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백신 확보에 치열한 선진국 정부, 한가한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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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10.20 09:57:21
  • 최종수정 2020.10.20 12:51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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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나와도 한국인에게 돌아올 몫 거의 없을 것
韓정부, 아직까지 어떤 제약사와도 백신 구매 예약해 놓은 것 없어
돈 내고 사면 되는 것 아닐까?...이미 선구매계약 체결한 나라 많아
韓정부가 확보했다고 하는 유일한 백신, 중국 주도 개발 백신 될 가능성
국민들 묶어두는 데만 정신 팔린 정부, 제 할 일부터 잘 하라!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백신이 나오면 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인은 그러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당분간 우리 한국인에게 돌아올 몫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이 11월 말에 사용 허가 신청에 들어간다고 한다. 빠르면 내년 초에는 판매가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 영국 및 유럽 국가들이 이미 2.3억 도스의 백신을 선구매해 놓았기 때문이다. 도스(dose)란 1회 투약분을 말한다.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어떤 제약사와도 백신 구매를 예약해 놓은 것이 없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라는 것에 참가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일종의 백신 자선단체여서 그것만 기다리다가는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 코로나 백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백신이란 바이러스를 막아내기 위해 몸 안에 주입하는 물질이다. 죽은 바이러스,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갖도록 비슷하게 만든 물질을 쓰기도 한다. 그 물질을 인체에 주사하면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백신과 전투를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항체를 만들거나 싸우는 법을 익히게 된다. 처음부터 좋은 백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범답안은 없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떤 것이 좋은지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백신 후보 물질을 생산하는 것보다 그것이 인간의 신체에 들어가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게 시험해보는 과정이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은 전임상 1상, 2상, 3상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세계에서 1상 이상시험에 들어간 후보물질은 63개이다.1 이것들 중 사용허가가 난 것이 6개인데 중국과 러시아제 백신들이다. 3상 시험을 다 통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용을 시작한 것이라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2 필자에게 러시아제나 중국제 백신을 맞으라고 하면 도망할 것 같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개발 중인 백신들 중 11개가 3상 중에 있습니다. 화이자의 백신이 11월말에 미국 FDA에 사용 신청을 한다고 하니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드디어 백신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좋은 백신이 나와서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세상은 다시 평안함을 조금씩 되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당분간 남의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 한국인 차례가 오려면 멀었다. 아래 그래프는 에어피니티라는 의료컨설팅 기관이 예측한 코로나 백신 공급 가능 양이다. 2020년 4분기 1.76억 도스, 2021년 1분기 3.56억 도스 등으로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2021년 4분기까지 합치면 20억 도스 정도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20억 도스가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인구가 78억명이고 대부분 접종을 받고 싶어할 테니 20억 도스로는 태부족이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돈 내고 사면 되는 것 아닐까? 최소한 현재 앞서가고 있는 코로나 백신들의 경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여러 제약사의 백신들에 대해서 선구매계약을 체결해 두었기 때문이다.

언급한 화이자의 백신의 경우 미국은 19.5억 달러, 1억 도스를 선주문한 상태이다. 필요하다면 5억 도스를 더 주문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 두었다.3 화이자 백신 개발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고 구매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한국은 선구매 물량이 다 해소되기 전까지 파이자로부터 백신을 구매할 수 없다.

다른 백신들도 마찬가지다. 아래 그래프는 니케이 아시아 리뷰(Nikkei Asia Review)가 8월 10일에 보도한 세계 각국 정부의 코로나 백신 예약 상황이다.4 미국이 15억 도스, EU가 9억, 중국이 5억, 영국이 2.5억 등으로 예약된 물량을 다 합치면 37억 도스이다. 2021년말까지 생산될 물량 20억 도스는 예약된 물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어떤 제약회사와도 직접적인 백신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코백스 퍼실리티 가입으로 1000만 도스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5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란 세계보건기구(WHO)와 다른 2개의 NGO가 주도하는 백신공급 프로그램인데, 쉽게 말하면 부자 나라들이 돈을 내서 자국민용 백신도 확보하고 돈 없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도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 사업 성격도 있기는 하지만 돈은 일부 나라만 낸다는 면에서 일종의 자선 백신 프로그램인 셈이다. 돈을 내겠다며 참가의향을 밝힌 나라가 80개국인 데 한국도 그중 하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92개 국은 회비를 내지 않고 혜택만 받게 되어 있다.6

