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노무한다고 홍보...분노 자아낸다”
“통일부가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에 나와 하는 변명과 왜곡 논리를 답습하는 상황...굉장히 우려스럽고 개탄스러워”

2014년 함경북도에서 어린이들이 도로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VOA)
2014년 함경북도에서 어린이들이 도로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VOA)

탈북민과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아동 노동착취를 미화한 한국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에 “북한 학생들은 사회 의무노동으로 방과 후 나무심기와 모내기 등을 한다”며 “학생들에게 교육과 생산노동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카드뉴스를 게재했다. 북한의 아동 노동착취를 ‘교육과 생산노동의 결합’으로 미화한 것이다. 게다나 통일부는 이런 설명 아래 푸른 들판에서 좋은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웃으면서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 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소년궁전, 학생소년회관, 도서관 등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소조활동을 한다”며 교복을 잘 차려입은 학생들이 성악 연습을 하는 삽화를 게재했다.

그러나 탈북민들과 인권단체들은 통일부의 이러한 교육홍보에 대해 북한정권의 인권 탄압을 오히려 미화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으로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탈북민들과 자녀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사회 의무로 포장해서 아이들이 인권 침해를 받는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식으로 미화했다”며 “직접 북한에서 어릴 때부터 강제노역을 겪은 입장에서 이를 포장해 북한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사회를 위해 노무를 한다는 식으로 홍보했다는 게 분노를 자아낸다”고 했다.

북한정권의 조직적인 아동 노동착취는 유엔과 미 국무부 등 여러정부와 민간단체 보고서, 외부에 유출된 영상물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VOA에 따르면 휴먼 라이츠 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 2017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은 노동당과 교육성, 조선소년단과 청년동맹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며 실태를 자세히 공개했다.

북한정권은 농촌 동원에서부터 건설현장, 사적지 건설, 도로와 철길 개보수, 폐철, 폐지 수집에 이르기까지 학교와 당 조직, 학교 행정관료, 교사가 학생들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VOA에 “과거 워싱턴과 유엔에서 수많은 북한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자기 머리보다 더 큰 자갈을 기차 철로에 옮겨 망치로 깨는 동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다”며 “국가가 원하면 언제든지 돌을 깨고 도로를 건설하는 데에도 10살 이상 된 아이들을 동원시켜 ‘돌격대’라며 일을 시키기 충격이었다”고 했다.

유엔과 국제노동기구는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강제노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32조는 “경제적 착취, 교육 방해, 건강이나 신체적·지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모든 노동으로부터 아동들이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7년 북한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보고서 심의 후 발표한 자료에서 전문가 위원들이 학생들의 농촌 동원과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착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VOA는 전했다.

미 국무부도 올해 발표한 2019 국가별 인권보고서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의 학교는 학생들이 수행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고 관리들은 특별프로젝트를 위해 학생들을 단기간 공장과 현장에 보내 일을 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간 보고서를 인용해 학생들을 농장이나 건설현장에서 강제노동을 시킨 결과 “신체적·정신적 외상, 영양실조, 탈진, 발육부진 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발간한 ‘2020 아동노동-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목록’ 보고서에서 북한정권이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을 통해 벽돌과 시멘트, 석탄, 섬유, 목재, 금, 철 등 7가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조사기록 단체인 전환기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6일 VOA에 “북한아동에 대한 노동착취 문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론화된 사안”이라며 “통일부가 이를 미화하는 것은 한국정부에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만 너무 집착하며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아동 인권침해, 노동착취 문제들을 그대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에 나와 하는 변명과 왜곡 논리를 그대로 (통일부가) 답습하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스럽고 개탄스럽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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