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 책임이 경영진·실무자에게 적용되지 않아...사고사망자 감소시키는 효과도 의문
법도 필요하지만 안전관리 고도화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현장 인력의 안전수칙 준수 등이 동반되어야

대한건설협회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처벌 확대 위주의 법안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이 벤치마킹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실제로 사고사망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재영)은 8일 '국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비교 분석'을 통해 "산업별 특성과 환경이 다르고 이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법률이 운영되는 건설산업의 경우 법안의 제정과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국회서 논의 중이며,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회사 경영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사망사고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법인은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매출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가중 벌금, 영업 취소 등의 제재를 부과받을 수 있다. 

건산연은 "이 법안은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산업재난 예방과 기업의 안전 문화 인식 제고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의무 주체, 중과실 유무, 도급 관계 의무, 손해배상 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이나 실무자 개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아니라, 조직체 관리와 조직 방법의 적절성 여부를 범죄 성립의 주요 요건으로 본다. 특히 기업과실치사법 제18조에서는 피해자의 사망 책임이 조직체의 구성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건산연은 기업과실치사법이 사고사망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기업과실치사법이 시행된 이후 영국의 건설업 사고사망십만인율은 2008년 2.04에서 2017년에 1.60으로 연평균 3.3% 감소했다. 이는 법률이 제정되기 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2.6% 감소율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건산연 손태홍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최근 건설현장 화재 안전 대책 등의 조치에 따라 법적 처벌과 경제적 제재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사망사고 방지 의무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제도나 법률의 운용도 필요하지만, 안전관리 고도화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현장 인력의 안전수칙 준수 등도 동반돼야 안전한 건설산업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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