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미국 대통령 선거 - 도널드 트럼프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과거 사례 [유태선 시민기자]
1876년 미국 대통령 선거 - 도널드 트럼프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과거 사례 [유태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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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례에 따라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를 하는 대신 이번 대선에 각종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법정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관습법과 판례를 중시하는 미국 사법 체계 하에서 트럼프의 주장을 패배자의 억지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은 1876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던 민주당 후보 사무엘 틴든 (Samuel J. Tilden) 뉴욕 주지사 대신에 소수의 지지를 받았던 공화당 후보 러더포드 헤이즈 (Rutherford B. Hayes) 오하이오 주지사를 선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자로 인정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1873년이 되자 미국 서부 개척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의 증가, 1870년 프랑스로부터 받은 전쟁 배상금 5억 프랑을 산업 시설에 투자했던 독일 공업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공급 과잉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생한 주가 폭락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경제 위기에 몰아 넣기에 이르렀다. 

당시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의 주들이 연방군의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에 북부와 서부에서 우세한 공화당이 남부의 지지를 받던 민주당을 전국적으로 압도하고 있었지만 불황의 여파가 정치적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860년 링컨의 당선 이후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던 공화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고 마침내 남북전쟁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민주당에게 정권 탈환의 기회가 온 것처럼 보였다. 

적색 - 공화당 헤이즈 후보 승리 지역, 청색 - 민주당 틸든 후보 승리 지역

1876년 대통령 선거 과정은 연방군의 점령 하에 있던 남부 주들에서 폭행, 부정, 소요 등이 발생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개표 결과 민주당 틸든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185명 중 184명을 확보하기에 이르자 아무도 민주당의 집권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회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남북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결심하고 남부 주들 중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플로리다 (지도 FL 4), 루이지애나 (지도 LA 8),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도상 SC 7)에서의 부정선거 사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에 더하여 오리건 (지도 OR 3)의 1표가 의심스럽다는 보고가 의회에 전달되었다. 

미국 헌법상 부정선거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의회의 결의에 의하여 상원의원 5명, 하원의원 5명, 대법관 5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사태가 발생하는데 일리노이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중립 성향의 대법관 한 명이 선거위원회 위원이 되기를 거부하자 공화당원이던 브래들리 판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위원회가 공화당에 장악되었다. 

분노한 민주당원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하였지만 전국적인 세 부족을 절감하면서 공화당과의 이면 합의를 통하여 아래와 같이 헤이즈의 당선을 인정해 주는 대가를 받아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1. 연방군의 남부 주들로부터의 완전한 철수 

2. 민주당원의 내각 각료 임명 

3. 남부 지역과 캘리포니아를 연결하는 대륙 횡단 철도의 건설 

4. 연방 정부의 남부 재건 지원 

5. 흑인 문제에 대한 남부 주들의 자율권 인정 

당시 발생한 부정선거 사례의 대부분이 '링컨의 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화당에 몰표를 던지려던 흑인들을 남부 백인들이 폭력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링컨의 뜻을 계승한다고 자부하던 공화당이 연방 정부의 남부 흑인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그들을 배신한 것이다. 

결국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던 선거위원회는 대통령 취임 이틀 전인 1877년 3월 2일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하여 아직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 하고 있었던 주들의 선거인단을 모두 헤이즈 후보에게 몰아주면서 그를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선자로 결정했다. 

트럼프가 144년 전의 헤이즈와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를 이유로 하여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면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불가피하게 민주당에게 많은 양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부 공화당 중진들은 트럼프를 지키기 위하여 민주당을 설득하는 것보다 트럼프를 버리는 대가로 바이든이 무엇을 양보해 줄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인지가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의 막후 협상 의제에 한반도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그 결과 대한민국이 1870년대 남부의 흑인들처럼 미국 정부에게 배신당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가 바이든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다. 바이든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포용하기 위하여 부유층 증세를 포기하고 주한 미군 감축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를 추구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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