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여권, '양심'과 '민주화 세력' 강조해 왔지만
당헌까지 개정하며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 내놓겠다"...'내로남불'의 극치
여권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첫째, 억지와 졸렬, 유치함의 절정판 ‘윤석열 찍어내기’... 왜 여당에는 ‘합리적 비판자’가 없을까?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앞세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與圈)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는 억지와 졸렬, 유치함의 절정이다. 그런데, ‘양심’을 강조하고 ‘민주화 세력’임을 자처하는 여권,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왜 반대,최소한의 비판자마저 없을까.

특히 민주당이 최근 당헌(黨憲)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하는 무리수를 강행하자 진보 언론 쪽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중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른바 ‘조국사태’와 ‘검란’(檢亂), 명분 없는 서울·부산시장 공천 등 민주당의 무리수에 대해 그나마 비판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금태섭 의원이 유일했지만 쫒겨나다시피 당을 떠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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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최근 여의도의 유력 정치평론가가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를 두고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가 현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야 말로 최대의 리스크”라는 내용의 글을 어느 진보 성향 매체에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양상은 김영삼·이회창·박근혜 등 과거 보수 정당 소속 대선 후보가 보여준 모습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물론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이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이건 아닌데……” “이래서는 안 된다”라는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는 아직 몇 달 지나지 않은 4·15총선 압승이 이런 여당의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수도권에서 대부분 여당 후보들은 개개인의 자질보다는 ‘친문 세력’의 광범함과 활동성, 미디어 등 소위 진보 세력에 유리한 환경에 힘입어 배지를 달았다. 그 여파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에서 보여주는 ‘윤석열 찍어내기’를 통한 검찰 장악 집념이 역으로 여당 국회의원들을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구심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정순 의원의 케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당 지도부가 ‘친문’이 아닌 정 의원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방치한 것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둘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사랑’…… ‘상실감’의 크기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술을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 퇴근을 하면 청와대 공관에서 가까운 측근들과 저녁과 반주를 하는 일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로 근무한 어느 인사는 외부 인사 중 청와대 저녁 모임에 가장 자주 왔던 사람으로 유시민과 조국 두 사람을 기억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문재인 비서실장과 정상문 총무비서관 등 노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당시 의원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정치보다는 공부를 하고 책을 쓰라”는 충고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반면, 조국 교수에 대해서는 그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칭찬하면서 “조 교수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되는데…… 장차 대통령감인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조국 전(前) 법무부장관(왼쪽)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오른쪽).(사진=연합뉴스)
조국 전(前) 법무부장관(왼쪽)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오른쪽).(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조국을 첫 민정수석으로 발탁했고, 곧이어 법무부장관으로 영전시켰다. 조국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애착’은 차기 대선구도와도 무관치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런 조국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법무부장관 지명 단계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임으로써 한때 대선주자 지지도 10%가 넘었던 그를 35일만에 낙마하게 만들었다. 지난 6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이제 친문 세력 가운데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을 제외하면 차기 주자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조국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상호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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