코백스가 어느 정도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아래 그래프는 과학잡지인 네이처가 올해 8월 보도한 제약사별 백신 선구매계약자 상황이다.7 코백스의 선구매 계약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3억 도스 계약이 유일하다. 나머지 제약사들과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미국, 유럽, 영국, 일본 같은 나라들이다. 코백스가 9개의 백신 후보 물질에 투자했다는 기사8가 있기는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어떤 제약사의 후보 백신에 투자했는지 공표된 것은 없다.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제약사들과 개별적인 교섭을 통해서 선구매계약을 체결해왔다. 코백스 가입은 일종의 자선 행위 같은 것이어서 거기로부터 백신을 받을 수 있으면 좋고 아니더라도 할 수 없는 조직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코백스 가입을 대단한 백신 확보 대책인 양 발표했다.

믿기 어려운 것은 돈 문제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WHO 사무총장의 발언에 그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코백스가 필요로 하는 자금은 350억 달러인데 9월 21일 현재 확보된 자금은 3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9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지금 당장 15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데 확보된 것은 30억 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그 30억 달러조차도 의향서 수준일 테니 현금이 계좌로 입금 돼봐야 정말 쓸 수 있는 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것이 6월 30일인데 실제 돈을 납부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한국은 그 코백스를 통해 1000만 도스를 공급받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려면 WHO에 350억 달러라는 돈이 다 들어와야 할텐데, 어느 천년에 그것이 가능할까. 대다수 자선 단체들의 목표가 그러 하듯이 선진국들의 기부를 받아 172개국 인구의 20%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코백스 퍼실리티의 목표10 역시 돈을 확보하지 못해서 그냥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수도 있다.

코백스에게 다행히도 강력한 구원자가 나타났다. 10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코백스 퍼실리티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가입을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코백스가 서방의 제약사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는 백신은 공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확보했다고 하는 그 1000만 도스도 중국 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도 선진국들처럼 코백스 외에 다른 제약사들과 선구매를 위한 개별적인 교섭에 나서겠다고 발표는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21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국 아스트라케네카, 그리고 한국 정부의 3자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ZD1222’의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3자 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SK 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되어 있어서 이런 거래가 가능한 듯하다. 하지만 이 협력의향서라는 것이 어느 정도나 구속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미 다른 선진국들과의 선구매 계약 물량을 채워주기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과연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에게 백신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코로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것인만큼 최종적인 소유권도 아스트라제네카의 것일 테니 말이다.

의약분야에 문외한인 필자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다. 이 글에 인용한 제약업계의 상황은 내외신 기사들을 공부해가며 파악한 것들이어서 틀린 것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국민들 묶어 두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방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백신이 있어야 정권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우리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정부를 감시하고 단속하고 재촉해야 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서강대 겸임교수)

1) https://www.who.int/news/item/24-08-2020-172-countries-and-multiple-candidate-vaccines-engaged-in-covid-19-vaccine-global-access-facility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450-x

3)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who/who-says-people-in-20s-30s-40s-increasingly-driving-pandemic-idUSKCN25E0AZ

4)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0/science/coronavirus-vaccine-tracker.html

5) https://www.nytimes.com/2020/08/11/health/russia-covid-19-vaccine-safety.html

6) https://www.industryweek.com/covid19/article/21137271/us-preorders-pfizer-vaccine-for-195-billion

7) https://asia.nikkei.com/Business/Pharmaceuticals/US-China-and-other-rich-nations-chase-COVID-19-vaccine-paydays

8) http://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77717&pWise=sub&pWiseSub=B12

9) https://www.who.int/dg/speeches/detail/who-director-general-s-opening-remarks-at-the-media-briefing-on-covid-19---21-september-2020

10) https://www.gavi.org/vaccineswork/covax-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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