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중은행 부행장급 상대로 가계대출 중단 압박
은행관계자 모은 자리에서 2개 은행 특별히 지목해 강하게 질책도
"행장이나 부행장이 따로 금융당국에 불려갈 것" 소문 돌아
마른 수건 짜내듯 대출 문 걸어잠그는 은행들..."대출 수요 많아 대출한 것일 뿐인데"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질책하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철저할 것을 지시했다. 은행들은 문턱을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출의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과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을 몰아세우며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한 달에만 9조4천195억원(657조5천520억→666조9천716억원) 급증했는데, 이는 10월 증가액(7조6천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 실패로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특별히 지목해 강하게 질책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에 따로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상태다. 이들 2개 은행의 행장이나 부행장이 따로 금융당국에 불려갈 것이라는 소문 역시 돌고 있다.
당국이 이렇게 압박에 나서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을 거의 모두 동원한 상태지만 '마른 수건 짜기'식으로 모든 방법을 짜내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카드 모집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대출 상담사의 활동을 잠정중단키로 했다.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 등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는 이들의 활동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한다. 은행권에서는 "주력 신용대출 상품을 한도를 이유로 막는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대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한다.
한편 넘치는 대출 수요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당국이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할 때마다 규제 시행에 앞서 대출을 받고보자는 가(假)수요가 크게 몰린다는 호소다.
한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 수요가 많아 대출한 것일 뿐인데, 정부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출을 해서 부동산 등에 돈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책임을 은행에 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