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핵심으로 삼은 ‘탄소중립’ 정책에 쐐기를 박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친원전’으로 대전환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탈원전은 이제 글로벌 친환경정책의 흐름에서 벗어난 ‘국제미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제로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수십년 동안 탈원전을 주장해온 미국 민주당조차도 ‘친원전’이야말로 유일한 돌파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 환경론자인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청정에너지 시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원전’을 필수 동반자로 재규정했다.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영국은 ‘친원전’으로 대전환, 역사의 흐름 거스른 국가는 예외없이 대재앙 맞아

선진국들은 풍력,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탄소를 잡을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탈원전’으로 탄소중립을 잡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유사 이래 국제사회의 흐름과 정반대로 질주한 국가나 정권은 예외없이 대재앙을 자초했다. 일각에서는 조선왕조를 멸망시킨 ‘쇄국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점차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탄소중립’이다. 2050년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신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탄소 주범인 화석연료를 없애고 재생에너지만으로 한국경제를 돌릴 수 있다는 야심차지만, 실현불가능한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경제성장, 삶의질 향상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주공급원 전환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소외 없는 공정한 전환 등의 방안을 강조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탈원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선진국들이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원전활용을 천명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귀를 닫았다. 탈원전 정책에 쐐기를 박는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文의 잘못된 ‘초지일관’ 옹호 위해 안간힘

다음 날인 11일 환경부 조명래 장관은 국민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발전이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건데, 탈원전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은 모순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자,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신규 원전을 안 짓는다는 거지, 기존 원전은 수명이 유지될 때까지 잔존시킬 거다. 그렇게 되면 2050년까지 전체 발생량의 15% 정도는 원전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원전에 대한 의존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원전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기는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원전은 상당히 불리한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대규모여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에너지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전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2050년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애매모호한 ‘경직적인 원전의 비합리성’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탈원전을 표방했던 선진국 지도자들이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친원전’으로 대전환하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 대통령과 각료들은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우기는 형국이다. 국민을 위한 리더십은 유연하고 솔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잘못된 초지일관을 정치인의 길로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경희대 정범진 교수 본지 인터뷰서 “바이든 정책과 文의 탈원전은 전혀 달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11일 펜앤마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교수는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정책과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비교하면서 문 대통령의 ‘탈원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8월 정강정책을 통해 “첨단 원전 등 모든 탄소 제로 기술을 활용해 전력 부문에서 탈(脫)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 일색인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인 셈이다.

정 교수는 이어서 “첨단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한 바이든 정책과 탈원전 정책은 같을 수가 없다. 그리고 태양광의 과도한 보급에 따른 국토의 훼손은 또 어떡할거냐?”고 지적했다.

미국도 지난 50년간 원전에 비판적이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만 가지고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통해 원자력 동반 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도 2003년에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 정책을 발표하면서 풍력 발전의 예비 발전원으로 원자력을 택했고, 그 정책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국내 사례를 들어가면서 ‘탈원전’이 실패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와 전남에서는 출력제한 조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제주의 풍력에너지나 전남의 태양광에너지가 더 유연하지 않은 에너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비중의 20~30%를 넘기면 안 된다’고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제주 풍력에너지의 경우, 전기 수요량이 높은 8월에는 바람이 안 불어서 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며 “11월 들어 전기 수요가 떨어질 때는 오히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는 면이 있다. 이럴 경우 ‘출력제한 조치’가 내려진다”고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량을 조절해가며 공급할 수 있는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80~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책의 불합리성’을 비판했다.

세상변화에 눈귀 닫고 탁현민의 쇼맨십에 매달려

틴소제로인 원전은 쏙 빼고 탄소중립을 선언한 10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넥타이를 매고, 흑백영상으로 연설을 내보냈다. ‘고화질 영상을 이용할수록 많은 탄소가 비례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설명까지 덧붙였다.

‘탁현민의 쇼맨십’에 식상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펴야 문재인 정권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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