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배터리사업 키워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LG화학에 "분할 반대"

국민연금이 오는 30일 열리는 LG화학 주주총회에서 배터리사업 분할 계획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의견을 내는 등 경영 간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2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LG화학 분할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분할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사를 의결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한다.

LG화학 주식은 국민연금이 10.20%로 2대 주주, LG 등 주요주주가 30%(우선주 포함), 외국인 투자자 40%, 국내 기관 투자자 8%, 개인이 약 1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총 2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이 배터리 부문 분사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올 경우 배터리 분사가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간인 ISS(국제의결권자문기구)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부분 찬성의견을 권고, 이를 준용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편 재계에선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분할안 반대 결정은 ISS 등 자문사들의 '찬성 권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는 점에서 향후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LG가 추진하는 배터리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신산업까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할과 관련해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조 회장이 의사직을 박탈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지난해 3월 한진칼에 대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정관변경을 제안했으며, 올해 3월에는 경영권 분쟁 중이던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며 적극적인 경영 참여에 나선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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