까지 갈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외신이 전해졌다.

모루 판사는 룰라나 호세프 대통령이 좌편향 대통령이어서 수사를 한 게 아니다. 극우인 테메르 대통령도 수사를 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며 법무장관에서도 사임했다. 브라질의 ‘법대로 판사’이다. 신장식 변호사가 제기한 ‘연성쿠데타’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권력교체 과정에서 군대가 동원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쿠데타 ([프랑스어]coup d’État)는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것이다. ‘타격’이나 ‘충격’을 뜻하는 ‘쿠’는 군대의 개입을 의미한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았고, 그 이후 대선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극우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조차도 군부의 개입없이 국민의 선택으로 당선되었다.

따라서 모루 판사의 반부패 수사에서 촉발된 브라질의 잇따른 정권교체는 ‘라틴아메리카 민주주의의 성숙’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군부의 개입에 의해 즉 쿠데타로 정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부패 수사를 통해 부패한 정권을 축출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거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추미애도 대깨문의 신판 음모론에 가세

급기야 추 장관도 대깨문의 신판 음모론에 공식 가담했다.

추 장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넷플릭스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봤는데 룰라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된 지우마가 경제개혁을 단행한 이후 이에 저항하는 재벌과 자본이 소유한 언론, 검찰의 동맹 습격으로 탄핵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연성쿠데타’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어준이나 SNS의 대깨문들처럼 ‘위기의 민주주의’를 중요한 논거로 활용했다. 너무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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